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를 못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도 그렇고 목차도 그렇고...얄개 시리즈 풍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은 자아정체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는 무겁지도, 어렵지도 않지만 읽는 이에게 던져주는 주제는 의미심장하다.

고등학생인 주제에(!) 자유로운 성생활까지 하는 그리고 공부를 못한다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주인공 도키다 히데미.  이 날라리 같은 주인공에게 초반부터 빠져들게 된다.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인물에게 동경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 대부분이 기존의 것을 답습하면서 바람직하다는 것, 정상적이라는 것에 맞추어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나고 너는 너라는 것을 제3자가 아닌 가족인 엄마, 할아버지가 주인공에게 강조한다. 나는 내 아이에게 이렇게 자신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일단은 모든 경우에 동그라미를 치고, 살아가면서 영 아니다 싶은 일에 엑스 표를 긋자는 주인공...건강한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 방법에 많은 위험 부담감이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이미 안정성이 확인된 길을 걷기 마련이고 소설 속에 그려진 일탈하는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나 보다.  그리고 모든 것을 허용해 주자는 방법의 위험 부담감이 저자에게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이 책을 고등학생이 아닌 고등학생이었던 성인들이 읽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을 갖게 한게 아닐까.   

물리 시험에 두 번이나 0점을 받았다는 저자, 그래서 찾아왔다는 담임선생님...하지만 물리 시험 0점이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그것은 그냥 지나가버리는 사소한 일이었다는 저자의 덧붙임에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주인공에 저자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가볍게 읽어지는 소설인데 읽으면서 내 안에 살아있는 도키다 히데미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살아왔든 살아오지 못했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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