클루지 (리커버 에디션) - 생각의 발견을 뒤집는 기막힌 발견
개리 마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갤리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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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공학자들은 때때로 재미 삼아 클루지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것(예컨대 팅커토이 장난감으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또는 제대로 하기가 귀찮아서 클루지를 만들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클루지는 절박한 사정과 뛰어난 책략의 산물이기도 하다.

pp.19~20

다윈이 말했듯이 모든 생명은 '변형된 혈통'의 산물이다. 지금 존재하는 형태들은 이전 형태들의 수정판일 뿐이다.

나는 이것을 '진화의 관성'이라 부르고자 한다.

진화는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에 수정을 가하면서 작업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여기도 클루지, 저기도 클루지다. 이 모든 경우에 나는 인간의 마음이 형성될 때 진화의 관성이 수행한 역할을 고려함으로써 우리의 한계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이고자 한다.

클루지가 완전한 것보다 더 많든, 아니면 완전한 것이 클루지보다 더 많든 상관없이, 우리는 완전한 것에서 배울 수 없는 두 가지를 클루지에서 배울 수 있다.

첫째로 클루지는 우리가 진화해온 역사에 대해 특별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둘째로 클루지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 단서를 줄 수 있다.

pp.34~42

결론적으로 말해 신속하지만 신뢰하기 어려운 맥락 기억을 토대로 우리의 추론 능력이 발달했다는 사실은 어떤 이상적인 타협의 산물이 아니다. 이것은 그저 역사적 사실일 뿐이다. 추론에 사용되는 두뇌 회로가 왜곡될 수 있는 기억을 가지고 작업하는 까닭은 그것이 진화를 통해 생겨난 유일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p.76

우리의 사고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빠르고 자동적이며 주로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신중하고도 판별력 있게 천천히 진행되는 사고이다.

나는 첫 번째 종류의 사고를 '선조 체계' 또는 '반사 체계'라고 부르고자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이것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빠르고 자동적으로 전개되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종류의 사고를 '숙고 체계'라고 부르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 체계가 하는 일이란 어떤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살피며 심사숙고하여(때로는 제대로 때로는 그릇되게) 판단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p.95

우리에게는 사실상 우리가 편향되지 않도록 막아줄 내적 장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신중한 추론의 기제를 얼마만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적인 자아의 몫이며, 때문에 우리는 (불행이든 다행이든) 우리가 원하는 만큼 편항될 수밖에 없다.

p.109

진화는 우리에게 상이한 능력을 지닌 두 체계를 남겨주었다. 하나는 틀에 박힌 일을 처리할 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반사 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틀을 벗어나 생각할 때 유익한 숙고 체계다.

우리가 이 두 체계의 장단점을 인식하고 조화를 꾀할 때, 우리의 결정이 편향되기 쉬운 상황들을 밝혀내고 이런 편향을 극복할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궁극적으로 지혜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p.160

행복과 관련해 아주 놀라운 한 가지 사실은 행복을 측정하는 우리의 능력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관적인 행복감은 다른 많은 신념들과 마찬가지로 맥락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유동적이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그만큼 덜 행복해진다.

pp.229~231

공학자들은 종종 클루지를 만들지만, 클루지에는 한 가지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믿음직한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대개 클루지는 평생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사용하기 위해서 제작된다.

인간의 뇌 역시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이제까지 보아온) 인지적 오류들뿐 아니라, 사소한 오작동과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개인의 마음이 언제나 정상 가동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pp.241~243

  •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마라 /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pp.275~286

개리 마커스, <클루지> 中

+) 이 책은 인지과학자인 저자가 인간의 뇌가 얼마나 완벽 혹은 완전하지 않은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개념인 진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고 생각하면 된다.

저자는 진화란 인간이 더 완벽하고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과정이 축적되어 그런대로 쓸 만한 해결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이 책에서 다루는 중요한 핵심 개념인 클루지와 관련성이 높고, 그것이 어떻게 활용되느냐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클루지란 어떤 문제의 서툰 해결책을 말한다. 가장 합리적이거나 뛰어난 해결법은 아니지만 지금 임시방책으로 혹은 그런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이 그만큼 불완전하고 서툴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여러 반사 체계들과 합리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숙고 체계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클루지를 인간의 모든 일상과 관련지어 설명하며 이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언급한다. 우리의 불완전함과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마음이 일으키는 오류와 마음이 순간적으로 내리는 임시 선택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진화의 관성 때문에 일어난 서투른 해결책이 인간의 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 신기했고 놀라웠다. 저자가 진화학자들과 다른 관점에서 우리 인간의 마음과 우리가 내린 선택을 생각해보려고 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느꼈다.

또 내가 내린 선택과 내 마음의 확신에 의심을 품을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판단의 신중함을 강조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방대한 분량이지만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있어서 흥미롭고, 읽을수록 저자의 주장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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