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라도 괜찮아 - 인생의 각종 풍랑에 대처하는 서른 살 그녀들을 위한 처방전
이시하라 소이치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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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른이라는 나이를 떠올리면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생기곤 한다. 그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단순히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일까?

난 아직 서른이라는 나이를 맞이하지 않았다. 그래서 서른을 맞이한, 그 나이를 넘긴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게 되는 이유는 -요즘 들어 <서른>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들에 탐닉하는 이유는- 지금 모습 이대로 서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서른을 맞이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일단 이 책은 서른 살에게 질책을 가하며 용기를 주는 책도 아니고 무조건적인 용기를 주는 책도 아니라는 것을 미리 밝힌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서른은 참 암울하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연애>에 집중되어 있는 듯 하고 음식점에 가서 맛보단 종업원 서비스를 평가 내리고 명품을 사랑하고 같은 여자를 더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서른이라는 나이의 여자는 그야말로 가장 까칠하고 괴팍하고 무서운 성격을 가진 여자인 듯 하다. 목표의 방향을 제대로 모른 채 업그레이드만 외치고 혹은 미신에 빠져있거나 안티 에이징에 빠져 동안 열풍에 합세하기도 하며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는 여자들이다.

이제는 책을 넘기기가 두려운 맘이 들어 책읽기를 포기하고 싶은 맘이 들 정도이다. 서른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것인지 몰랐다. 아마 선택이 가능하다면 난 서른이란 나이를 빼고 지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마지막 맺음말에 가서야 저자는 말한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이다. 지금 그대로 충분하다고 주눅 들지 말고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말을 너무 아끼셨다. 지금까지 도대체 이건 뭘까 하는 이해 할 수 없는 서른 살의 특성 때문에 책을 덮어버린 적이 한두 번도 아니었는데 열심히 분석하고선 그냥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넘어가란다. 그러니 그냥 넘어가자.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독자는 서른 살의 여자들이 아니다. 앞서 말한 증세를 가지고 있는 서른 살의 여자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한 증세를 이야기 하며 마지막에 가서는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에선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증세를 가진 서른 살의 여자가 있다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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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 위기에서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생존본능
리앤더 카니 지음, 박아람.안진환 옮김 / 북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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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후 애플사의 아이팟 나노 배터리 폭팔 사고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사고였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몇 번 있었던 사고란다. 이 사고가 왜 일어났나 하고 나온 기사를 읽어보니 중국산 저가 배터리가 탑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올해 포춘지가 선정한 최고 기업인 애플……. 또 우수 기업 리스트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회사 중 하나,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 회사 31위, 사내 MBA출신 직원의 고용률 4위라는 애플……. 그 애플도 중국산 저가 배터리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나보다. 책에서는 스티브 잡스는 항상 최고만을 고집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말이다.







스티브 잡스, 미치광이 이거나 천재이거나




나는 튼튼한 기초를 토대로 모든 것을 개조하고 싶습니다. 기꺼이 벽을 허물고 다리를 놓으며 불을 지필 것입니다. 내게는 많은 경험과 에너지, 그리고 약간의 비전이 있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 애플의 맥 웹사이트에 실린 자기소개서에서 -







이 책은 애플사의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이다. 잡스가 선보인 매킨토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1985년 애플의 대주주들은 그의 독주를 두려워하고 그를 애플에서 내보내게 된다. 애플을 나간 잡스는 가만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넥스트란 회사를 세우고 픽사를 인수해 영화 사업에도 끼어든다. 넥스트에선 이렇다 할 큰 성공을 거두진 못 했지만 픽사는 <토이 스토리>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렇게 잡스가 애플을 떠난 후 10년 동안 애플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된다 생각한 사람들은 다시 잡스를 애플로 부른다.




잡스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혁신>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 애플로 다시 돌아오고 선보인 아이맥은 1년만에 200만대를 판매하며 애플의 주가를 9배나 끌어올렸고 사람들이 모두 실패 예견했던 아이팟과 아이폰은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앞서서 폭발 사고가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MP3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아이팟이다. 또 세계 핸드폰 시장도 아이폰의 등장으로 그 흐름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외면 받았던 스마트폰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엔 아이폰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미 해외엔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고 하고 우리나라에도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얼마전 새로 나온 T옴니아는 엄청난 고가임에도 인기가 있다고 하니 누군가의 말처럼 핸드폰 시장을 아이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야 하는걸까?




혁신은 연구개발비의 액수와는 무관하다.

