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 P.167-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5년 작가 생활 30주년을 맞이해 80번째 작품을 썼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이니 그에 대해 나보단 다른 사람이 더 잘 알테지만 이 책은 그 전의 다른 유명한 책들과는 다르게 살인 사건이나 탐정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나에겐 살인이 없어도 흥미진진하고 책이 끝나고 난 후에도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진 그의 유일한 책이었다.

 

 

이야기는 같은 고아원 출신인 쇼타, 고헤이, 아쓰야가 어떤 사건을 저지르고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폐가에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을 찾아 숨어었는데 그 곳이 나미야 잡화점이었고 나미야 잡화점 주인 앞으로 된 의문의 편지를 받게 된다. 호기심에 편지를 뜯어보니 달 토끼라는 사람이 쓴 올림픽 대표 팀 선발전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친구 사이에서의 고민을 담은 편지였다. 야스야는 그것을 무시하자고 하지만 쇼타와 고헤이는 달 토끼에게 답장을 하고 그러면서 그들은 편지를 주고 받는 이들의 사이에 40년 정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양아치처럼 살아가는 자신들에게 무슨 조언을 구할까 싶지만 셋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써준 편지에 그래도 고마움을 느끼는 달토끼를 보며 그들은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중 이 세 명에게서 조언을 받은 것은 1,2,5장의 이야기뿐이다. 3장은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인 할아버지의 이야기이고 4장은 할아버지에게서 조언을 받은 한 소년이 이제는 청년이 되어 다시 나미야를 방문했다가 자신이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동안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처럼 이 책은 아주 쉽게 읽힌다.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을 수 있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전혀 복잡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진행이 된다. 거기다 특별한 날에만 받을 수 있는 편지이고 마침 그 날, 세 명의 청년이 잡화점에 머물면서 여러 사람에게 답장을 써준다는 것도 뭔가 기적 같다. 그 전 할아버지와 같은 따뜻한 조언이 아닌 투박하고 질타하는 듯한 조언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뭔가를 깨닫는 사람들을 보면 앞서 썼던 글귀처럼 모두 자기 안에 답을 미리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이 옳다는 것을 확인 받기 위해 편지를 쓴다는 말에 크게 공감을 했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각 장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부분들을 찾는 것이었다. 달토끼의 편지를 받고 그 시대가 언제인지 유추하기 위해 좋아하는 노래를 물었는데 그 노래가 다른 장에 또 등장을 한다거나 대부분 인물들이 서로에게 연관이 되어 있다. 잡화점에서 할아버지 대신 편지를 써 주고 있는 인물도 고아원인 환광원 출신이고 2장의 생선가게 예술가가 봉사하러 간 곳도 환광원이었으며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여자가 차린 곳도 환광원이다. 4장의 고스케가 도망쳐 결국 머물게 된 곳이 환광원이었으며 이 세명의 조언을 받고 부자가 되어 망해가는 환광원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환광원 출신인 길 잃은 강아지였다. 또 각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부유하지 않다. 5장의 길 잃은 강아지가 부자가 되긴 하지만 잡화점의 조언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부자가 되고 싶지만 될 방법이 없는 사람이었다. 꿈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향해 노력은 하지만 그게 맘대로 쉽게 되지도 않고 재능도 없으며, 꿈이 없는 사람들은 어려워진 경제상황에 직장도 잃고 미래가 불투명하고 두렵기만 하다. 이 잡화점에서 편지 하나 받는다고 당장 미래가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들은 편지 하나에 희망을 가지기 시작한다.

 

만일 이런 잡화점이 지금 우리 동네에 있다면 나는 어떠한 고민을 편지에 쓸까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이런 잡화점과 같은 사람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나미야 잡화점과 같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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