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서울산책 - 쉽고 가볍게 즐기는 서울 걷기 여행 레시피 38 동네 한 바퀴 시리즈 1
이하람 지음, 이동천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서평




요즘 서울이 아닌 지방의 초등학교에서도 비행기를 안 타본 아이들을 더 이상하게 여길 정도의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저 어릴 때는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는데 그만큼 여행에 대한 중요도가 커졌다는 것이겠지요. 딱히 휴가철이 아니라도 잠시 주말을 이용해 해외 여행을 떠나거나 샌드위치 휴일이라던가 명절을 해외 여행에 할애하는 분위기도 많이 익숙해진 요즘입니다.




덕분에 해외 여행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금전적이나 시간적, 심적인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게 되어 우울해지는 경향도 생겨난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간혹 그럴 때가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할 수 없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해외'라는 것이 주는 매리트란 '낯설다, 새롭다'의 의미가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국내, 특히 가까운 곳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렇게 둘러보니 정작 다니는 곳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낯설고 새로운 곳은 무궁무진 하더라구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가까운 거리나 늘 다니는 길도 다른 방향으로 다녀본다던가 '혼자 놀기'의 즐거움을 더 늘려가곤 했습니다.




요즘은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가게들도 그 추세에 발맞춰 단장을 새롭게 하여 '낯선 곳'의로의 변모를 하기 때문에 그런 방문도 즐겁고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늘 같은 모습으로 그곳에 있어 주는 장소도 더 정겹게 느껴지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이 여행 책자는 꽤 두꺼운 편에 속하구요. 어떤 추세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카페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덟 가지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정리되어 있습니다. 상상의 도시인 광화문, 대학로, 영등포, 양화/선유도 한강공원, 홍대가 있구요. 두번째는 사랑의 주문을 거는 양재천, 여의도, 부암동, 남산공원/경리단길, 청담동, 예술의 전당/우면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캠퍼스 경희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한양대를 소개합니다. 네 번째로는 자연의 공간이 삼릉공원, 홍릉수목원, 서울숲, 우이동, 서리풀고원/국립중앙도서관을 소개하구요 다섯 번째로는 문화와 역사인 장충동, 서대문, 정동길/경희궁길, 암사동 입니다. 여섯 번째는 골목길 부분으로 안국, 낙산공원, 시장들, 서촌과 경복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일곱 번째는 서울 안의 외국을 만날 수 있는 광희동, 혜화동, 이태원과 동대문을 마지막으로는 야경이 아름다운 응봉산, 한강공원, 남대문시장, 청계천, N서울타워, 한강 유람선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여행 책자에는 정형화된 패턴이 있습니다. 완벽한 에세이라고 전혀 여행을 위한 도움을 주지 않는 쪽과 반대로 완벽한 소개용 책자쪽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들을 적절히 조화한 형태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소개용 책자쪽에 한없이 가깝습니다. 잡지에 소개될 법한 감정을 배제한 글이 좀 더 읽기 편하구요. - 너무 감상적이 되어버리면 차라리 에세이의 형태를 취하던가.. 라는 생각이 들곤하더라구요. 큰 소개와 짧은 몇 군데의 소개는 흔히 많이 취하는 방식입니다.




이 책만의 독특성은 간간히 화보집 같은 부분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도 간간히 있어서 신경 쓴 흔적이 보였구요. 무엇보다도 놀란 건 깜짝 게스트들의 인터뷰가 숨겨져있는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는 장소도 있어서 반갑고 또 다른 관점의 사진을 통해서 다시 한번 가서 나도 이 각도에서 찍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처음 소개되는 곳에 있는 사진인데요. 사진을 반쯤 막아둔 글 상자 때문에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사진은 그냥 두고 글을 짧게 해서 포인트로만 사진에 박아둔다던지 혹은 글 자체를 다른 페이지로 옮겨뒀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더라구요. 그래도 그거 빼고는 다 좋아서 별 다섯개를 매겨봅니다.


 

해외 여행을 하지 못한다고, 유명한 지방 여행을 못간다고 의기소침하지 말고 가까운 곳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돈도 덜 들고 덜 피곤하면서도 새로운 곳. 그런 행복감에 싸여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충실한 휴일이 될 것 같습니다.


