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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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책을 만나면 갑자기 가슴이 마구 뛴다.  어서 아이에게 읽히고 싶고, 아이의 느낌을 듣고 싶고, 그 책을 읽고 자라는 아이의 생각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다가 내가 잠시 멈추었다.  한 아이의 엄마로, 내 아이에게 읽힐 좋은 책을 찾는다는 생각에 나름대로의 검열 과정을 거치는 것이었는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행복한 청소부' 라는 책 이름은 여기 저기에서 들어왔다.  그런데 나는 그냥 책 제목만 듣고 '행복한 왕자'와 같은 이야기이거나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이겠거니 했다.  표지의 빨간 코 아저씨 그림도 세련되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무심히 책장을 넘겼다.  예술가의 거리 이름 표지판을 열심히 닦던  이 아저씨는 어느날 자신이 닦는 표지판의 인물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저씨는 그 인물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표지판을 제일 깨끗이 닦던 청소부 아저씨가 음악을 듣고 문학과 철학으로 세계를 넓혀 가고 있다.   그는 박식해졌고 청소하면서 중얼거리던 그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묶었지만, 그는 여전히 표지판을 닦는다.  

행복한 청소부...잘못 생각하면 청소부 아저씨의 지식 세계가 넓어져서 행복해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책의 첫머리로 돌아가면 이 청소부 아저씨는 거리 표지판을 청소하는 일만 할 때에도 무척 행복했던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인생에 있어서 바꾸고 싶은게 없을 만큼 행복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표지판을 누구보다 깨끗하게 닦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내가 이 거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네 하면서 음악을 이해하고 책을 읽어나가는 모습은 왜 인간만이 예술을 창작하고 이해하는지를 보여준다.

생소한 이름들이 있어서 저학년인 아이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역시나 한, 두 페이지 읽더니 재미없을 것 같단다.   아빠랑 읽으라고 했더니 다 읽고 난 아이가 말한다.  "엄마, 이 아저씨 참 잘 생겼지? 멋있는 아저씨야."   거론된 이름들이 낯설어서 그렇지 어린 아이에게도 정확히 전달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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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7 0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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