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시아 - 인간의 종말
이반 자블론카 지음, 김윤진 옮김 / 알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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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유명했다가 덧없이 사라진 그녀의 운명은 묘하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그녀는 죽은 순간에야 태어났다.
P.9



우리는 지금도 뉴스를 통해 많은 사건사고들을 보게 됩니다. 그것을 통해 그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이 세상에 존재했던 누군가를 알게 되죠. 레티시아 페레 또한 그랬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불행하게 자라왔는지 많은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녀가 죽고 나서야 그녀를 알게 되었죠. 이 책은 레티시아라는 한 소녀가 태어나고 자라며 죽는 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록입니다. 모두 실화인 거죠.

레티시아 페레라는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레티시아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어머니 실비는 아버지 프랑크는 그다지 좋은 부모는 아니었죠. 실비는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에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레티시아와 쌍둥이 언니 제시카를 낳아 기르다 아이와 자신을 폭행하는 프랑크와 헤어져 살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우울증에 빠지고 쌍둥이 자매는 아버지 프랑크가 키우죠. 좋지 못한 직업을 가졌든 아니든 프랑크는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도 관심이 없었으며 폭력적이었죠. 결국 이 자매는 고아원으로 가게 되고 그러다 위탁가정인 파트롱의 집에서 자라게 됩니다.

파트롱의 집에서 자라면서 자매 그 전보단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비록 파트롱이 자매를 너무나도 억압했지만요. 어쨌든 레티시아는 18살이 되었고 열심히 직업교육을 받았으며 한 호텔에서 일을 했고 그녀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었죠. 하지만 레티시아는 어느 날 새벽 쓰러진 스쿠터만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녀를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녀가 살고 있던 지역은 그녀의 실종 사건으로 떠들썩해집니다. 그러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토니를 찾아내고 그가 훔쳐서 타고 다니던 차에서 레티시아의 피가 발견되면서 그녀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점점 낮아졌죠. 그녀를 납치,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토니는 꽤나 악독하고 머리가 좋은 인간이라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비웃습니다. 사건은 점점 커져 사르코지 대통령까지 언급하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이 책에도 나오다시피 사르코지가 정말 레티시아가 걱정이 돼서 그렇다기보단 이 일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어떤 위기감을 심어주고 들고일어나게 만들며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뭔가를  바꾸려는 의도였죠.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지 않는 레티시아는 토니의 삶을 추적하던 중 그가 잘 가던 호수에서 발견이 됩니다. 그 안에서 토막이 난 레티시아를 찾아낸 것이죠. 그러면서 레티시아 자매를 키운 파트롱이 사실은 그녀들을 성추행하고 강간해왔단 사실이 밝혀지게 되죠. 어린시절부터 학대를 당하고 폭력적인 상황에서 자라 불안정한 자매를 파트롱은 안전한 자신의 집을 댓가로, 자매들은 그 안에서 살 수 있다는 이유로 그것을 묵인하며 자라온 것이죠.

레티시아의 경우는 스토리텔링이 기가 막히게 용이했다. '괴물'의 손아귀에 떨어진 '천사', '미치광이'에 의해 살해된 '순결한 소녀', 기분 나쁜 커플로 묶인 두 인물의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관계도에서 희생자와 살인자는 죽음 속 단짝이 된다. 소녀의 실종과 발견되지 않는 시신을 둘러싼 서스펜스, 사건의 재빠른 정치화, 비탄에 빠진 가족들.. 이만하면 소비될 준비가 된 이야기다.
P.129

저자는 살인자 토니의 삶 또한 이야기합니다. 토니의 어머니는 친부에 의한 성폭행으로 토니의 형을 낳았고 한 남자와 결혼을 해 토니를 비롯한 다른 남매들을 낳았지만 토니 친부의 폭력성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죠. 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던 토니는 그것이 참 싫었습니다. 그 일은 어머니에 대한 강한 미움을 가지게 했고 이후 토니는 정상적인 여성과 올바른 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가 만나는 여자들은 매춘부들과의 돈을 댓가로 한 만남들이 대다수였고 여자친구가 있다 하더라도 그의 폭력성때문에 오랜 관계가 지속되지 않았죠. 레티시아를 만나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왜 살해한 건지 토니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발견된 레티시아의 시체에서 수많은 폭행의 흔적이 나타났기에 죽기 전까지 레티시아가 큰 고통을 당했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토니는 수많은 전과를 가진 범죄자였지만 거기다 여혐사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죠.