 


 

 








책 정보




쉽고 가볍게 즐기는 서울 걷기 여행 레시피 38, 두근두근 서울산책


펴낸곳 랜덤하우스코리아(주)


초판 1쇄 2010년 11월 1일

초판 2쇄 2010년 11월 15일

지은이 이하람


사진 이동천 


일러스트 이희숙, 한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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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즐, 삶을 요리하다 -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노민영 지음 / 리스컴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서평




새로운 형태의 요리 에세이 책이 나왔습니다. 저자는 슬로푸드협회에서 설립한 미식과학대학으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독특하게도 이탈리아에 있는 학교이지만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먹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직업이 되면 기분이 어떨까요? 먹는 생각만 하면 먹보라거나 생각이 없다거나 사는게 심심하다는 지적을 받는 바쁜 세상이 바로 우리 나라인데 천천히 사는 삶과 음식의 조화. 이것 자체만으로 이 책은 즐거움을 만끽해주는 요소들을 갖춘 것 같습니다.




저자의 유학 생활 이야기를 에세이로 엮어 내면서 그 때 관련된 레시피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요리 재료들도 소개합니다. 짧게 로컬 식당들을 소개하는 페이지도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주로 도시를 중심으로 분류되어 있고 뒤에 다른 몇 나라도 덧붙입니다. 여행자를 위한 여행 책자는 아니기 때문에 지도라던가 자세한 위치 소개는 없지만 음식점들의 소개는 참고할만 할 것 같습니다.





목차로는 미식의 도시 파르마, 원조를 찾아 볼로냐, 명품 도시 모데나, 패션과 음식의 조화 밀라노, 가면에 가려진 베네토, 음식에 담긴 정체성 토스카나, 세계음식의 유행을 끄는 스페인, 그리스 음식의 출발지 크레타 섬, 성대하고 화려한 오트 퀴진 프랑스 순서입니다.


 

파르마 프로슈토 정품 구별을 위한 마크와 인장 소개, 미국이 만들어낸 파마산 치즈가 아닌 진짜 신선한 풀을 먹여 키운 소로부터 아침 저녁으로 두 번 짠 우유만을 이용하여 만드는 18개월 이상의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 흔히 먹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토마토 맛이 안나는 볼로네제 스파게티.





이탈리아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젤라또와 커피지요. 다 느려도 커피만큼은 빠르게 마실 수 있고 오후엔 우유가 든 커피를 안마신다는 이탈리아 사람들. 블랙으로만 커피를 마실 것 같지만 사실 설탕 듬뿍 넣어 즐긴다고 합니다. 이거 읽다가 커피가 땡겨서 저도 한잔 마셨네요.





그리고 명품이나 와인만큼 유명한 것이 발사믹 식초이지요. 포도즙을 끓여 졸이면 포도 원액이 되는데 이것을 매년 작은 통으로 옮기고 각 통엔 10%를 남겨둔다고 합니다. 여러 곳에서 발사믹 식초를 드셔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맛이 천차만별이지요. 식초라지만 시큼한 것이 아니라 개운한 새콤함이랄까 신기한 느낌이 드는 맛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탈리아 여행 중에 먹어보고 안살 수가 없었네요.




우리 나라가 매년 김장을 한다면 이탈리아 가정은 8월 말에 토마토 소스를 만든다고 합니다. 길쭉한 토마토로 만든다고 합니다. 무분별한 어획으로 이제는 멸종위기라는 베네치아의 해산물들, 반면 사람들의 보존을 위한 노력으로 토스카나에서는 멸종 위치를 모면한 돼지와 토종 흰소가 기억에 남네요. 흰소 보러 가고싶어요.


 

스페인으로 넘어 갑니다. '요리를 배우려면 스페인으로 가라'라는 말을 요즘 많이 한다고 합니다. 스페인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이탈리아 만큼은 몰랐는데 일본 프로에서 종종 나오는 이베리코가 스페인 요리 재료군요. 염장 발효 고기인 살치촌과 하몽 이베리코, 초리조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저두 이런 재료를 넣은 심플한 샌드위치 한 조각이 무척 땡기는군요.


 

계란 노른자로 만든 알리올리 소스, 염소나 양젖 치즈, 이탈리아 보다 더 유명한 올리브 오일 그리고 유명한 타파스 까지. 토마토 냉스프인 가스파초, 파에야도 소개됩니다. 우리 나라에서 철판 요리나 음식 먹은 후 밥을 볶고 밑에 누른 밥을 박박 긁어먹곤 하잖아요. 스페인 사람들도 이 파에야 바닥에 눌러 붙은 것을 '소카라다'라 하여 좋아한다고 합니다. 분자요리, 스페인 와인, 초콜릿. 스페인에서는 초콜라테에 추로스를 찍어 먹는다고 하네요.




