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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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 P.167-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5년 작가 생활 30주년을 맞이해 80번째 작품을 썼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이니 그에 대해 나보단 다른 사람이 더 잘 알테지만 이 책은 그 전의 다른 유명한 책들과는 다르게 살인 사건이나 탐정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나에겐 살인이 없어도 흥미진진하고 책이 끝나고 난 후에도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진 그의 유일한 책이었다.

 

 

이야기는 같은 고아원 출신인 쇼타, 고헤이, 아쓰야가 어떤 사건을 저지르고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폐가에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을 찾아 숨어었는데 그 곳이 나미야 잡화점이었고 나미야 잡화점 주인 앞으로 된 의문의 편지를 받게 된다. 호기심에 편지를 뜯어보니 달 토끼라는 사람이 쓴 올림픽 대표 팀 선발전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친구 사이에서의 고민을 담은 편지였다. 야스야는 그것을 무시하자고 하지만 쇼타와 고헤이는 달 토끼에게 답장을 하고 그러면서 그들은 편지를 주고 받는 이들의 사이에 40년 정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양아치처럼 살아가는 자신들에게 무슨 조언을 구할까 싶지만 셋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써준 편지에 그래도 고마움을 느끼는 달토끼를 보며 그들은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중 이 세 명에게서 조언을 받은 것은 1,2,5장의 이야기뿐이다. 3장은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인 할아버지의 이야기이고 4장은 할아버지에게서 조언을 받은 한 소년이 이제는 청년이 되어 다시 나미야를 방문했다가 자신이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동안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처럼 이 책은 아주 쉽게 읽힌다.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을 수 있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전혀 복잡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진행이 된다. 거기다 특별한 날에만 받을 수 있는 편지이고 마침 그 날, 세 명의 청년이 잡화점에 머물면서 여러 사람에게 답장을 써준다는 것도 뭔가 기적 같다. 그 전 할아버지와 같은 따뜻한 조언이 아닌 투박하고 질타하는 듯한 조언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뭔가를 깨닫는 사람들을 보면 앞서 썼던 글귀처럼 모두 자기 안에 답을 미리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이 옳다는 것을 확인 받기 위해 편지를 쓴다는 말에 크게 공감을 했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각 장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부분들을 찾는 것이었다. 달토끼의 편지를 받고 그 시대가 언제인지 유추하기 위해 좋아하는 노래를 물었는데 그 노래가 다른 장에 또 등장을 한다거나 대부분 인물들이 서로에게 연관이 되어 있다. 잡화점에서 할아버지 대신 편지를 써 주고 있는 인물도 고아원인 환광원 출신이고 2장의 생선가게 예술가가 봉사하러 간 곳도 환광원이었으며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여자가 차린 곳도 환광원이다. 4장의 고스케가 도망쳐 결국 머물게 된 곳이 환광원이었으며 이 세명의 조언을 받고 부자가 되어 망해가는 환광원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환광원 출신인 길 잃은 강아지였다. 또 각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부유하지 않다. 5장의 길 잃은 강아지가 부자가 되긴 하지만 잡화점의 조언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부자가 되고 싶지만 될 방법이 없는 사람이었다. 꿈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향해 노력은 하지만 그게 맘대로 쉽게 되지도 않고 재능도 없으며, 꿈이 없는 사람들은 어려워진 경제상황에 직장도 잃고 미래가 불투명하고 두렵기만 하다. 이 잡화점에서 편지 하나 받는다고 당장 미래가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들은 편지 하나에 희망을 가지기 시작한다.

