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아사다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철도원>으로 기억하게 된 아사다 지로...기대가 높을 만도 했건만, 아사다 지로는 단편에 강하지 장편에서는 그만큼이지 못하다는 평도 읽었는지라 기대치를 조절하고 읽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오고가는 비행기 티켓 예약을 하고 잠은 유스호스텔에서 자면서 그렇게 배낭 메고 간 적이 있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일어는 아예 깡통이면서 그렇게 친구랑 갔던 적이 있다.

그랬기에 도쿄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는 그 복잡하기 그지없는 일본 지하철 노선도 공부를 완벽하게 해갔다.  도쿄 미아가 될 수는 없었으니깐...거의 15년 전의 일이라 지금은 그 노선도를 다 까먹었지만, 그 당시 얼마나 잘 외웠던지 헤매지 않는 우리에게 일본 할머니가 길을 묻기까지 했다.  

그러나 일본 지하철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었는지는 몰랐다. 1920년대에 지하철이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만주로 징집되어가는 학도병들이 지하철을 탔다니...그 때의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했다.

아버지의 청년 시절, 유년 시절로 뛰어들게 되는 이 남자...그들이 말하는 침체와 부흥의 시기가 우리 나라를 생각할 때 결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입장이긴 하지만, 그 때의 일본이 얼마나 큰 격동기였는지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일본에서 '지하철'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 싶다.

의절하고 살만큼 가차없이 비판하고 비난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주인공.  순수했던, 살아내야만 했던 과거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난 주인공. 

각자 저마다의 시대 고민을 안고 있다고 하지만, 안정된 시대에 태어난 우리들은 전 세대에 대해 얼마만큼의 존경심을 애정을 갖고 있을까.  그 시대에 떨어진다면 우리는 얼마만큼 다른 모습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다 읽고 나니 마음이 스산해진다.  아버지 시대로의 여행에 주인공의 로맨스까지(굳이 그렇게 모든 등장인물을 엮어 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가미된 그래서 왠지 소설 한 권으로서 완벽하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소설 자체에 무리가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이제 지하철을 타고 갈 때마다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저 위에 그 세상이 있을까...

p.s. 글의 초입이 익숙하다 했더니 단편집 <철도원>의 한 단편과 비슷한 설정이다.  대저택, 회사 사람들과의 숙식, 피를 토하고 죽는 할아버지, 폭력적인 아버지...이 부분은 암만해도 작가의 개인적 체험인가 보다.

 주인공 애인의 결단은 하나도 감동적이지 않았다.  결국 자살했던 형이 찾고 있는 것은 집에 돌아갈 핑계였다는 것을 느끼는 주인공의 마음이 가장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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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11-2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20년대부터 지하철이 있었다니 역시 일본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달콤한책 2007-11-2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랍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