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바로크
유키 미쓰타카 지음, 서가영 옮김 / 혼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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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책은 2008년 제12회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 수상작입니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되었고 환호와 절찬이 끊이지 않았다는 소설입니다. 크게 보면 형사물이구요. 출판사 홍보 내용에는 예순 여섯 구의 시체가 냉동 컨테이너에서 발견된다는 부분이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제목과 표지를 보면 그리 끔찍해보이지는 않거든요.

 

우선 예순 여섯 구의 시체가 등장한다는 면에서 가졌던 선입견과는 다르게 조금 말랑말랑한 소설입니다. 형사물이지만 여자가 주인공이거든요. 아무래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추리물의 경우 좀 감성적으로 흐르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의식을 하고 그렇게 쓰는거 아닌가 싶죠. 동일 작가의 남성 주인공일 경우 전혀 다른 것과 비교해보면요.

 

여형사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는 뻔한 내용은 역시 뻔합니다. 조금 감성적이고 마초적인 일부 동료 형사들에게 멸시 당하지만 유능하고 결국 미인이라는 설정 말입니다. 그런 뻔한 설정을 갖고 있는데도 이 소설은 재밌습니다.

 

감성적이지만 너무 개인적인 부분에 치중되진 않습니다. 감성적이라는 것이 뭔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거든요. 작품만의 특성이 되어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 구로하는 유능하지만 특출나게 유능한 편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추리를 강하게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덕분에 저는 재밌게 읽었지만 추리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독자에겐 조금 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좀 특별하진 않거든요. 그러니 '시체 예순 여섯구'라는 설정이라면 분명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순위 좀 올라갔을 법한 쇼킹한 면이 있는데 신인상이니까요. 아무래도 신인상 수상작은 조금 허술한 면이 있지요.

 

그런 추리적인 면을 제외한 부분들이 참 괜찮습니다. 일단 초기 설정을 얘기해볼께요. 구로하는 기동수사대입니다. 시체가 발견되서 탐문에 참여하길 기대하지만 수사에서 제외됩니다. 임항서 경무과의 일을 도와 렌탈 컨테이너를 여는 일에 입회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투덜거리면서 도착하는데 사건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 렌탈 컨테이너 속에서 냉동된 시체 열 네 구가 발견됩니다. 합동수사반이 세워지지만 시체의 모습이 동반 자살인듯하여 그리 큰 이슈는 되지 못합니다.

 

시체가 발견될 즈음에 도착한 유서 메일과 이상한 첨부 파일이 발견되고 생존자의 행방을 알게됩니다. 그러나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 렌탈 컨테이너 속의 냉동된 시체는 계속 계속 발견됩니다. 이로써 사건의 중대함을 알게되고 경시청이 움직이게 됩니다. 흔히 이런 형사물에서는 이 경우 경시청의 이야기로 옮겨갈 법도 한데 그쪽 이야기는 전혀 없이 관할 경찰 얘기들만 지속됩니다.

 

그리고 인터넷 상에서의 만남과 진상들을 조사하게 됩니다. 이 과정들을 상당히 흥미있게 잘 끌고 갔는데 아쉬운 면은 추리물을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뻔히 알 수 있는 인물 설정들 덕분에 색다를 껀 없더라구요. 그런데도 재밌습니다. 아마도 구조적으로 잘 짜여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아쉬운 면은 너무 구로하 혼자만의 원맨쇼 같은 부분 때문인데 좀 더 동료 형사들과의 관계성을 세밀하게 다뤘다면 좋겠다는 정도랄까요. 아니면 파트너쉽이라던가 좀 더 부곽되는 인물이 나왔어도 좋았겠다 싶기도 하구요.

 

이야기는 진상에 도달하고 마지막 중요 인물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도달하면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으로 이 작품의 평가를 좌우하는 부분이 되지요. 갑자기 드라마틱한 면도 있었지만 드라마나 영화화하면 재밌을 것 같겠다는 생각은 들더라구요.

 

다 읽고 나서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삶을 지속하게 되는 이유란 또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고 정답도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명확한 생각을 갖지 못하고 허황된 것에 휘둘린 피해자들. 그리고 복수라는 이름 하에 가해자가 되지만 역시 자신의 인생도 파괴하게 되어 결국 역시 피해자가 된 가족.

 

정말 중요한 관계를 생각하지 못하고 단순히 인터넷 상에서 만난 관계가 어디론가에 자신을 데려가줄 것 같고 대단한 사람이 되게 해 줄 것처럼 속인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주제이겠지요.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작가로 하여금 그저 글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 하는데 구로하라는 인물이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어쩌면 뻔한 캐릭터일 수 있지만 뭔가 특이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후속작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되는 인물입니다. 형사물을 좋아하지만 시리즈가 의외로 없는 편이라 아쉬운데요. 형사물을 주로 많이 쓴다는 유키 미쓰타카의 다음 작품도 번역되길 기대해봅니다.

