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의 니체
질 들뢰즈 지음, 박찬국 옮김 / 철학과현실사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 대해 알라딘 측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딱히 없는 관계로(물론 출판사 책임이 크다) 먼저 책의 구성에 관해서 얘기해야겠다. <들뢰즈의 니체>는 들뢰즈가 니체 입문서 형식으로 편찬한 책으로, 프랑스에서는 <니체>라는 간명한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목차를 보면서 설명하자면, '생애'는 말 그대로 니체의 이력을 간단하게 정리한 글이고, '철학'은 니체의 사상을 힘에의 의지, 긍정, 니힐리즘, 영원회귀, 초인 등의 개념들로 요악하고 해설한 일종의 '니체 개론'이다. '니체 철학의 주요인물사전'은 독수리와 뱀, 예언자 등 사람과 동물을 막론하고 니체의 저서들에 등장하는 다양한 존재들을 통해 니체 철학을 들여다 본 짧은 소묘이고, '저작'은 니체의 저서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세 가지 정도 되는 독일어본 전집에 대해 들뢰즈가 논평을 덧붙인 글이다. 끝으로 '초록'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들뢰즈가 직접 선별한 니체의 글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아마 니체와 들뢰즈 모두를 처음 접하는 분에게 가장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들뢰즈는 자신의 저서 <니체와 철학>에서 다루었던 주요 논지들을 평이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간추리고 있고 그와 관련된 니체의 단편들을 골라 한데 모아두었기 때문에, 그것이 들뢰즈의 취향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할지언정 니체의 방대한 저작들에 질려 쉽게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던 분들에게는 니체의 스타일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들뢰즈가 인용하는 부분들이 몇몇 저작에 치우치지 않고 [비극의 탄생]부터 [도덕의 계보], [선악의 피안],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이르기까지 두루 걸쳐져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또한 니체만을 논의하는 책이기 때문에 들뢰즈가 본격적으로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그가 늘 강조해 마지않는 '생성' '창조' '반복' '초월' 등의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도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이것들을 비롯한 들뢰즈의 여러 개념들은 니체의 흔적을 여실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니체와 들뢰즈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두 사람의 글을 전부 읽어보았다고 뻐길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그리 어렵지 않고 옮긴이의 해설도 무난히 씌어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책의 무게도 가볍고 글자마저 큼지막해서 읽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다만 본문에서 니체의 책 제목 가운데 [즐거운 학문]과 [즐거운 지식]이 통일되지 않은 채 오락가락 쓰이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결격사유다. 별 하나가 깎여도 할 말 없을 무성의가 아닐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