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마인드 - 내 안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생 전략
마이클 하얏트.메건 하얏트 밀러 지음, 임윤진 옮김 / 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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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왜' 자신이나 타인이 특정한 행위를 하는지를 이해하고 해명하려는 기본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에 대한 우리의 의견이거나 가정 혹은 가설, 즉 이야기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뇌 역시 개념 간 인과관계를 구축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는 결국 내러티브를 생성해내도록 만들어져 있다.

pp.52~53

뇌 속 내레이터는 우리가 감각하거나 다른 사람들한테 수집한 파편적인 정보를 모아 유의미한 이야기 구조로 엮는 일을 한다. 우리가 모르는 것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내레이터는 가끔 말도 안 되는 비약을 하기도 한다.

내레이터의 이런 대답이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내레이터는 문제를 규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선수다. 그러나 내레이터의 해석이 항상 맞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pp.66~67

우리의 가정은 스스로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설명을 위한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더 자주 만들수록 그 이야기가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재미있는 단점이 하나 있다. 그 생각이 어딘가 잘못되었을 때 그것을 인정하기는커녕 눈치채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p.83

스스로 만든 것이든 타인으로부터 학습한 것이든 우리가 만들어낸 가정에는 항상 한계가 존재한다.

우리의 생각은 기존에 다녔던 익숙한 경로가 맞고 그게 아니라도 꽤 괜찮은, 가끔은 놀라운 성과를 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우리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생각을 바꿀 용기를 내지 않는 한 우리에게 힘을 줄 이야기를 절대로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p.87

우리의 이야기를 분석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사실이 아닌 해명인가를 분리하는 데서 출발한다.

p.119

언어와 이야기는 쌍방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때로는 우리가 선택하는 언어가 이야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우리가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이야기 역시 그쪽으로 강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언어는 이야기를 한정짓기도 하고 변화시키기도 한다.

스스로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언어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당신의 기분과 생각 그리고 성과를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pp.130~131

  • 불확실성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 첫째로 알아야 할 점은 불확실성에 대한 내적 저항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이다.

- 두 번째로 성장을 위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 (불확실성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 세 번째로 자기 자신과 이야기를 분리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활짝 열린 마음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다루자.

pp.185~189

  • 뇌를 자유롭게 하라

때때로 전략적 휴식을 취하라 / 뇌의 온오프를 반복하라 / 신체를 활성화하는 운동과 산책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통해 뇌를 최적화하라 / 새로운 연결고리를 잇는 것은 대체로 무의식 세계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다. 가끔은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이 자유로이 흐르도록 내버려 두라

pp.240~261

마이클 하얏트, 매건 하얏트, <초마인드> 中

+) 이 책은 뇌 설계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의 가치를 한정하거나 능력의 한계를 짓는 목소리에 주목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목소리는 이를테면 본인이든 타인이든 사회든, 누군가 정한 선을 기준으로 편견을 만들어 어떤 일에서 부정적인 결론부터 내리는 것을 말한다.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 무엇 때문이라는 변명의 목소리, 더 이상은 안 된다는 포기의 목소리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의 뇌가 어떤 선택에 있어서도 항상 해명하려고 하는 내러티브를 만드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뇌 속의 내레이터가, 우리가 직접적으로 경험하거나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연결하여 사실 같은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게 사실일 수도 있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알찬 정보일 수도 있지만 비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그것을 잘 알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우리의 뇌가 우리가 가정한 것을 점점 강하게 만들어서, 설사 어떤 정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아도 그걸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지점, 우리가 가정한 것에 오류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에게 힘을 줄 이야기를 찾고 뇌를 최적화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거나 재설계 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정보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쌍방향의 관계를 맺고 있는 언어와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도록 조언한다. 긍정적인 언어의 사용이 긍정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의 후반부는 초마인드로 사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스스로 그은 우리 안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생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제안한다. 대부분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의 뇌를, 우리의 무의식을, 우리의 의식을 인생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이끄는 어렵지 않은 방법들이라고 생각했다.

마인드 전환을 가져올 여러 의견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풀어쓴 책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우리의 뇌가 우리의 마음을 조정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책이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뇌를 통해 만들어지는 불확실한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힘 있다는 것도 가르쳐 준 책이었다.