애플이 맥을 구상해냈을 때, IBM은 연구개발에 최소한 100배의 비용을 쏟아 붓고 있었다.

혁신의 본질은 돈이 아니다. 그보다는 당신이 보유한 사람들을 어떻게 이끄느냐, 그리고 결과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관한 문제이다.

 - <포춘> 1998년 11월 9일자 -




또 다시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가버렸지만 이 책은 잡스의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며 이 책을 읽는 누군가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 위한 책도 아님은 확실하다.

이 책은 다시 애플에 돌아오게 된 잡스가 위기속의 놓인 애플을 어떻게 건져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보는 잡스의 성공은 달콤해 보이고 존경스러워 보이는 성공이지만 이 책은 그다지 달콤하지 않다.




앞서 애플이 사내 MBA 직원 고용률 4위라고 말한 것처럼 잡스는 최고만을 좋아한다. 최고의 차, 최고의 필기구, 최고의 직원들을 원한다. 그의 비서였던 짐 올리버의 말에 의하면 잡스는 모든 것을 양극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도 천재가 아니면 얼간이로 구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펜이 아니면 모두가 쓰레기로 취급했다고 한다. 심지어 맥을 제작할 때는 맥 팀이 아닌 다른 애플의 직원들조차도 얼간이 취급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엘리트주의, 완벽주의인 그의 성격이 책에도 고스란히 녹아 -그가 직접 쓴 책이 아님에도 그러하다- 굉장히 직접적이며 날카롭고 독설 적으로 느껴진다.




그것이 어떤 이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잡스가 혁신적이고 유능한 경영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고객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제품에 집중하는 모습이야 말로 잡스의 카리스마이고 최고만을 고집하는 엘리트주의에 모든 것을 통제하고 좋아하는 독재자의 모습을 가졌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잡스와 일하기 원하는 이유가 아닐까?




스티브 잡스,

어떤 이는 그를 천재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미치광이에 가깝게 묘사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는 스티브 잡스는 뛰어난 경영인자 소비자의 마음을 잘 사로잡는 천재임에 틀림없다.




진정한 만족을 누리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단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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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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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단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의 책이라니 ‘우와’ 하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게 된다. 더군다나 이번에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니 영화가 원작을 얼마나 잘 그려냈는지 비교해보기 위해 책을 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가벼운 맘으로 집어든 책은 내게 너무나도 멀고 높아 보이는 ‘노벨 문학상’ 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전혀 가볍지 않은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후유증을 가져다주었다.







언제나 똑같은 날이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바삐 제각각의 길을 찾아 가고 도로의 차들은 모두 신호등만 쳐다보며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신호가 바뀌고 모두가 순조롭게 출발을 했지만 움직이지 않는 한 차로 인해 도로는 순간 시끄러워진다. 사람들은 모두 짜증을 내지만 그 차안에 타고 있는 운전자는 너무나도 위태로워보였다. 팔을 마구 휘저으며 괴로운 얼굴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눈이 안 보여




그 후 도시엔 점점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갔고 도시는 이 <백색 질병>의 원인이 확인 될 때까지 눈이 먼 모든 사람과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격리시키기로 결정한다. 의사인 남편이 눈이 보이지 않아 수용소에 가게 되자 의사의 아내는 눈이 보임에도 보이지 않는 척 하고 남편을 따라 수용소에 가게 된다.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그녀가 보게 된 그곳의 생활은 너무나도 참혹했다. 그들을 격리시킨 도시는 자신도 보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식량만 던져놓고 그들을 방치했고 눈먼 자들이 살고 있는 곳은 온갖 배설물로 더러워지고 폭력과 간음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그녀는 이제 남편과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 맞서기 시작하고 결국 수용소 밖으로 나오지만 밖의 세상도 모두 눈이 멀어 버렸다.







그저 단순히 모두가 눈이 멀게 되고 혼자 볼 수 있게 된 여자의 이야기라 치부하기엔 이 이야기가 주는 무게는 너무나도 크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안 보이게 됐지만 그것으로 인해 잃은 것이 너무나도 컸다. 이들은 도덕성을 잃었으며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자존심을 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잔혹한지를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의사의 아내를 통해 그동안 눈먼 자들을 통해 보았던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과 폭력적인 성향이 아니라 희생과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손을 들어 두 눈을 가려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추악한 인간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눈을 뜬 후에 환호를 지르며 기뻐하는 순간 몰려오는 외로움에 눈물을 흘리고 마는 의사의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모두가 눈을 뜬 것이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씁쓸함이 밀려왔다. 아, 정말이지…… 주제 사라마구, 당신은 정말 뛰어난 작가이다. 당신의 글 하나에 왜 이토록 씁쓸함이 밀려오는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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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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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게 살벌할 때도 있지만 가족에게 둘러싸여 있는데도 고독한 건 더 살벌해요.

