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 동문선 문예신서 181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지음, 이진경 옮김 / 동문선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카프카를 새로이 바라보는 데도,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도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카프카 문학에 따라다니던 존재의 불안이니 부조리니 하는 실존주의적 수사들이 꽤나 진부하고 재미없게 들릴 것이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발견한 카프카는 욕망하고 생성하며 '소수적' 글쓰기로써 '도래할 민중'을 창조하는 '문학-기계'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책은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에서 등장하는 온갖 개념들이 실험되고 응용되는 구체적인 장이기도 하다. 번역자인 이진경이 역자 서문에서 이 책을 두고 들뢰즈와 가타리 철학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라고 말한 것은 아마도 그런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진경의 말은 반대로 뒤집혀야 한다. [천 개의 고원]의 내용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면서도 그만큼 오독되고 있는 3장 <소수적인 문학이란 무엇인가?>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압축적이고 간결하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만 읽어서는 '소수적인 것'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데, 이에 대한 풍요로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천 개의 고원]  4장과 10장을 함께 읽을 때, 비로소 들뢰즈와 가타리가 주목한 카프카 문학의 소수성과 그 가치를 '찌릿찌릿하게' 실감해볼 수 있다. 따라서 역자의 말만 믿고 상대적으로 얇은 이 책을 들뢰즈와 가타리의 입문서로 삼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개념을 설명하는 역주가 많이 달려 있지만, 해당 문맥의 이해를 돕도록 하는 데 치중했는지 몇몇 부분은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단순하여 이들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정리하자면 [카프카]는 흥미로운 책임이 분명하나, 단어 하나하나, 문장 구석구석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들뢰즈와 가타리에 대한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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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귀 2005-02-1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