막연히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는 조언을 담은 책이 아니다. 뇌의 사고 과정과 언어의 사용에 변화를 준다면, 거기서 긍정적인 마음을 유도할 수 있고, 또 한걸음 더 나아가 인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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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이야기 - 고객과의 귀맞춤
송혜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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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본능적으로 문제 해결만큼 감정 해결을 원합니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고객과 상담사 사이에 흐르는 여러 가지 감정의 변화와 고객의 호흡을 통해 전달되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는 인간만이 느끼고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할수록 상담사의 공감 능력은 고객의 감정 해결을 위한 핵심 가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p.11

소설가 H.P. 러브크래프트는 '인간이 느끼는 강력하고 오래된 감정은 공포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정말 싫어하고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콜센터 상담사는 전화를 받는 매 순간 이런 불확실성을 안고 업무를 한다는 것을요. 어떤 고객일지도 모르고, 고객이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른 채 상담을 시작합니다. 그것도 고객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말이죠.

p.12

  • 효과적인 호응의 3요소

- 올바른 경청 : 고객의 말이 끝나면 반박자 쉬고 응대하기, 고개를 끄덕이는 등 신체 언어를 활용하여 고객과 호흡 맞추기

- 공감이 느껴지는 음성 연출 : "아~" 같은 감탄사 활용하기, 어미가 너무 짧거나 가라앉지 않도록 연출하기

- 맥락에 맞는 호응어 사용 : 고객이 자신의 상황을 말하거나 니즈를 밝힐 때 자연스럽게 호응어 사용하기

p.30

서비스는 무형입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지요.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야 온전한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상담을 잘하려면 스크립트에는 없는 디테일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이런 디테일은 상담을 하면서만 습득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상담사가 직접 경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p.41

긍정 정서가 유발된 사람은 상대가 사람이든 사물이든 간에 그 대상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더 높은 수준의 호감을 표시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상담사가 고객과의 상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상담사가 먼저 긍정 정서를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단 웃자! 뇌가 착각하도록!

- 상담이 시작되면 웃으면서 첫인사하기 / 말과 표정 일치시키기

pp.46~47

불안정하고 화나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급하게 전환하려고 하는 대신 몇 초간이라도 아무 생각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보세요. 그러고 나서 긍정의 도구를 이용하여 기분을 천천히 전환해 보는 겁니다. 긍정의 도구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 의미가 담긴 인형이나 소품 등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형상화한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p.72

  • 상담사의 리추얼 (리추얼 : 모든 과정을 몸이 알아서 자동으로 하도록 만드는 것)

자기 자동화 - 업무 시작 리추얼, 업무 종료 리추얼 / 상담 공간 정리 / 주의 잔류물 - 주변 정리를 통한 집중력 향상 / 의자병 예방하기 - 꾸준한 스트레칭과 몸 움직이기

pp.85~91

  • 중간 관리자의 리더십

- 리더십의 시작은 공감입니다.

- 상담사들이 당신의 말과 행동에 실망하여 '말해봐야 소용없다'라고 느끼게 만들지 마세요.

- 리더의 자리는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닙니다. 자기 주관을 가지고 상담사를 이끌기 위해서는 계속 공부해서 트렌드를 이해하고, 업무를 정확히 숙지해야 하며 꾸준히 상담사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 상담사는 리더와 단 한 번의 대화만으로도 바로 리더의 수준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나의 리더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소통할지, 인정하지 않고 가면을 쓸지 결정합니다. 편안하게 느껴지는 리더와 만만하게 느껴지는 리더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pp.118~124

상담사에게 무조건 친절하게 대해 달라는 뜻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만드는 잘못된 갑질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일부 고객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고객들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봄눈 녹듯 마음이 풀어지고 다시 힘을 내는 것이 우리 상담사들의 일상입니다.

