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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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저 애의 양심은 세상 물정에 물들어 있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어봐. 그러면 저 앤 구역질을 느끼며 울지 않을 거야. 어쩌면 세상에서 - 옳지 않은 일을 보아도 울먹이지 않을거야. 앞으로 몇 년만 나이를 더 먹어봐. 그렇게 되지 않을테니." P.380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에 출간해 1961년 퓰리처 상을 수상하고 1962년 그 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상을 받았으며 그레고리 팩 주연 동명의 영화로 아카데미 상까지 받은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작품이다. 또 출간한지 2년만에 5백만 부 이상이 팔렸고 100주에 걸쳐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으며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단다. 거기다 성경 다음으로 독자의 마음을 바꾼 책에 꼽혔단다. 책은 이렇게 어마하게 유명하지만 사실 저자인 하퍼 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녀는 이 책 외에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다가 앵무새 죽이기의 20년 후 이야기인 [파수꾼]이 얼마전 발표되었고 또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작고했기 때문이다. 굉장히 잘 쓰여진 책이라 하퍼 리의 또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했기에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 단 두 작품뿐이라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여튼 이리도 유명한 책을 이제야 읽었다. 독서모임의 책으로 선정되지 않았더라면, 파수꾼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정말이지 안 읽었을 책일 수도 있다. 193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이 가장 크게 다루는 주제가 바로 편견과 권리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주제가 아니다.) 이 당시 미국 남부는 법적으로는 평등하지만 아직까지 흑인을 무시하던 곳이었다. 책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일도 안하고 건달처럼 지내는 백인이 성실한 흑인보다 권리가 앞서는 곳이고 궂은 일은 당연히 흑인이 하는 것이며 깜둥이라고 부르는 평등하지 못한 시대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너무나도 심각하지 않게 등장하는 이유는 주인공이며 화자인 스카웃이 8살된 소녀이기 때문일 것이다.(8살인것치고 말을 너무 잘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편견을 가지고 사람들이 안 좋게 보는 인물이 흑인만이 아니어서 그런걸 수도 있겠다.


스카웃은 아버지 애티커스와 오빠 젬과 셋이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다. 아버지 애티커스의 직업은 변호사이며 집에서 늘 책을 읽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카웃은 책도 잘 읽고 또래답지 않게 많은것을 생각하는 아이다. 어느날 친척집에 머물게 된 딜을 알게 되고 이들의 놀이는 스카웃의 이웃인 부 래들리를 집에서 나오게 하는 것이 되게 된다. 부 래들리는 예전 자기 아빠를 찔렀다는 미친 사람인데(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확실하게 등장한게 아니라 동네에서 소문 잘 옮기는 아주머니가 한 이야기라 신빙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밖을 나오지 않는다.) 동네 아이들에게 이 집은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아이들 셋은 부 래들리의 집을 맴돌고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는 흑인 톰 로빈스의 변호를 맡게 된다. 동네에 그다지 좋지 않은 이웰집안의 메이옐라라는 여자를 강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도 진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가 이야기 하거나 각자의 시점이 등장하면 진실이 나오겠지만 이 이야기도 스카웃이 전해 듣고 재판에서 본 내용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튼 애티커스는 톰 로빈스가 메이옐라를 강간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오히려 메이옐라가 톰 로빈스를 유혹했다고 하지만 배심원들은 톰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편견은 흑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웰 집안은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교육도 받지않는 그런 집안이었기에 동네의 다른 백인에 비하면 더 많은 편견과 차별을 받는 집안이었다. 마지막 재판장에서 자신을 몰아간 애티커스에 대한 분노로 스카웃과 젬을 노리는데 그때 부 래들리가 이 남매를 지켜주고 그 과정에서 밥 이웰이 죽게된다. 확실하게 부 래들리와의 다툼에서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보안관은 밥 이웰이 혼자 넘어져서 죽은 것으로 결론을 낸다. 착실한 기독교 집안에 번듯한 직장이 있고 전통있는 가문이었다면 그렇게 결론을 내지 않았을테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백인이라는 이유로 성실한 톰 로빈스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졌다는 것만 봐도 흑인이 가장 차별받는 존재라는걸 알 수 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이지만 원서 제목은 To kill a mockingbird이다. 앵무새가 아니라 흉내지빠귀새를 이야기하는데 헝거게임에선 이 흉내지빠귀새가 혁명의 상징이었는데 이 책에선 가련하고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아 죽이면 안되는 약한 존재를 말한다. 바로 성실한 흑인 톰 로빈스나 집안에만 있던 부 래들리같은 사람들 말이다. 1960년대에 쓰여졌고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여전히 편견과 차별은 존재한다. 그리고 많은 앵무새들이 상처받고 죽어가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거 별거 없다지만 50년이 지나도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것에서 조금은 씁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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