 

얼마 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막을 내렸다. 그 드라마를 제대로 본적 없지만 그 유명한 <똥 덩어리 바이러스> 동영상은 본적이 있다. 음대 출신이지만 결혼 후 시어머니 병수발에 남편 뒷바라지, 아이들을 키우느라 첼로를 만져보지도 않은 정희연은 두근대는 맘으로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실력이 뛰어나고 오만한 지휘자 강마에는 정희연씨의 연주를 듣고 똥 덩어리라고 한다. 말끝마다 아줌마 아줌마 하는데 정희연씨는 이렇게 외친다. “나 아줌마 아니야, 난 정희연이야” 굉장히 우습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참 슬퍼지기도 한 장면이었다. 

 

 

한 아이가 축복을 받으며 이 세상에 태어나고 그 아이는 곧 이름이 생겼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곧 결혼을 했고 그 후로 그 아이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누군가의 아내로 불린다. 시간이 좀 더 지나 남편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고 그 후 누구의 엄마로 불리고 그 아이가 자라 그 아이의 아이가 태어나면 누구네 할머니로 불리고……. 여자의 삶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건 결혼 전까지 만일까?



<도피행>에 등장하는 타에코 역시 결혼 후 자신의 이름을 잃었다. 나이가 들자 남편과 아이들은 타에코를 무시했고 뭐든지 다 갱년기 증상으로 받아들였다. 타에코를 무시하지 않고 사랑해주는 존재는 강아지 포포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아이의 괴롭힘에 포포는 그 아이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생긴다. 여론은 개가 아이를 죽였다며 키운 주인까지 비난했고 가족들은 포포를 안락사 하기로 결정을 내린다. 그 후 이 책은 타에코가 포포를 데리고 가출을 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가는 길에 맘 좋은 사람을 만나 차를 타고 가기도 하고 나쁜 사람 때문에 포포가 다시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친척아이의 집에 찾아가지만 그 친척도 포포를 거부하고 결국 타에코는 친척이 감추고 싶었던 치부를 들쳐 내며 협박 아닌 부탁을 하게 된다. 결국 남편이 타에코를 찾아오고 타에코와 포포는 산으로 도망가다 한 별장을 만나게 된다. 천애고독에 까칠한 성격의 도공을 이웃으로 안식을 찾게 된 포포와 타에코…….  하지만 그 안식도 이내 끝나고 만다. 바뀐 생활 탓에 노견이었던 포포는 여러 질병을 얻게 되고 타에코는 몇 년 전 수술을 했던 것이 완치가 된 것이 아니라 생이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었다. 결국 타에코는 먼저 생을 떠났고 포포는 도공이 키우게 된다.




<도피행>을 읽으며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 또한 어릴 시절 자신의 이름으로 불렸는데 어느새 그 이름은 주민등록증에서나 찾아볼 수 있고 누구네 엄마로 불리는 엄마의 모습 말이다. 그리고 이내 두려워졌다. 나도 결혼 후 그런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 나의 모습이 타에코의 딸들과 다르지 않기에 미안한 맘이 가득했다. 오늘은 꼭 엄마한테 전화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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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애무
에릭 포토리노 지음, 이상해 옮김 / 아르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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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란 무엇이고, 어머니란 무언인가, 아버지는 어머니가 될 수 있는가, 될 수 있다면 부드러운 혹은 걷잡을 수 없는 광기에 빠져들지 않은 채 과연 어디까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난 펠릭스는 아버지의 사랑을 알지 못했다. 펠릭스의 엄마는 펠릭스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펠릭스를 사랑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 서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엄마의 말이었지만 펠릭스는 자신이 엄마에게 거추장스러운 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펠릭스에게 자유분방한 마리가 다가왔고 마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인 콜랭을 남기고 사라졌다. 펠릭스는 아버지의 아들로 지낸 경험이 없기에 콜랭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매일 엄마를 찾으며 우는 콜랭을 보며 결국 펠릭스는 여장을 했고 낮엔 아빠 펠릭스로 밤엔 엄마 마리로 살아가게 된다.