pp.178~180

송혜은, <콜센터 이야기> 中

+) 이 책의 저자는 오랜 기간 콜센터 상담사로 재직하고 지금은 콜센터의 중간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 중간 관리자는 콜센터의 통화 품질과 운영, 그리고 상담사의 교육을 담당한다. 그러니까 저자는 상담사의 일도, 중간 관리자의 일도 모두 경험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선배 상담사로서 후배 상담사에게 해주는 진심 어린 조언과, 중간 관리자가 콜센터에서 얼마나 중요한 리더인지 그 위치를 정확히 설명하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고객과 경영자에게 전하는 진지하고 소박한 바람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읽기고 결심한 건 콜센터 내 상담사들은 어떤 마음으로 스스로를 지키는지가 궁금해서였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통화를 해야 하는 상황은 정말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어떻게 지켜내는지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우선 상담사의 입장과 상황에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상담사에게 필요한 자질,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 상담사로서 더 전문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요소, 상담사의 마음과 멘탈 관리 방법 등을 마음을 담아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부분은 굳이 상담사라는 직업에만 해당하는 조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공감의 힘과 긍정 정서의 힘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자기 분야에서 발전하기 위한 루틴 혹은 리추얼을 찾아 실천하고, 불안하고 부정적인 마음을 다스리는 노력 등이 그것이다.

또한 중간 관리자인 리더에게 전하는 저자의 말도 그 위치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라고 느꼈다. 리더가 어정쩡하면 그 밑의 직원들은 진심으로 일할 수가 없다.

그 자리에 있는 만큼 책임감과 리더로서의 노력이 필요한데,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노력을 덜하는 리더에게 쓴소리를 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용감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친절한 리더가 되는 것과 만만한 리더로 보이는 것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게 해준 책이다. 무능한 리더는 직원들 간의 협업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콜센터 중간 관리자가 콜센터의 분위기와 상담사의 마인드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즉, 리더의 역할은 그만큼 두세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콜센터 상담사를 대하는 고객의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고객의 말 한두 마디가 그분들께 힘이 된다는 표현에 깊이 공감했다.

그러면서 기억이 났다. 한번은 어떤 상담사님과 통화하고 전화를 끊을 때, 그분이 "고객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리 말하길래, 나도 똑같이 "네, 상담사님두요." 이리 대답했었다. 그랬더니 정말 그분이 너무 놀라면서. "어머. 와... 진짜 감사해요. 고객님." 이러시는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상담사님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정말 이해가 잘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만드는 잘못된 갑질을 하지 말고, '감사하다'라는 말 한마디가 그분들께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말이다.

모든 콜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의 리더라면, 하루라도 상담사의 자리에 앉아서 직접 체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들의 업무가 두려움과의 싸움이며 감정 소비가 심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래야 그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콜센터 상담사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마음은 물론 그들의 입장과 상황, 더불어 중간 관리자의 자세와 고객의 태도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해준 책이었다.

어떤 조직의 중간 관리자라면, 그리고 상담사처럼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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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쓸쓸한 그림 이야기 - 경계의 화가들을 찾아서
안민영 지음 / 빨간소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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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미술사 공부는 역사 사건과 같은 보통명사를 그 안에 내던져진 인물의 고유명사로 다시 보게 하는 전환점이었다.

내 역사 수업을 돌아봤다. 분단, 한국전쟁, 월북자, 고려인, 재일조선인. 나는 이러한 사건의 배경과 개념만을 나열하며 피상적으로 가르쳐 오지 않았을까.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존재들을 납작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pp.8~9


구글 검색창에 '이쾌대'를 넣으면 그의 월북 이전 작품들이 나온다. 반면 '리쾌대'로 검색하면 북한에 가서 그린 그의 그림이 나온다. 작가는 한 명이었으나 전혀 다른 두 개의 작품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남과 북 모두 이쾌대 인생의 반쪽만을 보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한국 현대사가 이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p.43


북에서는 정치적 상황에 의해 의도적으로 지워져 버리고, 남에서는 별다른 공간적 접점이 없어 결국 남과 북 모두에서 잊힌 사람. 늘 고국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이름을 조선식 이름 그대로 평생 사용했지만 남과 북 어느 역사에도 기록되지 못한 사람. 변월룡의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이후까지 우리 역사의 디아스포라를 생각하게 한다.

pp.92~93


"죽은 줄 알았던 자식이 북쪽에 살아 있고, 만나게 해 줄 테니 오란다면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겠소? 만난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거절하겠습니까?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이런 분단을 낳게 한 장본인들이 아니겠습니까?"

