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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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책은 베를린에서 시멘트 노동자를 거쳐 가구 운반자 노릇을 하던 프란츠 비버코프에 대한 보고서다. 그는 과거에 저지른 일로 감옥에 있다가 석방되어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고, 이제 착실하게 살기로 마음먹는다(p. 9).'


 

이 소설은 1927년부터 1929년까지의 독일 베를린의 이야기입니다. '프란츠 비버코프'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대도시를 현대의 바빌론으로 묘사한 표현주의 시대의 대서사시'라는 책 표지 뒤의 설명은 사실 책 몇 장을 읽으면서는 잘 와닿지 않습니다.


 

우선 프란츠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감옥살이를 4년하고 나옵니다. (이야기 중간에 그 진상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반쯤 미친 사람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서술 형식으로, 수많은 문장들이 나열됩니다. 지속적으로 이런 형태의 문장들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불안할만큼 내용을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더 있기를 바랬고 이렇게 무방비하게 세상으로 몰려난 것에 대해서 진정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유대인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끌려 집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전환되어 프란츠는 정상인처럼 나옵니다. 전혀 문제 없는 사람같은 모습입니다. 어떤 과정이나 사고의 전환이 되는 매개체를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처음엔 이런 작가의 패턴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읽다보니 작가의 특성이라는 것을 인식해가게 됩니다.




프란츠는 여자 친구가 있고 돈을 법니다. 친구도 사귀고 예전 알았던 사람과도 잠시 만납니다. 그래서 프란츠의 인생은 이제부터 착실하게 살아가고자하는 그의 바람대로 지속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각 권의('권'으로 '장'을 나눠 놓았음.) 프롤로그에서는 프란츠가 점점 불행해져가는 것을 설명합니다. 마치 어느 역사의 흐름에 그 자신은 저항하지 못한채 그렇게 당할 수 밖에 없는 무기력한 모습처럼 보여집니다. 그러나 프란츠의 무기력함은 처음 소설이 시작하는 부분만큼의 할애도 하지 않습니다.





성경 '욥기'의 부분이 등장하고 프란츠가 욥과 같은 고난에 직면했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여자 친구를 떠나고 병에 걸려서 고생하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를 붙잡고 있는 어떤 무력감 같은 것들이 친절한 설명없이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왜 그가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추측할 수 있을 만한 일화들이 제공되기는 합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뛰어 넘어서 일상적인 대화나 서술 사이사이에 광고와 책, 성경, 노래, 시 등의 것들을 삽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강력한 매개체가 되거나 혹은 주인공의 시선의 흐름을 보여주며, 사고의 흐름 또한 보여줍니다. 그러나 애매모호하거나 주요한 키워드의 사이를 넘나들면서 독자를 우롱하는 느낌도 듭니다. 이것은 단순히 문학적 가치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큰 역할도 합니다. (특히 베를린은 전쟁 때의 도시가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더 큰 주요함을 지니는듯 합니다.)





'성실'하게 살기를 원했던 프란츠는 정말 너무도 쉽게 악의 상황에 빠지고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그는 밀고하지 않고 스스로가 인생에 서고 싶어합니다. 1편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목차상 제 6권의 앞부분에서 분권됨.)


 

이 소설의 내용을 작가의 삶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대체 뭔 소리를 하는건지... 라는 의문 부호만을 잔뜩 안고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읽을 수록 작가의 패턴이 파악되고 점점 작가의 삶과 결부되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어렵지만, 작가들이 왜 그렇게 극찬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 알프레트 되블린은 독일의 슈테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현재 폴란드의 슈체친인데 이 부분이 소설 앞부분과 연관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정신과 의사가 되어 넉넉한 생활을 했어도 여전히 그 감각을 놓치못하고 글로 남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회민주당, 좌파 문인이었고 원래 유대인이었으나 후에 카톨릭으로 개종합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그는 타국으로 망명을 했습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타격을 받은 독일은 1919년부터 1933년까지 사회민주당에 의한 민주주의 국가 바이마르 공화국이 출범하지만 이는 인기도 없었고 힘들었습니다. 1924년에 겨우 경제적 안정을 찾지만 1929년에 세계 경제공항이 발생하고 1939년에 세계 2차대전이 터집니다. 이 소설 속에서 노동자 계층이 얼마나 힘들게 하루 하루 살아가는지 엿볼 수 있는데 이후 독일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이 시대가 어쩌면 가장 행복했던 한 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베를린은 더 그렇지요.





현대의 바빌론으로 베를린을 그려냈다는 알프레트 되블린. 이 소설은 소설 자체의 시간 감각과 함께 1929년에 출간했습니다. 마치 몇십년 후에 베를린이 파괴되고 아픈 역사를 겪어낸 것을 지켜봤던 사람이 쓴 소설이 아닐까 싶은 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단순한 소설로써만이 아니라 마치 역사를 예언을 했던 것을 아닐까 싶은 부분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성실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보다 범죄를 저지름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더 잘 사는 곳, 힘들게 하루 하루 살아가지만 좀 가벼운 사람들은 그저 하루를 즐기면서 살 수 있는 곳. 그런 곳에 끼지 못한 채 자꾸 이상한 상황에 처해서 좌절하는 프란츠. 거기에 맞서 더욱 더 일어서고자 하는 프란츠. 그러나 그런 프란츠는 베를린, 그들에게는 공존할 수 없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프란츠는 부단히도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 서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베를린에 속했다는 상징이니까요.




그러나 이야기는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그의 인생은 점점 더 구렁텅이로 빠져들 2편의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그가 좀 더 행복해지고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기를 바래봅니다.








 





 

책 정보




Berlin Alexanderplatz by Alfred Döblin (1929)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001)

지은이 알프레트 되블린


발행처 (주)시공사


옮긴이 안인희


2010년 8월 10일 초판 1쇄 인쇄

2010년 8월 17일 초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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