어쨌든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범죄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된 소녀가 살아있었을 적의 삶과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거기다 어느 여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여성을 혐오했던 남자가 저지른 사건이기에 더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책은 가독성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사건의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거나 전기처럼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레티사이의 사건 수사 진행 - 그녀의 어린 시절 - 그녀의 흔적(페북 등), 주변인의 증언 등을 오간다.) 이야기하기에 집중력을 잃고 책을 읽는다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쉬이 읽어낼 수 있는 책은 아니죠.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레티시아들이 죽어가고 있을겁니다. 다만 그녀들은 대중들에게 존재하지 않을 뿐이지요. 마지막으로 책 속의 추천의 말을 대신 전합니다. 레티시아는 결국, 언제나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모든 여성이자, 우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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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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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렇다면 좀 물어보겠는데, 진실이란 게 뭐지? 그걸 누가 판정하는 건데? 결국은 기록된 것만이 진실이야. 기록되어서 사람들이 인식해주었을 때, 그게 바로 진실이야. 이 폐허를 봐, 이 건물에는 어떤 진실이 있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을 채 사라져버린 것은 진실이라고 할 수 없어. 그런 의미에서 대다수의 범용한 인간들은 아무런 진실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버리는거야. "
p. 489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단지 책을 읽을때 일본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편이고 워낙 다작하는 작가라 그런지 도서관에 이분의 책이 많아 자꾸 읽게될 뿐이죠. 이 분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건 용의자 X의 헌신뿐입니다. 어쨌는 올 초에 나온 라플라스의 마녀까지 다 읽었습니다.


책은 마도카라는 소녀가 엄마와 외갓집을 갔다가 토네이도로 엄마를 잃는 이야기로 시작이 되죠. 시간이 흘러 이 소녀는 꽤나 묘한 소녀로 성장했습니다. 이 소녀가 얼마 후 비가 온다하면 비가 오는 등 예측한대로 일들이 진행되죠. 그리고 한 편에선 유명 프로듀서의 사망사건이 일어납니다. 많은 나이에 어린 여자와 결혼해 온천 여행을 갔다가 황화수소 중독사고로 죽고만거죠. 이 어린 부인은 남자의 돈을 보고 결혼한거라 이 여자가 의심스럽지만 야외에서 남편을 황화수소로 죽이는게 불가능하기에 이 사망사건은 그냥 사고로 처리됩니다. 하지만 죽은 남자의 노모로부터 편지를 받은 한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게 되죠.


그리고 이 사망사건이 일어난 지역으로 아오에 교수가 자문으로 조사를 오게되고 여기서 마도카를 만나게 되고 두번째 황화수소 사건으로 한 배우가 사망하면서 아오에 교수와 그 경찰의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됩니다. 엄청난 추리를 하거나 사건 해결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이들의 조사로 독자들은 인물들의 관계나 다들 몰랐던 이야기들이 드러나죠.


일본 추리소설 작가라 하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표적 인물이지만 전작인 나미야 잡화점만 봐도 이 작가는 추리소설만 쓰는 작가가 아닙니다. 이 라플라스의 마녀도 그래요. 그냥 미스터리 소설이죠. 앞에 모든 사건의 범인이 누구라는게 드러나고 공범도 밝혀지기에 추리할 구석은 없어요. 그렇담 독자가 추리할건 범행을 어떻게 저질렀는가에 대한것인데 그건 뇌와 과학으로 넘어가기에 추리 불가능입니다. 이 사람이 뇌가 너무 뛰어나 자연현상까지 예측하고 그것을 이용해 살인할거란걸 전혀 생각도 못했다죠.



