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 사육병에 넣을 발효톱밥 사러 잠깐 나갔다 와야 했다.
읽고 있는 책이 재미있어서 움직이기 싫었지만, 좁은 공간에 있는 사슴벌레 애벌레는 서로 잡아먹기에 빨리 나눠 놓아야 했다.
...읽고 있는 책? 이재철 목사님의 <믿음의 글들, 나의 고백>
아이랑 가는데...눈 밝은 아이가 매미를 발견했다, 어찌 된 매미들이 아이 눈 높이 만한 위치에 매달려 있는 것인지, 그것도 위쪽에 한 마리, 아래쪽에 한 마리 두 마리씩이나...
나도, 아이도 다 손으로 매미를 못 만지기에 그냥 지나갔다.
3리터짜리 발효톱밥 사들고 오는데, 아이가 외친다.
엄마, 아직도 두 마리 다 있어.
잡아 봐.
못 잡아.
그럼 그냥 가자.
우리집 매미채 망이 다 찢어졌다. 양파망으로 대체하면 된다는데, 집에 있는 양파망은 너무 작다.
몇 걸음 지나쳤다가 되돌아갔다.
발효톱밥이 들어있던 검정 비닐봉투.
분명 저렇게 낮은 위치에 앉아 있는 매미들은 뭔가 모자라는 녀석들이 아닐까 싶어서 비닐봉투로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푸하하하...잡았다.
봉지에 넣어서 걸어오니 봉투 안에서 난리가 난 매미의 시끄러운 소리...
지나가시던 할머니께서 내게 말씀하신다.
잡았나 보네?
네...^^;;
우리집 아이는 채집통에 매미가 들어있으면 절대 안 든다. 푸드덕거리는 곤충들이 무서워서 매미채 끝에 끼워 맞은 편 끝을 들고 온다.
그런 녀석이 엉성한 비닐 봉투를 절대로 들고 올리 없다.
엄마, 안 무서워?
엄마도 무서워...근데 무섭기보다 창피해.
어, 창피해?
엄마 같은 어른이 이렇게 매미 소리나는 봉투 들고 다니잖아. 그래서 창피해.
도대체 곤충학자가 되겠다는 아이가 이렇게 곤충을 못 만져서....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덕분에 이 나이에 내가 별거 다 해본다. 점점 용감무쌍하게 곤충과 가까워지는 달콤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