 

만일 이런 잡화점이 지금 우리 동네에 있다면 나는 어떠한 고민을 편지에 쓸까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이런 잡화점과 같은 사람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나미야 잡화점과 같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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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주말여행 -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셀프 여행법
안혜연 지음 / 시공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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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도 이렇게 서슴없이 한국을 누비고 다니는데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국내 여행에 차가 필수라고 생각하는 건지. 오기가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를 여행하려면 차가 있어야 해!”라고 단언하는 사람들에게 반기를 들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어요. 몸소 보여줘야겠단 핑곗거리를 만들어 지난 1년간 호기롭게 버스를 타고 전국 여행을 다녔습니다. -P.4-

 

 

나는 그다지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는 편인데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교통문제 때문이다. 운전을 하고 차도 있지만 운전에 능숙한 편이 아니라 가까운 근거리 외에는 운전을 해서 여행을 간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고 버스로 여행을 다니는 건 꽤나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이야 근거리는 지하철들도 있고 KTX같이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는 교통편이 많이 있지만 내가 사는 강원도에서 특히나 거제도 같은 반대편으로 가려면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여행지에 도착했다고 쳐도 각 관광지를 다니려면 시내버스며 택시며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해야하는데 그것도 사실 참 난감한 일이다. 부산처럼 지하철이나 버스가 많은 곳이면 괜찮지만 하루에 버스가 몇 대 없고 시간도 띄엄띄엄 있는 곳이라면 여행지에서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여행을 늘 가고 싶어 한다. 비록 여유가 넘치지 않더라도 내가 살고 있던 곳을 벗어나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설레는 감정들이 마구 솟아나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인 안혜연씨는 여행 파워블로거로 유명한 분이다. 이 책 외에 <버스 타고 제주 여행>을 쓰기도 했는데 이 책은 제목이 <버스타고 주말여행>이니 딱 주말에 맞춰 12일 혹은 23일 일정에 딱 맞춰진 책이다. 몇 가지 단점이 있다면 첫 번째는 이 분이 서울에서 살고 있으니 이 12일과 23일이라는 개념이 모두 서울에서 출발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빼고 버스로 갈 수 있는 여행지를 훑어보는 데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버스를 어디서 타야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택시를 타는 게 더 좋은지 등에 대해서도 써있다. 그 지역에 맛집에 대한 정보도 있으니 이 책만 있으면 따로 인터넷 검색이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두 번째 단점은 버스여행이니 포기해야하는 장소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동의 병산서원의 경우 하루에 버스가 4번 다니는데 그것도 하회마을로 가는 경유 시내버스이다. 병산서원에서 딱 10분간 정차하는데 빨리 볼 수 있는 사람들은 그 10분 동안 병산서원을 서둘러 봐야하고 아니면 다음 버스시간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자차로 여행을 다니는 거면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데 버스여행이니 이런 단점들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운전에 미숙한 사람이나 차가 없는 사람들, 학생들에겐 꽤나 유익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보고 가고 싶은 여행지 2곳을 정했다. 바로 군산과 부여이다. 부여는 예전에 한번 가봤지만 단체로 갔던 것이어서 엄청 유명한 몇 곳들만 가봤고 이번엔 뭔가 여유롭게 가보고 싶어졌다. 특히나 부여에 있던 강(이름은 모르겠다. 부여강인가?)에 잔뜩 피어있던 코스모스가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작가가 다녔던 코스들을 열심히 다이어리에 옮겨 적어놓고 언제가 좋을지 날짜도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뭔가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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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다이아나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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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스 룩스, 피르피르르. 어느 누구도 이 다이아나를 옭아맬 수 없어. 내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나 하나뿐……. 나만이 내가 나아갈 길을 가리킬 수 있어…….”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수면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레이스 같은 잔물결이 호수 전체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변화가 천천히 숲과 다이아나를 감쌌습니다. 호수가 달을 고스란히 삼킨 것처럼 빛나면서 숲 전체를 환하게 비추기 시작한 것이죠. 가슴 속에 딱딱한 돌처럼 응어리져 있던 것이 천천히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닫혀 있던 목이 열리고 숲의 신선하고 시원한 공기가 폐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느낄 수 있었죠. 손발에 피가 힘차게 돌기 시작했습니다. 크게 소리 내어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기분입니다. 그래요. 맞아요. 옛날에 다이아나는 이렇게 언제든 춤출 수 있는 신나고 즐거운 기분으로 살았었죠. 슬프고 괴로운 것은 줄곧 고급한 감정이라고 믿고 있었어요. 다이아나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저주를 풀었어! 나 혼자 힘으로!” - P.289 -