이응노와 그의 아들은 한국전쟁 뒤 각각 국적이 달라졌다. 아버지는 남한 사람, 아들은 북한 사람이 되었다.

p.193


안민영, <어느 쓸쓸한 그림 이야기> 中

+)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화가와, 그들의 그림과, 그들이 존재했던 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함께 담고 있다. 저자는 역사 선생님으로 미술사 공부를 하면서 역사의 이면에 묻힌 낯선 화가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총 9명의 화가들을 여기서 소개하면서 그들의 대표작을 싣고 그에 대한 해설을 풀어냈다. 또 그들이 그림을 그린 동기나 화가에 대한 정보, 그들이 존재한 역사적 상황 등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경계의 화가들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무슨 의미일지 궁금했는데 읽으면서 바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미술사에 대한 이론이나 어려운 개념 등의 정보를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둔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일반인의 시선을 배려하여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감상을 할 수 있도록 쉽게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창의적이고 신선한 느낌의 그림을 발견한 것도 좋았지만, 화가와 그림이 존재했던 시절의 역사적 흐름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어서 반가웠던 것 같다.

저자는 원고를 작성하면서 상당한 분량의 자료 조사와 오랜 시간 자료를 분석하는 시간을 통해 사실적인 근거를 찾고자 애쓴 듯이 보인다. 그걸 바탕으로 9명의 화가가 간직한 사연들에 생각을 덧붙여서 에세이 형식으로 작성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역사의 혼돈 속에서 사라진 화가 혹은 예술가들을 찾고 그들의 작품을 보존하는 작업을 늘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꼭 어렵게 접근하지 않고 이 책처럼 일반인도 관심을 갖고 살펴볼 수 있도록 먼저 대중화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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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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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저만 정의를 따르는 것처럼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였다. 굳이 대놓고 표현하지 않아도 '인간적으로 행동하세요. 늘 지켜보고 있습니다.'는 말이 자연스레 들려오는 것 같아 듣기 거북했다. 최대희 소령에게 전쟁에서 옳은 선택은 승리뿐이고, 그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는 것이 맞았다. 그에겐 그것이 바로 지휘관의 소명이었다.

p.21

래빗의 삶은 늘 의심받는 삶이었다. 그렇지만 대체 왜 내가 의심받게 된 거지. 한 번도 실수는 없었는데.

"...... 이유가 뭔데?"

"...... 네가 매번 살아 돌아왔잖아."

p.46

"소위님, 전쟁 중이잖아요. 죽거나 사는 건 운에 달렸어요. 만주에서 제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그냥 그날 운이 나빴던 거거든요. 제가 어떻게 구해낼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못 지킬 것 같으면, 지키려고 애쓰지 마세요. 다 운명이구나 하세요. 알겠죠?"

"버려도 된다는 게 아니라, 살아남으라는 뜻이에요. 나 때문에 희생하지 말라고요. 나도 희생 안 할 거거든요. 나는 목숨이 위험하면 소위님 버릴 거예요. 그러니까 약속해요. 어떻게든 살아남기로."

pp.58~59

"그들의 희생으로 전쟁이 승리한다면 더할 나위 없지."

"다 살아야죠! 그게 진정한 승리 아닙니까?"

"다 살아? 그게 전쟁터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p.94

"몸에 힘을 빼야지. 안고 있는 네가 불안해하면 어떡해. 이 작은 아이도 느껴. 불안하다는 걸. 그리고 원래 누구든 잘 안아주면 울음을 그치는 거야. 나이가 많든 적든 기댈 품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거든."

pp.170~171

고혜원, <래빗> 中

+) 이 책의 첫 장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래빗'이라고 불리던 소녀 첩보원들이 있었다.' 그 문장을 보면서 읽기 시작한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마음이 무척 아팠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로 단숨에 소화할 수 있었다.

전쟁 중인 혼란의 나라,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가족과 동료를 생각하며 눈 내린 산을 밤새 걸어 첩보 내용을 암기해 돌아오는 소녀들의 모습이 연상이 연상된다.