이제는 크레타 섬입니다. 여기에서 올리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소개 되네요. 그리스 음식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라 몰랐는데 러스크가 그리스에서 나왔군요. 기본 빵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주 얇은 반죽을 겹겹이 만들어 페이스트리같은 빵이 있습니다. 투명할 정도로 얇은 필로. 이것으로 만든 바클라바는 대체 어떤 맛일지 궁금해지네요. 그리스의 치즈와 미지트라에 뿌리는 타임 꿀도 궁금해집니다. 술, 요거트도 소개 되었는데 좀 더 그리스 음식이 많이 소개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아무래도 스페인, 크레타 섬, 프랑스는 적은 지면이 할애 되었기 때문에 그런 듯 합니다.





프랑스 이야기에서는 리옹의 서민 음식점 부숑의 크넬, 크루아상, 시장이 언급되고 쇠고기 산지의 샤롤레도 나옵니다. 여기에도 흰 소를 기르는데 앞서 등장한 토스카나와 좀 다른 소네요. 좀 풍미가 진하고 육질이 연했지만 한우에 비해서 지방이 고르지 않아 부드럽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머스터드 산지의 디종과 근처 부로숑에서의 치즈 이야기, 부르고뉴의 생 로멩의 오크통 생산지 이야기와 와인이 등장합니다.







 








책 정보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 씨즐, 삶을 요리하다

지은이 노민영 (글, 사진)


펴낸 곳 리스컴

초판 인쇄 2010년 10월 20일

초판 발행 2010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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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비우는 시간
다츠노 카즈오 지음, 이진주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서평




최근 마음을 다스리는 류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습니다. 종교 색체를 띈 서적들도 종교가 아닌 일반 서적의 느낌으로 나오는 것 같던데, 그래서 이 책도 혹시 그런 류일까 했습니다. 저자 약력을 찾아보니 일단 종교적이진 않은 것 같아서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신문사 기자 출신에 현재는 저널리스트로 몇 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대체로 에세이 계열입니다.




이 책 역시 그렇습니다. 물론 동양철학이나 불교, 히피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해서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책의 주요 내용은 인간은 결국 자연과 동화되면서 가장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간혹 어느 가수들이 앨범을 내고 미친듯이 바쁘게 활동을 하고 난 후에는 텅 빈 것 같다고 다시 채우고자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종종합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머리를 텅 비우고 그저 자연 자체를 즐기고 느끼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은 아니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생기를 찾아서 삶에 더 충실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평소 생각했던 부분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물 흐르듯 쉽게 읽었습니다. 자신과 잘 맞지 않다면 읽는게 고역이기도 하니까요.




최근 국내 출판업계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진과 좋은 종이를 써서 이쁜 책들을 출간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내부 사진들이 세피아 톤이라던가 단일 톤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좀 의외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이 책에 그런 이쁘고 그럴듯한 프로의 사진이 사용되었다면 저자의 철학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사진이라도 어떠한가. 라는 편안함이랄까요.




논문이라던가 백과사전적인 책은 아니기 때문에 좀 정리가 덜 된 느낌도 있지만 저자가 글 중에서 밝혔듯 책을 빨리 써내는 것도 이 책의 정신과는 좀 다른 것 같아서 느긋하게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형식 자체도 그저 읽어내려가는데 문제가 없게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시한 저자의 보잘 것 없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것이 좋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근무 시간은 제일 길면서도 일의 효율은 가장 떨어지는 것이 우리 나라라고 합니다. 얼마나 가슴 아픈 현실인지 모르겠습니다. 출, 퇴근 길의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우울하고 피로해보입니다. 멀리 자연을 찾아 떠나지 않아도 거리의 나무 한 그루에, 작은 풀꽃 하나에 기뻐할 수 있다면 좀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편안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자연 속에 있는데도 행복감이 들고 삶에 대한 의욕이 생기고 즐거워지는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역시 맞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더 중히 여기는 것 역시 중요하게 생각해야될 문제 같습니다.

 





 


 








책 정보




ぼんやりの時間 by Kazuo Tatsuno (2010)


머리를 비우는 시간


지은이 다츠노 카즈오


펴낸곳 좋은책만들기


옮긴이 이진주


제1판 제1쇄 2010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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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2 세계문학의 숲 2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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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편에서 프란츠는 한 팔을 잃습니다. 그리고 헤르베르트 비쇼와 에바는 그를 도와주지만 다시 2편에서 프란츠는 그들을 뒤로 한채 홀로 서기를 갈망합니다.