 

책의 저자인 유즈키 아사코는 나에겐 아주 생소한 이름의 작가였다. 사실 일본문학을 많이 읽는 편이긴 하지만(한국문학에 비하면 월등히 많이) 매번 읽는 사람들의 작품들만 읽는 편이니 내가 읽는 몇몇의 작가를 제외하면 그다지 많이 알고 있는 편은 아니다. 거기다 요즘은 인문 쪽으로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읽을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하고 있고 이 작가의 책이 우리나라엔 <서점의 다이아나>뿐이니 일본원서를 찾아보지 않는 이상 유즈키 아사코는 만날 수 없는 작가였다. 그래도 그녀의 다른 작품은 만난 적이 있었던 게 일드 <런치의 앗코짱>의 원작 작가란다. 이 두 작품으로만 이 작가를 알게 됐지만 뭔가 느낌이 오긴 한다. 런치의 앗코짱도 소심하지만 성실한 사와다가 자신의 상사인 아츠코를 만나면서 삶에 긍정정인 영향을 받게 되고 변화하는 이야기인데(그 계기가 점심 도시락이다.) 서점의 다이아나도 책을 계기로 만난 다이아나와 아야코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서로 변화하는 이야기이다.

 

다이아나는 학기 초마다 있는 자기소개 시간을 너무 싫었다. 일단 자신의 이름이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일본 아이의 이름이 아니라 다이아나인 것도 싫고 이것을 한자로 하면 큰 구멍이란 뜻을 가진게 더 싫었다. 다른 엄마와는 다르게 술집에서 일하느라 굉장히 화려한 외향을 가진 엄마도 창피했고 그런 엄마가 하라고 해서 이제는 거칠어져버린 금발의 머리도 너무 싫었다. 화려하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져 세보이지만 사실은 소심하며 혼자 책 읽기를 좋아하는 다이아나였다. 아야코는 도자기 인형처럼 예쁘고 수수하고 단정한 아이였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아빠와 사람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엄마가 있었고 이 둘은 다이아나가 부러워하는 교양 넘치는 부모님이었다. 하지만 아야코는 마음대로 뭔가를 해본 적이 없었다. 늘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어야했고 가야할 중학교는 정해져 있으며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유행하는 뭔가를 가져본 적도 없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두 소녀는 새학기 자기소개 후 다이아나의 이름을 비웃는 아이들 앞에 아야코가 앞에서 다이아나는 빨간머리 앤의 친구이름이고 자신은 그 이름이 부럽다고 이야기 하면서 친해지게 된다. 서로의 집을 오가며 둘은 베스트프랜드가 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서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달라지고 아야코가 다이아나가 자신에게 뭔가 말하지 않는 것이 생겼다는 섭섭함을 느끼면서 사이가 멀어진다.

 

서로 멀어진 채 다이아나는 불량한 학생들이 많은 고등학교를 다니며 자신의 친부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나중엔 원하는 대로 서점에 취업을 한다. 광고판을 잘 만드는 사람으로 유명해지기도 하고 서점 블로그에서 서평도 쓰며 여전히 책을 열심히 읽는다. 엄마와는 예전보다 점 더 싸우게 됐고 결국은 독립했으며 엄마와는 멀어진 외할머니를 찾아가 엄마 외의 다른 가족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친부를 만나지 못했다. 아야코는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명문대에 입학을 했다. 하지만 늘 보호받는 존재였던 아야코는 난생 처음 혼자 세상에 나가게 됐고 거절도 잘 못해 술 먹는 클럽에 갔다가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당하고도 아야코는 이 선배와 사귀게 된다. 사귀었으니 강간은 아니라는 위안을 하며 말이다. 이 클럽엔 여전히 나가고 있고 옷은 선배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는다. 당연히 외박이나 늦게 귀가 하는 일이 잦아졌고 부모님과 트러블이 생겼다.