첩보원 소녀들의 목숨을 지켜주려던 군인도 있었지만, 전쟁의 승리를 위해 그들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던 군인도 있었다. 그리고 첩보원 활동에 충실한 래빗들을 끝없이 의심하는 군인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래빗들은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 그렇기에 희생된 이들도 많았다. 소리 없이 사라져간 이들을 기억하는 남은 소녀들의 두려움에 깊이 공감했다.

바로 며칠 전까지 함께하던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 죽음과 배신과 변절에 익숙해지는 것. 그리고 자기 편인지 끝없이 의심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게 바로 전쟁의 잔인함이다.

이 소설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도 좋을 만큼 역사성과 흥미성을 동시에 간직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첩보원 활동을 하는 소녀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랍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성과 허구성을 잘 담아낸 장편소설이라고 느꼈다.

또 소설 속 군인이 언급한 숭고한 희생의 가치에 대해 한참 생각해 보게 한 작품이었다. 첩보원 소녀의 입장에서, 래빗을 적진으로 들여보내는 지휘관의 입장에서, 각각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을 준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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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한국추리문학선 17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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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긴 한데, 상당히 진부하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야."

"현실은 허구보다 진부한 법이지."

"참으로 잘 짜인 계획이야. 다만, 당신이 간과한 게 있었지. 도진명은 누나와 아버지를 사랑했어. 그는 매일 아버지 집에 찾아가서 위험을 알리려고 했었어."

pp.92~94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빠, 미안해.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줄 몰랐어.

자살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빠가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이었나? 인생의 절반을 직업군인으로 살아온 아빠의 실행력을 과소평가했던 걸까? 왜 진작 아빠를 돌아보지 못했을까? 쇠약해진 아빠를 병원으로 모시기만 했어도.....

p.101

"아빠가 수면제를 삼키는 것을 제 눈으로 직접 본 건 아니니까요. 수면제를 먹겠다고 하셨지만, 마음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지 형사님은 말한 대로 다 행동에 옮기시나요?"

p.144 [낯선 가족]

"한 명은 자백을 했는데 신빙이 없고, 또 한 명은 증거가 없고, 다른 한 명은 알리바이가 완벽하니......, 대체 누가 범인인 거지?"

pp.285~286 [가나다 살인사건 - 행운의 편지]

"경찰이 들이닥치면 세탁하기 어려울 것 같아 서둘러 세탁기에 넣고 돌렸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일과는 별개로 가사가 몸에 밴 가정주부인 거죠. 특별한 의도를 갖고 한 일이 아닌데, 뭐가 잘못됐나요? 그저 습관처럼 몸이 움직였을 뿐이에요. 지 형사님은 그런 경험 없으세요?"

p.351 [우리만의 식사]

황정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中

+) 이 책은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소설을 모아 엮은 추리 소설집이다. 애거사 크리스티를 좋아하는 저자가 <ABC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가나다 살인사건]을 썼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 작품을 포함하여 단편 추리소설 4편이 실려 있다.

네 편의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소재는 '가족'과 '욕망'이다. 가족의 사연과 인간의 욕망이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가족 간의 애증이 얼마나 무섭게 커지고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가족의 잇따른 자살 이면에 인간의 탐욕이 존재하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빠의 죽음으로 벌어지는 새엄마와 남매의 갈등, 그러나 의외의 또 다른 잠재된 갈등이 존재하는 [낯선 가족],

행운의 편지를 받은 이들의 연쇄살인 사건과 사람을 죽게 만드는 인간의 욕망을 담은 [가나다 살인사건 - 행운의 편지], 가족 간 애증의 끝을 보여주는 [우리만의 식사], 이렇게 네 편의 작품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사건의 원인을 풀어가는 추리소설의 재미를 마음껏 느끼며 읽은 책이었다.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그려낸 소설들이었다.

또 서사에서 드러나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 인간에 대한 예의, 가족 간의 신뢰와 관심, 물질적 욕망으로 인한 인간의 정신적 파탄 등등도 작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살인 사건을 대하는 형사들과 무언가를 감추는 듯한 용의자들의 모습을 보며 인물 구성이 꽤 사실적이고 그들의 심리 묘사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지 않았나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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