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이 아닌 지방의 초등학교에서도 비행기를 안 타본 아이들을 더 이상하게 여길 정도의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저 어릴 때는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는데 그만큼 여행에 대한 중요도가 커졌다는 것이겠지요. 딱히 휴가철이 아니라도 잠시 주말을 이용해 해외 여행을 떠나거나 샌드위치 휴일이라던가 명절을 해외 여행에 할애하는 분위기도 많이 익숙해진 요즘입니다.
덕분에 해외 여행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금전적이나 시간적, 심적인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게 되어 우울해지는 경향도 생겨난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간혹 그럴 때가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할 수 없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해외'라는 것이 주는 매리트란 '낯설다, 새롭다'의 의미가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국내, 특히 가까운 곳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렇게 둘러보니 정작 다니는 곳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낯설고 새로운 곳은 무궁무진 하더라구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가까운 거리나 늘 다니는 길도 다른 방향으로 다녀본다던가 '혼자 놀기'의 즐거움을 더 늘려가곤 했습니다.
요즘은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가게들도 그 추세에 발맞춰 단장을 새롭게 하여 '낯선 곳'의로의 변모를 하기 때문에 그런 방문도 즐겁고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늘 같은 모습으로 그곳에 있어 주는 장소도 더 정겹게 느껴지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이 여행 책자는 꽤 두꺼운 편에 속하구요. 어떤 추세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카페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덟 가지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정리되어 있습니다. 상상의 도시인 광화문, 대학로, 영등포, 양화/선유도 한강공원, 홍대가 있구요. 두번째는 사랑의 주문을 거는 양재천, 여의도, 부암동, 남산공원/경리단길, 청담동, 예술의 전당/우면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캠퍼스 경희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한양대를 소개합니다. 네 번째로는 자연의 공간이 삼릉공원, 홍릉수목원, 서울숲, 우이동, 서리풀고원/국립중앙도서관을 소개하구요 다섯 번째로는 문화와 역사인 장충동, 서대문, 정동길/경희궁길, 암사동 입니다. 여섯 번째는 골목길 부분으로 안국, 낙산공원, 시장들, 서촌과 경복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일곱 번째는 서울 안의 외국을 만날 수 있는 광희동, 혜화동, 이태원과 동대문을 마지막으로는 야경이 아름다운 응봉산, 한강공원, 남대문시장, 청계천, N서울타워, 한강 유람선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여행 책자에는 정형화된 패턴이 있습니다. 완벽한 에세이라고 전혀 여행을 위한 도움을 주지 않는 쪽과 반대로 완벽한 소개용 책자쪽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들을 적절히 조화한 형태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소개용 책자쪽에 한없이 가깝습니다. 잡지에 소개될 법한 감정을 배제한 글이 좀 더 읽기 편하구요. - 너무 감상적이 되어버리면 차라리 에세이의 형태를 취하던가.. 라는 생각이 들곤하더라구요. 큰 소개와 짧은 몇 군데의 소개는 흔히 많이 취하는 방식입니다.
이 책만의 독특성은 간간히 화보집 같은 부분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도 간간히 있어서 신경 쓴 흔적이 보였구요. 무엇보다도 놀란 건 깜짝 게스트들의 인터뷰가 숨겨져있는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는 장소도 있어서 반갑고 또 다른 관점의 사진을 통해서 다시 한번 가서 나도 이 각도에서 찍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처음 소개되는 곳에 있는 사진인데요. 사진을 반쯤 막아둔 글 상자 때문에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사진은 그냥 두고 글을 짧게 해서 포인트로만 사진에 박아둔다던지 혹은 글 자체를 다른 페이지로 옮겨뒀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더라구요. 그래도 그거 빼고는 다 좋아서 별 다섯개를 매겨봅니다.
해외 여행을 하지 못한다고, 유명한 지방 여행을 못간다고 의기소침하지 말고 가까운 곳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돈도 덜 들고 덜 피곤하면서도 새로운 곳. 그런 행복감에 싸여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충실한 휴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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