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서 살다
조은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저자가 시인이라서 그럴까...가장 가볍기 쉬운 일상에 대한 산문집인데 시를 쓰듯 연필 꼭꼭 눌러썼다는 무게감이 있다.

결혼하지 않은 마흔 넘은 한 여자 시인의 소박한 이야기. 기분좋게 읽은 책인데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득도하겠다고 산 속에서 혼자 구도하는 수도승이 떠오른다. 그녀의 글에서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웃의 이야기가 있는데도 말이다. 나이들어감에 따라 마음이 점점 넓어진다는 저자의 고백도 있지만, 그래도 세상사에 발 푹 담그고 사는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살림살이를 늘리지 않듯이 사람들과 부대끼는게 두려워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이의 이야기로 읽히는 것은 나의 편견일까.

그녀의 검소함, 그녀의 소박함이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조용 조용 아무도 모르게 밤 사이에 내린 눈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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