 

그래서 이 둘은 어떻게 될까? 그 해답은 맨 위에 써 놓은 책속의 책처럼 다이아나와 아야코는 저주를 풀어버린다. 다이아나는 친부를 찾았고 그의 모습을 보고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당당히 고개를 들고 당신이 말한 행운이 가득한 아이 다이아나라고 말한다. 아야코 또한 그 클럽에서 나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 클럽을 고발했고 부모님과도 가까워졌다. 이 둘이 서로 다시 만나게 된 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우리 모두에겐 보이지 않는 각각의 저주가 있다. 마녀의 저주가 아닌 나를 내 모습 그대로 살지 못하게 하는 그런 저주 말이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조금씩 마음이 성장해가다보면 나도 언젠간 이 둘처럼 저주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중간에 절교를 해 멀어지는 일이 있었지만 그를 통해 둘은 성장을 했고 여전히 영향력을 발하는 모습을 보며 다이아나와 아야코와 같은 친구사이가 참 부러워졌다. 두 소녀의 성장기, 뭔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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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쓰기 - 공지영, 정유정, 정이현 외 11명 대표작가 창작코멘터리
이명랑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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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초기 습작의 공통점 중 하나가 다들 뭔가 특별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는 거예요. 특별한 인물에 특별한 사건. 이렇다보니까 그 소설의 내용이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세상에 이런 일이>에 등장할만한 이른바 엽기 발랄한 이야기들을 새로운 소설인 걸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P.58

 

 

한동안 글이 너무나 쓰고 싶었다. 그냥 책 읽고 쓰는 글도 제대로 못 쓰는 주제에 소설이 너무나 쓰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부터 아마추어들이 자신의 소설을 연재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많이 생겨났고 그러다 출판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얼마 되지 않아 포기했다. 소설을 쓰기엔 내 창의력을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내 삶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기엔 세상에 나처럼 재미없이 사는 삶이 있을까 싶었다. 너무 재미가 없어 주인공인 내가 아니면 읽고 싶어 할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작가의 글쓰기>의 저자인 이명랑은 작가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한국소설을 즐겨 읽지 않아 저자의 책들은 잘 모르지만 소설을 쓰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힌 작가지망생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많은 작가지망생들을 만나 설문지를 만들고 저자가 만날 작가들과의 인터뷰에 사용할 질문지를 만들었다. 정말 이 책은 작가지망생들의 질문이고 그들이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 하는 이론이 아닌 소설 창작의 디테일에 대한 질문들이 담겨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작가지망생들이 소설을 쓰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소설쓰기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간-인물-사건의 순서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소설의 공간에 대해서는 이명랑의 <삼오식당>,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 정유정의 <28>, 명지현의 <교군의 맛>, 이평재의 <눈물의 왕>이 있고 소설의 인물에는 구효서의 <랩소디 인 베를린>, 방현석의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심윤경의 <사랑이 달리다>에 대한 인터뷰가 실려 있다. 마지막으로 소설의 사건에는 공지영의 <도가니>, 김다은의 <금지된 정원>,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가 있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는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였다. 소설을 구상할 때 공간을 구성하는데 만약 배경이 의정부시라면 의정부시의 지도를 꺼내 붙여놓는단다. 그리고 어디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 파악을 하고 그 공간에 인물들을 배치한다. 배치하고 나면 각 인물들에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직업을 부여한다. 각 인물들을 생각할 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가장 크게 생각하며 대립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적은 주인공처럼 매력적이어야 하고 강해야 한단다.