'세상은 조용하다, 질서가 있다, 하지만 무언가 정상이 아니다, 저편에 그들이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서 있구나. 한순간 그것이 아주 분명히 보였다. (p. 11)'




그래서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와 그들이 맡긴 돈은 소액만 쓰고자 합니다. 팔은 비록 없지만 그는 자신의 두 발로 서는 것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그는 예전의, 도둑질에 두려워하고 착실하게 살고자 했던 그 프란츠 비버코프가 아닙니다. 그는 장물아비가 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누군가를 탓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이상해보입니다. 그는 전혀 자신을 보지않고 오로지 베를린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에 집착합니다.




그러다가 정치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이 신문을 팔면서 지냈던 시절을 가소롭게여기는 모습까지도 보입니다. 그는 에바의 소개로 미체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집니다. 함께 살게되는데 기둥서방이 됩니다. 그러나 그는 전혀 이 관계에 의문을 품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체 또한 프란츠가 달라지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프란츠는 이 엉뚱한 방향이 점점 더 극대화되어 라인홀트의 사업에 가담합니다. 시체와 신분을 바꿔주거나 장물아비의 중개인 노릇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는 등 악한 일들을 일삼습니다. 그러나 프란츠는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벌어들인 돈에 기뻐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베를린이 바빌론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프란츠는 행복하지 못합니다. 라인홀트와의 관계 때문에 '미체'라는 존재를 자랑스러워하다가 결국은 그녀를 잃고 맙니다. 그 부분을 통해서 '프란츠'와 '라인홀트'의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란츠는 착실하게 살기를 원했지만 자꾸 인생이 악한 결과로 자신을 몰아넣었고 라인홀트는 정말 악한 녀석이지만 그럴듯하게 잘 살아왔습니다.




그런 라인홀트에게 당해놓고도 프란츠는 전혀 그를 탓하지 않고 마지막까지도 그에대한 악담조차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담한 악한 일에 자신 또한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성실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차이에서 둘의 인생은 다른 결말을 맞는 것 같습니다. 그토록 지겹게도 인생이 고달프게만 흘러가던 프란츠에게도 이제는 정말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한 몫을 차지하는 일꾼이 되었습니다. 시멘트 노동자, 가구 운반자, 신문팔이, 장물아비 등의 일용직 노동자의 생활을 하다가 결국은 제대로 된 직장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것을 겪고 깨달은 다음 굳건히 서 있는 것, 쓰러지지 않고 죽지 않고 느끼는 것, 피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으로 서서 꿋꿋이 버티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p. 296)"


 

1편에서 이야기의 흐름은 정신이 없고 광고나 노래, 알 수 없는 대화들의 연속이었다면 2편은 좀 더 '현실'적이 된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정리되고 1편에서의 프란츠의 독백 보다 2편에서는 현실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됩니다. 그래서 1편보다는 2편이 좀 읽기 수월했구요. 마지막에는 작가의 의도들을 직선적으로 정리해줍니다. 1편에서 대체 이 작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고통의 시대를 살아갔던 알프레트 되블린. 1929년 이후에 그의 삶은 더 순탄치 못했지만 그는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정치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약삭빠른 것인지도 모르는 순박한 프란츠같은 모습의 사람들. 그러나 결국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구성하고 있는 그 도시의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 정보




Berlin Alexanderplatz by Alfred Döblin (1929)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2 (세계문학의 숲 002)

지은이 알프레트 되블린


발행처 (주)시공사


옮긴이 안인희


2010년 8월 10일 초판 1쇄 인쇄

2010년 8월 17일 초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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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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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책은 베를린에서 시멘트 노동자를 거쳐 가구 운반자 노릇을 하던 프란츠 비버코프에 대한 보고서다. 그는 과거에 저지른 일로 감옥에 있다가 석방되어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고, 이제 착실하게 살기로 마음먹는다(p. 9).'


 

이 소설은 1927년부터 1929년까지의 독일 베를린의 이야기입니다. '프란츠 비버코프'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대도시를 현대의 바빌론으로 묘사한 표현주의 시대의 대서사시'라는 책 표지 뒤의 설명은 사실 책 몇 장을 읽으면서는 잘 와닿지 않습니다.


 

우선 프란츠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감옥살이를 4년하고 나옵니다. (이야기 중간에 그 진상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반쯤 미친 사람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서술 형식으로, 수많은 문장들이 나열됩니다. 지속적으로 이런 형태의 문장들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불안할만큼 내용을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더 있기를 바랬고 이렇게 무방비하게 세상으로 몰려난 것에 대해서 진정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유대인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끌려 집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전환되어 프란츠는 정상인처럼 나옵니다. 전혀 문제 없는 사람같은 모습입니다. 어떤 과정이나 사고의 전환이 되는 매개체를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처음엔 이런 작가의 패턴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읽다보니 작가의 특성이라는 것을 인식해가게 됩니다.