다시 한번 읽을 정도나 소장할 정도로 뛰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흡입력 있고 킬링타임용으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죠. 다작을 하는데 이렇게 신선한 소재로 재미있는 소설을 쓴다는 점에서 대단한 작가이긴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 나오면 좀 늦겠지만 전 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다시 한번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라고 얘기하겠죠? 라플라스의 마녀는 아니지만 그건 확실히 예측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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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트래블러 : 위대한 유산 세트 - 전2권 타임 트래블러
윤소리 지음 / 필프리미엄에디션(FEEL)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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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돌아가고 싶다.
일정한 질서와 규칙, 그리고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아름다운 변주를 갖고 있는 일상,
견고한 일상, 등을 기댈 수 있는 일상으로.
누군가 나를 기다려 주고 있는, 발밑이 단단한 땅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본문 중에서



가끔은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유행하는 회귀 판타지 소설처럼 말이죠. 물론 그런 죽을뻔한 위기를 겪으면서까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건 아니지만 다시 한번 시작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잘해낼 수 있을것 같아요. 어떤 특정한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평온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한 여름 저녁, 해는 지기 시작하고 시원한 바람은 살랑 불어오며 엄마가 해준 맛있는 된장찌개에 호박쌈을 싸먹던 어린시절의 그 평온했던 순간 말이죠. 그리고 그땐 진짜 어렸기 때문에 뭐든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것 같네요.

윤소리 작가의 타임 트래블러의 주인공 민호(여자입니다)는 바로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랍니다. 민호의 말에 의하면 옛 물건들을 만져보면 시간의 길이 보이고 그걸 따라서 과거로 갈 수 있다고 하죠. 어쨌든 민호에게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가 차에 치여 돌아가신 바로 그날 말이죠. 다시 돌아간다면 엄마를 밖에 못나가게 하고 싶은데 첫 시간이동 이후론 다시 그  시절로 가질 못했다죠. 이 책의 남자 주인공 이완은 이런 민호의 능력이 꼭 필요한 남자입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유산을 남겼는데 그것에 대한 유언은 화각함 안에 들어있죠. 이 화각함의 열쇠를 찾아 유언을 읽으면 그것은 이완의 것이 되는거고 열쇠를 찾지 못하면 집안의 유물 3,500여점이 메트로폴리탄에 기증이 됩니다. 아버지가 오늘 내일하기 때문에 빨리 이 열쇠를 찾아야 하는데 아버지도 평생을 못 찾은 열쇠를 이완이 찾아야 하는거죠. 그런 이유로 이완은 민호를 만나게 됩니다.

사실 민호 성격이 좋게 말하면 정말 좋은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호구입니다. 못생긴 김준일 조교를 짝사랑해서 그 조교가 민호의 타임 트래블러라는 것을 이용하는데도 다 해주죠. 이완의 일도 김준일 교수의 부탁으로 하게 된거였죠. 어쨌든 민호는 시간여행을 했고 그것을 통해 이완의 할머니가 몸종으로 있던 집의 덕희라는 아가씨를 만나게 됩니다. 

시간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이완까지 함께 일제시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둘이 다시 현대로 돌아오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이 속에서 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그 일들이 모두 스포가 되기 때문에 더이상 말하진 않겠습니다. 여튼 이 모든 일을 통해 둘 사이엔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는거죠. 

어찌보면 뻔하디 뻔한 로맨스 소설입니다. 그래도 이 소설이 흥미롭게 다가오는건 시간 여행과 여주인공 민호의 성격때문인것 같아요. 뭔가 호구이지만 호구같지 않은 호구? 그런 민호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고 또 어떻게 차도남 이완의 마음을 녹이는지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재미나게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보니깐 또 2부가 있더라구요. 주말이나 연휴에 길지도 않은 분량이라 쭉 이어서 달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책 읽기를 시작하는 초보 여성분들이 읽으시면 딱인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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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그라운드
S.L. 그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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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행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그것도 중국쪽에서 유행하는거라 한국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이 죽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미국에도 퍼졌고 그나마 안전한 곳은 머나먼 아프리카뿐입니다. 이 상황에 우리가 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이쯤되면 모두 혼란과 패닉상태이고 정부는 믿을 수 없으니 비상식량 사두고 집 문을 닫아버려야죠. 아님 종교에 귀의하고 천국 가길 바라던지요.

언더 그라운드는 이런 내용의 책입니다. 다른점은 소설 속 등장인물은 이런 사태에 전부터 걱정 있던 사람들이라 `성소`라 부르는 초호화 피난처를 구입한 사람들이란 겁니다. 하지만 책 소개에 약간 속은게 있습니다. 분명 상위 1%에게 허락된 안식처라 해서 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나 재벌 같은 사람들이라 생각했어요. 뭔가 인식하지 못했던 과거의 원한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추리한다 생각했는데 그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이 성소의 입주자 중엔 가진 모든걸 팔아 간신히 입주한 가족도 있었고 부유하지만 상위 1%까지 들어갈 사람은 없죠. 이 성소도 초호화라지만 읽다보면 그런 느낌은 안듭니다. 아직 짓다만 곳도 있고 엘리베이터도 되지 않거든요. 그래도 이건 그다지 중요한것은 아니니 그냥 넘어가죠.

