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요리 에세이 책이 나왔습니다. 저자는 슬로푸드협회에서 설립한 미식과학대학으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독특하게도 이탈리아에 있는 학교이지만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먹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직업이 되면 기분이 어떨까요? 먹는 생각만 하면 먹보라거나 생각이 없다거나 사는게 심심하다는 지적을 받는 바쁜 세상이 바로 우리 나라인데 천천히 사는 삶과 음식의 조화. 이것 자체만으로 이 책은 즐거움을 만끽해주는 요소들을 갖춘 것 같습니다.
저자의 유학 생활 이야기를 에세이로 엮어 내면서 그 때 관련된 레시피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요리 재료들도 소개합니다. 짧게 로컬 식당들을 소개하는 페이지도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주로 도시를 중심으로 분류되어 있고 뒤에 다른 몇 나라도 덧붙입니다. 여행자를 위한 여행 책자는 아니기 때문에 지도라던가 자세한 위치 소개는 없지만 음식점들의 소개는 참고할만 할 것 같습니다.
목차로는 미식의 도시 파르마, 원조를 찾아 볼로냐, 명품 도시 모데나, 패션과 음식의 조화 밀라노, 가면에 가려진 베네토, 음식에 담긴 정체성 토스카나, 세계음식의 유행을 끄는 스페인, 그리스 음식의 출발지 크레타 섬, 성대하고 화려한 오트 퀴진 프랑스 순서입니다.
파르마 프로슈토 정품 구별을 위한 마크와 인장 소개, 미국이 만들어낸 파마산 치즈가 아닌 진짜 신선한 풀을 먹여 키운 소로부터 아침 저녁으로 두 번 짠 우유만을 이용하여 만드는 18개월 이상의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 흔히 먹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토마토 맛이 안나는 볼로네제 스파게티.
이탈리아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젤라또와 커피지요. 다 느려도 커피만큼은 빠르게 마실 수 있고 오후엔 우유가 든 커피를 안마신다는 이탈리아 사람들. 블랙으로만 커피를 마실 것 같지만 사실 설탕 듬뿍 넣어 즐긴다고 합니다. 이거 읽다가 커피가 땡겨서 저도 한잔 마셨네요.
그리고 명품이나 와인만큼 유명한 것이 발사믹 식초이지요. 포도즙을 끓여 졸이면 포도 원액이 되는데 이것을 매년 작은 통으로 옮기고 각 통엔 10%를 남겨둔다고 합니다. 여러 곳에서 발사믹 식초를 드셔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맛이 천차만별이지요. 식초라지만 시큼한 것이 아니라 개운한 새콤함이랄까 신기한 느낌이 드는 맛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탈리아 여행 중에 먹어보고 안살 수가 없었네요.
우리 나라가 매년 김장을 한다면 이탈리아 가정은 8월 말에 토마토 소스를 만든다고 합니다. 길쭉한 토마토로 만든다고 합니다. 무분별한 어획으로 이제는 멸종위기라는 베네치아의 해산물들, 반면 사람들의 보존을 위한 노력으로 토스카나에서는 멸종 위치를 모면한 돼지와 토종 흰소가 기억에 남네요. 흰소 보러 가고싶어요.
스페인으로 넘어 갑니다. '요리를 배우려면 스페인으로 가라'라는 말을 요즘 많이 한다고 합니다. 스페인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이탈리아 만큼은 몰랐는데 일본 프로에서 종종 나오는 이베리코가 스페인 요리 재료군요. 염장 발효 고기인 살치촌과 하몽 이베리코, 초리조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저두 이런 재료를 넣은 심플한 샌드위치 한 조각이 무척 땡기는군요.
계란 노른자로 만든 알리올리 소스, 염소나 양젖 치즈, 이탈리아 보다 더 유명한 올리브 오일 그리고 유명한 타파스 까지. 토마토 냉스프인 가스파초, 파에야도 소개됩니다. 우리 나라에서 철판 요리나 음식 먹은 후 밥을 볶고 밑에 누른 밥을 박박 긁어먹곤 하잖아요. 스페인 사람들도 이 파에야 바닥에 눌러 붙은 것을 '소카라다'라 하여 좋아한다고 합니다. 분자요리, 스페인 와인, 초콜릿. 스페인에서는 초콜라테에 추로스를 찍어 먹는다고 하네요.
이제는 크레타 섬입니다. 여기에서 올리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소개 되네요. 그리스 음식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라 몰랐는데 러스크가 그리스에서 나왔군요. 기본 빵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주 얇은 반죽을 겹겹이 만들어 페이스트리같은 빵이 있습니다. 투명할 정도로 얇은 필로. 이것으로 만든 바클라바는 대체 어떤 맛일지 궁금해지네요. 그리스의 치즈와 미지트라에 뿌리는 타임 꿀도 궁금해집니다. 술, 요거트도 소개 되었는데 좀 더 그리스 음식이 많이 소개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아무래도 스페인, 크레타 섬, 프랑스는 적은 지면이 할애 되었기 때문에 그런 듯 합니다.
프랑스 이야기에서는 리옹의 서민 음식점 부숑의 크넬, 크루아상, 시장이 언급되고 쇠고기 산지의 샤롤레도 나옵니다. 여기에도 흰 소를 기르는데 앞서 등장한 토스카나와 좀 다른 소네요. 좀 풍미가 진하고 육질이 연했지만 한우에 비해서 지방이 고르지 않아 부드럽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머스터드 산지의 디종과 근처 부로숑에서의 치즈 이야기, 부르고뉴의 생 로멩의 오크통 생산지 이야기와 와인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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