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우리가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이 이미 어떻게 그 일을 해내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러시아연방이 침략하는 순간에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미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입니다. 세계가 우리를 돕고 지지하고 우리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에 감사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용감함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전쟁은 일상적인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크라이나를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우크라이나에 지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p.10 [2022년 10월, 저자 '서문']
망신을 당하고 다급해진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민간 인프라를 파괴하고 있고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며 협박 중이다. 이에 젤렌스키는 소셜미디어에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
"내 말을 똑똑히 들어라. 가스 없는 삶이냐, 너희 없는 삶이냐? 너희 없이 살겠다. 불빛 없는 삶이냐, 너희 없는 삶이냐? 너희 없이 살겠다. 마실 물 없는 삶이냐, 너희 없는 삶이냐? 너희 없이 살겠다. 먹을 것 없는 삶이냐, 너희 없는 삶이냐? 우리는 너희 없이 살겠다."
젤렌스키의 언어가 가진 힘은 진실에서 나온다. 진실이야말로 그의 많은 연설을 정의하는 본질이다.
p.32 [아르가디 오스토로프스키,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저의 목표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고,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찾는 것이고, 평화를 이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민간인을 희생시키거나,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나 자유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세계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유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의 문제가 여러분의 나라가 가진 문제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더 이상 '남의 전쟁'이 아닙니다.
p.46 [2019년 9월 25일, 뉴욕, UN 총회 연설, '남의 전쟁']
그들은 포로였지만, 영혼은 자유로웠습니다. 큰 소리로 농담해서 간수들이 조용히 하라고 했답니다. 원래 포로수용소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리지만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쉬지 않고 웃었다고 합니다. 나라를 가로질러 끌려갈 때, 트럭에 실려 가면서도 그들은 우크라이나 국가를 불렀습니다. 이 우크라이나인들은 포로처럼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존엄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유는 단순히 두 손이 묶여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생각이 묶여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p.64 [2021년 11월 21일, 키이우, 존엄과 자유의 날 연설, '우리는 무릎 꿇지 않습니다']
왜 유럽은 러시아가 틀렸음을 보여주지 않습니까? 왜 지금 EU는 EU에 속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의 EU가입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까? 우크라이나는 분명하고 정직한 답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까? 같은 질문이 NATO에도 적용됩니다. 우리는 NATO의 문이 열려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입을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모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면 솔직하게 말하십시오. 열려 있는 문도 좋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솔직한 답변입니다.
pp.79~80 [2022년 2월 19일, 뮌헨, 뮌헨 안보회의 연설, '역사의 교훈']
여러분이 사는 나라 정부에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재정적, 군사적 원조를 하라고 요구하십시오. 이는 우리에게만 도움 되는 게 아니라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유럽이 유럽 스스로를 돕는 것과 같습니다.
유럽인 여러분, 러시아는 이미 여러분을 천연가스로 협박했습니다. 이미 여러분을 모욕했습니다. 러시아는 유럽을 분열시켜 지배하려 합니다. 지금 우크라이나를 분열시켜 지배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보호하십시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p.95 [2022년 2월 25일, 키이우, 유럽인들을 향한 연설, '유럽과의 전쟁']
세계는 오래도록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가 하는 경고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영토를 조금만 위협해도 전 세계가 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걸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러시아가 우크리이나를 제어하고 싶어 하는 이유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데 도움 주는 것이 전 세계의 이익이 되는 이유입니다.
pp.177~178 [2022년 6월 9일, 파리, OECD 연설, '가치의 위기']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ㅡ 젤렌스키 대통령 향전 연설문집> 中
+) 이 책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문을 모아 엮은 것이다. 작은 책자로 엮은 것인데 얼마나 몰입감이 있는지 단숨에 읽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픈 것은 물론 어떻게든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질 만큼 설득력이 높은 연설문들이 실려 있다.
러시아가 얼마나 잔인하게 우크라이나를 폭격하고 있는지, 우크라이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자국을 지켜내고 있는지, 젤렌스키는 대통령이자 국민으로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연설문을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말처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그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미국, 그리고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전쟁이다. 이는 분명 세계의 국가들도 알고 있고, EU와 NATO 등의 국제기구도 알고 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알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데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모두가 표면적인 이유를 대거나 모르는 척을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 점을 정확히 지적한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외친다. 모두 솔직한 답변을 해달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젤렌스키 대통령 개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러시아가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와 돈바스에서 끝없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세계인들이, 유럽인들이,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도와야 하는 지도 깨달았다. 생각만으로는 안 된다. 직접 자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정책적, 물리적 지원을 요구하고, 러시아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이를테면 러시아가 자국의 상공을 거쳐 우크라이나를 폭격하지 못하도록 비행금지구역 등을 설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는 단순히 우크라이나 한 국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럽과 세계인들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국가의 지도자가 보이는 진심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진정성 있고 호소력 짙은 연설문들을 잘 선택해서 엮었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을 비롯하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이 알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설득력 있는 글과 말이란 무엇인지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에는 진심과 솔직함과 단호함이 담겨 있다. 너무나 설득력 있는 연설문이라 오래도록 소유하고 싶은 책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지만, 그의 단호함을 보면서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수개월의 불리한 전쟁에서 자국을 지켜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러시아가 전면전을 시작하고 38시간 만에 그는 자국의 국민들에게 이렇게 연설했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모두 여기 있습니다. 우리의 군인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시민 사회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독립을 지켜낼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변함없이 독립 국가일 것입니다."
러시아 군인들이 그를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그가 국외로 탈출했다는 소문이 돌 때 그는 용기 있게 이 연설 영상을 국민들 앞에 공개했다. 그 뒤로도 그는 도망가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한 국민으로 나라를 지키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이다. 그를 보면 우크라이나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끝까지 자국을 지켜내리라 믿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응원한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