일단 성소에 모인 사람들 중 정상적인 사람이 보이질 않아요. 모든 사람들 중 거스리 가족이 가장 큰 문제죠. 성소안에서 벌어질 사건들 중 핵심적인 트러블메이커의 역할을 맡고 있거든요. 난폭하고 인종차별적 성향을 가진 아들 브렛과 소극적이고 가족의 말이 다 맞다 생각하는 지니, 광신도 같은 엄마 보니와 가부장적인 캐머론 거스리 가족 말입니다. 일단 브렛이 온잦 문제를 다 일으키고 다녀요. 한국계 혼혈인 재이를 무시한다던가 타이슨의 딸 세리타의 보모로 어쩔수 없이 성소에 오게 된 케이트를 늘 음흉한 눈으로 보다 강간미수까지 하게 되거든요. 지니가 게임하는것을 봤단 이유로 보니는 밤중에 오락실에 불을 지르고 덕분에 성소에 와이파이가 끊겨버리고 맙니다. 거기다 이 성소 책임자인 그레그가 죽은채로 발견이 되고 성소에서 나갈 패스워드를 잊어버리고 이들은 갇히고 맙니다.

안그래도 이상하고 까칠하고 난폭하며 편집증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는데 여기에 사건이 또 하나 일어납니다. 이 성소의 입주자가 아닌 성소 공사를 하던 루벤이 숨어있다 들킨거죠. 이 일만으로도 사람들이 예민해져 있는데 더 대박 사건이 터집니다. 마무리 공사때문에 왔다가 갇힌 윌이 폭탄을 터뜨려 탈출을 시도했다 결국 수도 시설의 고장으로 물을 쓸 수 없게 된거죠. 와이파이가 끊겨 외부와 연락할 수도 없는데 물은 이제 쓸 수 없고 진짜 탈출을 위해 노력해야할 때가 온거죠. 하지만 바이러스를 피할 정도로 땅속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이 성소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습니다. 거기다 캐롤라인이란 노부인이 죽는 일이 생기죠. 그래도 이 노부인은 성소에 올때부터 아팠던지라 그다지 의심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소 안의 트러블메이케 브렛까지 죽은채로 발견이 됩니다. 분명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가 있는데 누군지 가늠도 되지않습니다.

이 소설의 특이점은 이 살인이 계속 이어질때 등장합니다. 원래 이런 소설엔 탐정역할 하는 사람이 한명쯤 있어야 하는데 여긴 그런게 없습니다. 윌이 자연스레 리더 역할을 하기에 이 사람이 탐정역할일 줄 알았는데 중요한 순간에 멘붕에 빠져 술만 마시는 알콜중독자가 되어버리더라구요. 그나마 가장 이성적으로 보이는건 재이와 그의 어머니 스텔라, 케이트뿐입니다. 과연 이들은 살인자의 손에서 살아남고 탈출에 성공할까요?

