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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그로부터 10일 후 (SLAM DUNK 10 DAYS AFTER)
이노우에 다케히코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1월
평점 :
2004년 8월, [슬램덩크]의 일본 판매부수가 1억 권을 넘겼다. 이에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독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 그는 [슬램덩크]의 주요 등장인물 여섯 명의 일러스트를 그린 뒤, 이를 일본의 6대 대표일간지에 자비를 들여 전면광고로 게재했다. <요미우리신문>에 강백호가, 아사히신문에는 서태웅이, <니혼게이자이>에는 채치수가 작가를 대신하여 독자들에게 그간의 고마움을 표했다. 한국의 인터넷매체에까지 이 사실이 보도될 정도로 반향은 엄청났다. 모처럼 [슬램덩크]의 감동을 되살린 독자들은 작가에게 감사인사를 되돌려주었고 작가의 팬사이트는 연일 게시물로 넘쳐났다. 작가는 다시 한 번 고민했다. 이러한 성원과 애정에 어떻게 하면 보답할 수 있을지.
전면광고가 나간 지 서너달이 지난 뒤, 작가는 [슬램덩크]의 무대가 되었던 카나자와현으로 갔다. 바다를 끼고 있는 그곳에는, 옥상에 오르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폐교가 한 곳 있었다. 작가는 [슬램덩크]의 주인공들이 다녔을 법한 옛 고등학교 건물을 통째로 빌렸다. 팬들을 위한 마지막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서. 교실의 모든 책걸상을 치우고 칠판을 지웠다. 그리고 그 칠판에, [슬램덩크]의 결말에서 10일이 지난 뒤의 에피소드를 펼쳐놓았다. 작가는 23개 교실의 칠판에, 그 뜨거웠던 전국대회를 마치고 학교로, 일상으로 돌아온 등장인물들의 짤막한 이야기를 한편 한편 분필로 직접 그렸다. 독자들은 딱 3일간, 분필로 그려진 그들의 후일담을 들을 수 있었다. 23개의 교실을 모두 돌고 나면 옆방에서 [슬램덩크]의 단행본과 애니메이션을 다시 만날 수 있고, 복도를 건너 체육관을 향하면 농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3일 동안 [슬램덩크]만의 세상으로 사람들을 초대했던 작가는 행사 마지막 날 저녁, 자신이 칠판에 그렸던 이정환과 윤대협, 정우성, 그리고 강백호와 채소연을 직접 지움으로써 이벤트를 마무리했다. [슬램덩크 그로부터 10일 후]는 이 모든 것들의 기록이다.
책의 내용을 미리 알지 못해 구입을 망설였기에, 나는 어느 도서관을 찾아 서가 한켠에 서서 이 책을 읽었다. 뜬금없게도 눈물을 삼키느라 조금 고생해가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그러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아마 각자가 지닌 [슬램덩크]의 기억만큼만, 딱 그만큼만 가슴 뛰고, 감사하고, 용기를 갖게 되겠지. 그러므로 별 다섯 개를 너무 신뢰하진 마시라. 다만 읽기 전에 채소연처럼 한 번만 자문해 보면 좋겠다. "슬램덩크...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