프란츠는 여자 친구가 있고 돈을 법니다. 친구도 사귀고 예전 알았던 사람과도 잠시 만납니다. 그래서 프란츠의 인생은 이제부터 착실하게 살아가고자하는 그의 바람대로 지속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각 권의('권'으로 '장'을 나눠 놓았음.) 프롤로그에서는 프란츠가 점점 불행해져가는 것을 설명합니다. 마치 어느 역사의 흐름에 그 자신은 저항하지 못한채 그렇게 당할 수 밖에 없는 무기력한 모습처럼 보여집니다. 그러나 프란츠의 무기력함은 처음 소설이 시작하는 부분만큼의 할애도 하지 않습니다.





성경 '욥기'의 부분이 등장하고 프란츠가 욥과 같은 고난에 직면했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여자 친구를 떠나고 병에 걸려서 고생하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를 붙잡고 있는 어떤 무력감 같은 것들이 친절한 설명없이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왜 그가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추측할 수 있을 만한 일화들이 제공되기는 합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뛰어 넘어서 일상적인 대화나 서술 사이사이에 광고와 책, 성경, 노래, 시 등의 것들을 삽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강력한 매개체가 되거나 혹은 주인공의 시선의 흐름을 보여주며, 사고의 흐름 또한 보여줍니다. 그러나 애매모호하거나 주요한 키워드의 사이를 넘나들면서 독자를 우롱하는 느낌도 듭니다. 이것은 단순히 문학적 가치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큰 역할도 합니다. (특히 베를린은 전쟁 때의 도시가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더 큰 주요함을 지니는듯 합니다.)





'성실'하게 살기를 원했던 프란츠는 정말 너무도 쉽게 악의 상황에 빠지고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그는 밀고하지 않고 스스로가 인생에 서고 싶어합니다. 1편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목차상 제 6권의 앞부분에서 분권됨.)


 

이 소설의 내용을 작가의 삶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대체 뭔 소리를 하는건지... 라는 의문 부호만을 잔뜩 안고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읽을 수록 작가의 패턴이 파악되고 점점 작가의 삶과 결부되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어렵지만, 작가들이 왜 그렇게 극찬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 알프레트 되블린은 독일의 슈테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현재 폴란드의 슈체친인데 이 부분이 소설 앞부분과 연관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정신과 의사가 되어 넉넉한 생활을 했어도 여전히 그 감각을 놓치못하고 글로 남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회민주당, 좌파 문인이었고 원래 유대인이었으나 후에 카톨릭으로 개종합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그는 타국으로 망명을 했습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타격을 받은 독일은 1919년부터 1933년까지 사회민주당에 의한 민주주의 국가 바이마르 공화국이 출범하지만 이는 인기도 없었고 힘들었습니다. 1924년에 겨우 경제적 안정을 찾지만 1929년에 세계 경제공항이 발생하고 1939년에 세계 2차대전이 터집니다. 이 소설 속에서 노동자 계층이 얼마나 힘들게 하루 하루 살아가는지 엿볼 수 있는데 이후 독일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이 시대가 어쩌면 가장 행복했던 한 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베를린은 더 그렇지요.





현대의 바빌론으로 베를린을 그려냈다는 알프레트 되블린. 이 소설은 소설 자체의 시간 감각과 함께 1929년에 출간했습니다. 마치 몇십년 후에 베를린이 파괴되고 아픈 역사를 겪어낸 것을 지켜봤던 사람이 쓴 소설이 아닐까 싶은 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단순한 소설로써만이 아니라 마치 역사를 예언을 했던 것을 아닐까 싶은 부분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성실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보다 범죄를 저지름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더 잘 사는 곳, 힘들게 하루 하루 살아가지만 좀 가벼운 사람들은 그저 하루를 즐기면서 살 수 있는 곳. 그런 곳에 끼지 못한 채 자꾸 이상한 상황에 처해서 좌절하는 프란츠. 거기에 맞서 더욱 더 일어서고자 하는 프란츠. 그러나 그런 프란츠는 베를린, 그들에게는 공존할 수 없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프란츠는 부단히도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 서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베를린에 속했다는 상징이니까요.




그러나 이야기는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그의 인생은 점점 더 구렁텅이로 빠져들 2편의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그가 좀 더 행복해지고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기를 바래봅니다.








 





 

책 정보




Berlin Alexanderplatz by Alfred Döblin (1929)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001)

지은이 알프레트 되블린


발행처 (주)시공사


옮긴이 안인희


2010년 8월 10일 초판 1쇄 인쇄

2010년 8월 17일 초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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