 

그 외에 다른 인터뷰 모두 현장조사를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그 인물을 만들어내게 했는지 등이 나와 있고 각 책마다 이건 어떻게 썼고 이런 행동은 어떤 것이고 하는 식으로 작가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어 있어 더 주의 깊게 읽게 된다. 여기에 소개된 책을 읽고 읽는다면 더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아까 이야기했다시피 이 책은 작가지망생을 위한 책이다. 거창하게 작가지망생이 아니어도 뭔가 이야기를 창작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본다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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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귀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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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죽음으로 포위되었다. P.13

 

예전에 굉장히 무섭게 보던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고스트 헌트>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이었는데 그게 어찌나 무섭던지 밤엔 절대 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각종 심령현상을 조사하는 내용이었는데 관람등급도 19세 이상이었다. 나중에 이게 오노 후유미라는 일본 작가의 책이 원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애니메이션이 완결이 아닌 것 같아 찾아서 읽고 싶었지만 아무리 찾아도 이 책은 구해서 읽을 수 없었다. 그 외에 <마성의 아이>로 시작하는 십이국기 시리즈는 700만 부 이상 판매를 하면서 인기작가로 확고한 입지를 다졌고 시귀는 원고지 3500매의 방대한 분량임에도 발간 즉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일본 호러 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단다.

 

그런 호러 소설의 대가의 책 시귀는 다시 살아난 시체를 말한다. 좀비처럼 이성을 잃고 움직이는 그런 존재와는 조금은 다른 듯하다. 한 권마다 500페이지가 넘으며 총 5권으로 되어 있어 이것을 언제 읽나 싶지만 읽다보면 푹 빠져들고 만다. 그 중에서도 1권은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소토바의 특징을 묘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 마을은 전나무 숲으로 둘러 쌓여 있다. 이 전나무 숲은 망자의 나라로 전나무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이기도 하다. 이 동네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거나 무덤을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나무 숲에 묻었다. 그리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 전나무를 심었고 또 묻을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전나무를 베어 내서 만드는 것이었다. 또 시골 동네이니 외부에 대해선 배타적이다. 외부인들을 보면 저 사람이 내 아이를 헤치고 말거라는 믿음을 가진 여자가 있는가 하면 동네사람들은 모여서 얼마 전 새로 지어진(외부인이 지은) 저택을 바라보며 쑥덕인다. 여기에서 외부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들은 젊은 몇몇의 사람들뿐이다. 지루한 시골이 아닌 도시에 나가 살길 원하는 젊은이들 말이다.

 

소토바 무라는 6개의 촌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떨어진 산 속에 야마이리에 살고 있던 노인들이 모두 죽은 채로 발견이 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실 그것보다 야마이리에 사는 노인의 친척 중 한 젊은이가 죽으면서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갔다가 발견을 한 것이지만 그것을 시작으로 마을엔 죽음이 감돌기 시작한다. 여름감기를 앓는 것처럼 나른하고 기운도 없고 또 빈혈처럼 창백해져 있다가 3~4일쯤 지나면 죽고 마는 것이다. 2권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이것을 의사인 토시오와 절의 작은주지인 세이신이 조사를 하기 시작하지만 아직 1권에서는 야마이리의 노인들, 그 노인들의 친척인 젊은이 슈지, 슈지의 어머니만 죽고 의문점을 가지게 되고 미스테리한 저택에 대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1권은 끝이 난다. 그래도 1권의 주요 내용은 이 마을이 얼마나 고립되어 있고 폐쇄적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1권은 앞으로 진행 될 내용에 대해 궁금증들만 유발시킨다. 아직 2권까지만 읽었지만 1권의 첫 프롤로그에서 118일 소토바 산에서 불이 난 것으로 시작을 하고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죽기 시작한 것이 8월이니 1~5권이 그 기간에 벌어진 일들이며 마지막엔 죽음의 안식처인 전나무 숲이 불이 나며 한 남자가 관을 차에 싣고 그 마을을 떠났는데 그러면 시귀가 함께 마을을 떠나는 것인지 옮겨가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하지 않았고 시귀는 등장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공포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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