등장인물이 평범해 이 소설은 추리소설로 보기보단 스릴러로 봐야합니다. 실제로 알라딘에서도 스릴러로 되어 있고요. 그래도 수많은 전염병이 유행하는 요즘 이런 상황에 빠진다면에 대해 한번은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책을 보면 차라리 모르는 사람들이 여럿 모이는 이런 성소가 더 위험하단 생각이 들긴합니다. 소설은 열린 결말인듯 싶습니다. 범인은 밝혀지지만 새로운 살인을 예고하는 듯 하거든요. 이 책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 한다는데 영화를 통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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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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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저 애의 양심은 세상 물정에 물들어 있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어봐. 그러면 저 앤 구역질을 느끼며 울지 않을 거야. 어쩌면 세상에서 - 옳지 않은 일을 보아도 울먹이지 않을거야. 앞으로 몇 년만 나이를 더 먹어봐. 그렇게 되지 않을테니." P.380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에 출간해 1961년 퓰리처 상을 수상하고 1962년 그 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상을 받았으며 그레고리 팩 주연 동명의 영화로 아카데미 상까지 받은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작품이다. 또 출간한지 2년만에 5백만 부 이상이 팔렸고 100주에 걸쳐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으며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단다. 거기다 성경 다음으로 독자의 마음을 바꾼 책에 꼽혔단다. 책은 이렇게 어마하게 유명하지만 사실 저자인 하퍼 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녀는 이 책 외에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다가 앵무새 죽이기의 20년 후 이야기인 [파수꾼]이 얼마전 발표되었고 또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작고했기 때문이다. 굉장히 잘 쓰여진 책이라 하퍼 리의 또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했기에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 단 두 작품뿐이라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여튼 이리도 유명한 책을 이제야 읽었다. 독서모임의 책으로 선정되지 않았더라면, 파수꾼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정말이지 안 읽었을 책일 수도 있다. 193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이 가장 크게 다루는 주제가 바로 편견과 권리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주제가 아니다.) 이 당시 미국 남부는 법적으로는 평등하지만 아직까지 흑인을 무시하던 곳이었다. 책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일도 안하고 건달처럼 지내는 백인이 성실한 흑인보다 권리가 앞서는 곳이고 궂은 일은 당연히 흑인이 하는 것이며 깜둥이라고 부르는 평등하지 못한 시대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너무나도 심각하지 않게 등장하는 이유는 주인공이며 화자인 스카웃이 8살된 소녀이기 때문일 것이다.(8살인것치고 말을 너무 잘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편견을 가지고 사람들이 안 좋게 보는 인물이 흑인만이 아니어서 그런걸 수도 있겠다.


스카웃은 아버지 애티커스와 오빠 젬과 셋이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다. 아버지 애티커스의 직업은 변호사이며 집에서 늘 책을 읽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카웃은 책도 잘 읽고 또래답지 않게 많은것을 생각하는 아이다. 어느날 친척집에 머물게 된 딜을 알게 되고 이들의 놀이는 스카웃의 이웃인 부 래들리를 집에서 나오게 하는 것이 되게 된다. 부 래들리는 예전 자기 아빠를 찔렀다는 미친 사람인데(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확실하게 등장한게 아니라 동네에서 소문 잘 옮기는 아주머니가 한 이야기라 신빙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밖을 나오지 않는다.) 동네 아이들에게 이 집은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아이들 셋은 부 래들리의 집을 맴돌고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는 흑인 톰 로빈스의 변호를 맡게 된다. 동네에 그다지 좋지 않은 이웰집안의 메이옐라라는 여자를 강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도 진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가 이야기 하거나 각자의 시점이 등장하면 진실이 나오겠지만 이 이야기도 스카웃이 전해 듣고 재판에서 본 내용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튼 애티커스는 톰 로빈스가 메이옐라를 강간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오히려 메이옐라가 톰 로빈스를 유혹했다고 하지만 배심원들은 톰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편견은 흑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웰 집안은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교육도 받지않는 그런 집안이었기에 동네의 다른 백인에 비하면 더 많은 편견과 차별을 받는 집안이었다. 마지막 재판장에서 자신을 몰아간 애티커스에 대한 분노로 스카웃과 젬을 노리는데 그때 부 래들리가 이 남매를 지켜주고 그 과정에서 밥 이웰이 죽게된다. 확실하게 부 래들리와의 다툼에서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보안관은 밥 이웰이 혼자 넘어져서 죽은 것으로 결론을 낸다. 착실한 기독교 집안에 번듯한 직장이 있고 전통있는 가문이었다면 그렇게 결론을 내지 않았을테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백인이라는 이유로 성실한 톰 로빈스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졌다는 것만 봐도 흑인이 가장 차별받는 존재라는걸 알 수 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이지만 원서 제목은 To kill a mockingbird이다. 앵무새가 아니라 흉내지빠귀새를 이야기하는데 헝거게임에선 이 흉내지빠귀새가 혁명의 상징이었는데 이 책에선 가련하고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아 죽이면 안되는 약한 존재를 말한다. 바로 성실한 흑인 톰 로빈스나 집안에만 있던 부 래들리같은 사람들 말이다. 1960년대에 쓰여졌고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여전히 편견과 차별은 존재한다. 그리고 많은 앵무새들이 상처받고 죽어가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거 별거 없다지만 50년이 지나도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것에서 조금은 씁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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