 어느 날 진짜 엄마 마리가 나타나고 콜랭은 이제 더 이상 가짜 엄마 마리에게 안겨오지 않는다. 펠릭스가 제안하는 놀이는 이젠 다 싫다고 말을 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 진짜 엄마 마리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이가 너무 떼쓴다며 또 하룻밤, 또 하룻밤을 보내며 콜랭에게 주려고 주머니에 넣어둔 초콜릿은 으깨져 손가락 끝에 묻어나 손을 씻으면서 매어오는 목을 다스려야 했다.




얼마 후 콜랭이 뺑소니로 목숨을 잃었다. 마리는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했고 펠릭스는 일에 매달렸다. 그런 펠릭스를 보던 회사 동료들은 그에게 휴가를 권유했고 펠릭스는 집에서 쉬게 된다. 집에서 쉬는 동안 펠릭스는 그동안 꽁꽁 감싸두었던 콜랭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허리가 안 좋아 어린 콜랭이 쓰던 유모차를 끌고 장 보러 가면서 과일가게 아내에게 뽀뽀의 대가로 체리를 한 움큼씩 얻어내던 콜랭을 떠올렸고 공원으로 산책을 갔을 땐 몰래 훔쳐봤던 배트맨, 사냥꾼으로 변신한 콜랭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 밤중엔 아빠를 목 놓아 부르던 콜랭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그리고 한 형사가 다시 콜랭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기억의 한구석에 숨어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고가 난 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말이다. 펠릭스는 마지막이라고 속으로 되 뇌이며 정성스럽게 치장했다. 하지만 붉은 애무가 입가에 살짝 번졌다. 거울 속에는 어린 콜랭이 안겨오던 가짜 엄마 마리의 모습이 보인다.







펠릭스의 모습은 너무 서글프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본 적 없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해 콜랭을 사랑한 펠릭스였다. 엄마를 찾으며 우는 콜랭을 위해 여장을 했고 나중에 진짜 엄마가 마리가 찾아왔을 때 자신을 외면하는 콜랭을 보며 배신감을 느꼈던 펠릭스였다. 콜랭에게 주었던 사랑이 콜랭에게 받은 배신감에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지만 그 광기어린 사랑조차 너무나도 서글프게 느껴진다.




편부모의 가정에서 자랐다고 그것이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예전 MBC 느낌표에 나왔던 원종현군처럼 눈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뿐이지만 그 어머니를 창피하다 여기지 않고 바르게 잘 자라는 아이들도 있지 않은가, 그 외에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




소설 중반 펠릭스에게 콜랭이 다니는 유아원 원장이 찾아와 질타하는 장면이 나온다.




“콜랭은 지나치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아이의 정신은 아버님이 주시는 모든 것에 의해 마비되어 있어요. 전 저녁때 콜랭을 데리러 오실 때마다 아버님을 관찰해요. 그러다간 아이가 애정에 질식하고 말 겁니다. 아버지가 응석을 받아주고 어루만지고 위로해 주는거, 어디서 보신 적 있으세요? 아버지가 엄마는 아니잖아요. 마레스코씨, 아버지는 접촉하지 않아요. 특히 아들일 경우에는. 아버지가 아들과 가지는 접촉은 오로지 목소리뿐이에요. 손은 아니에요. 결고 아니에요. 목소리도 너무 부드러워선 안 돼요. 경우에 따라서는 꾸짖기도 하는 남성적인 목소리가 필요해요. 콜랭은 아버님을 두려워하기도 해야 해요. 아버님은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길을 보여주세요. 아버님은 본보기예요. 아이에 앞서서, 부득이한 경우에는 나란히 서서 똑바로 걸으셔야 해요. 아이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보고 자신을 건설해요. 아버지는 쓰다듬지 않아요. 마레스코 씨. 그리고 뽀뽀도 해주지 않죠.”




그녀는 펠릭스에서 아버지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며 마구 질타한다. 그런 그녀의 말을 들으며 펠릭스는 생각한다. 나는 늘 아버지의 뽀뽀가 그리웠다고 말이다. 아버지의 사랑은 이런 모습이고 어머니의 사랑은 이런 모습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의 성격이 모두 다르듯 그 사람이 줄 수 있는 사랑의 모습도 모두 다 제각각이다. 아버지이지만 다정한 사랑을 줄 수 있고 어머니지만 엄한 사랑을 줄 수 있다. 중요한 건 역시 사랑한다는 표현, 이 사람은 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린시절 사랑을 받지 못한 펠릭스, 그리고 콜랭에게 퍼부었던 지나친 사랑……. 부족함도 지나침도 없이 사랑을 주었더라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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