 

 

 

 

 

 

 

책 정보

 

PLA-BAROQUE by Mitsutaka Yuki (2009)

플라바로크

지은이 유키 미쓰타카

펴낸곳 도서출판 혼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9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16일

옮긴이 서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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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윤's 소소한 서울 - 골목골목 숨겨진 그녀만의 비밀 아지트 탐방기
최정윤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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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연예인이나 그 외의 유명인이 에세이 형식으로 내는 책은 아무래도 큰 기대를 하게되진 않습니다. 대필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아무래도 본인만의 결과물이라고는 볼 수 없지요. 포토그래퍼가 따라붙고 의상 협찬에 수 많은 편집인들, 어시스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 아무래도 내용이 알차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설령 글을 잘 쓰는 편이라고 해도 한번에 모든 사진을 찍었다던가 후에 풍경 사진만 따로 작업됐다거나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기대를 하고 봤더라도 좀 실망하기 마련이지요.

 

이런 면을 염두해두고 어짜피 출판사는 책을 팔아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유명인을 내세워 잘 꾸민 책 한권으로 홍보를 하고... 그런 생각을 어느 정도하고 보게 되면 책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것을 빼고 이 글의 주인공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거든요. 아이돌이나 한류의 주역인 스타들이 아니면 아무래도 잡지나 TV 인터뷰, 쇼 프로 이외에는 접할 수 없는 인물이라면 더 반갑구요. 저는 그런 매체보다 책으로 만나는 편이 좀 더 편집인의 필터링을 덜 거친 것 같아서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배우 최정윤하면 꽤 오래 전 시트콤을 통해서 보여줬던 한 캐릭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 시트콤에서 단 한 에피소드의 내용과 배경 음악 덕분에 제게는 꽤 크게 각인된 배우인데요. 단순히 시나리오와 연출력의 문제라 그 밖에는 잘 아는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도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딱 부러지는, 조금은 까다롭고 새침할 것 같은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좀 의외의 면들을 보게 되었는데요. 왁자지껄하게 여러 명이 함께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싶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사람은 한 가지 면만을 가진 채로 살아가지 않는데 인간의 선입견이란 얼마나 뿌리가 깊은지 깨닫게 되기도 했구요. 반성도 좀.

 

책은 총 네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있습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거리 가회동, 안국동을 시작으로 나 홀로 통의동, 예술의 전당, 삼청동, 도산 공원 앞, 좀 이국적인 서래마을, 이태원, 마지막으로 푸르름이 머무는 풍경 삼정공원, 효창공원, 양재천 산책까지입니다.

 

에세이라고 하기엔 이 지역들에 있는 가게 정보들이 좀 첨가되어 있는 편이구요. 협찬 받은 쇼핑을 위한 책자라고 하기엔 좀 더 개인적인 감상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좀 더 개인적인 글이 더 할애된 페이지가 있구요.

 

보통 이런 류의 서적에선 책 나오기 전에 한번에 찍었을 법한 사진들이 나오곤 하는데 계절이 다른 때의 사진도 있고 해서 장기간 준비했구나 싶더라구요. 너무 개인적이지 않아서 좋기도 했습니다.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선이 가장 좋은 것 같거든요.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해도 그 사람의 본질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너무 감정만을 쏟아내는 것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치는 면도 있으니까요. 가볍게 보기도 좋구요. 그래서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잡지 보는 감각 정도로 접근하면 될 것 같습니다.

 

대학 때의 이야기나 연기의 전환점 부분들을 보면서 저 또한 옛 시절을 회상해보기도 했구요. 좀 더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응원하는 마음도 생기더라구요. 겉으로 화려해보이는 직업이지만 연기를 잘하려고 해서 잘한다기 보다 잘하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을 맡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자주 가는 곳들이 나와서 반가웠는데 들어가보지 않았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다음에 꼭 가봐야겠다 싶기도 했구요. 한동안 그곳을 다니면서 이 책의 내용들이 많이 생각 날 것 같습니다.

 

 

 

 

 

 

책 정보

 

최정윤's 소소한 서울

골목골목 숨겨진 그녀만의 비밀 아지트 탐방기 Seoul Diary

지은이 최정윤

펴낸곳 (주)페이퍼북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12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15일

디자인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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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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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2000년 발표작으로 2001년 'SF가 읽고 싶다!' 3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3위,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1위에 랭크된 성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는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종종 SF까지 정확한 장르로 나누지 않고 모호한 경계에서 넘나드는 특이한 작품들만을 써내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SF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어서 더 독특함을 자아냅니다.

 

가상의 '야나쿠라'라는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한 청년이 이 새로운 곳을 찾게 됩니다. 그는 인디 밴드를 발굴해 데뷔시키는 일을 하는 쓰카자키 다몬. 미쿠마 교이치로의 부탁을 받고 야나쿠라에 오게됩니다.  이 야나쿠라는 물이 가득한 도시라 수로가 많이 닿아있는 수향도시 입니다.

 

이 도시를 설명하기 위해 상당한 묘사를 곁들이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는 영화도 좋아하기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 이 야나쿠라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읽다보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야나쿠라를 그려보게 됩니다. 교이치로는 어떤 일로 다몬을 불렀는지 전혀 본론부터 얘기하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재회한 지인과의 만남일 뿐인듯 이야기는 느긋하게만 진행됩니다. 

 

온다 리쿠는 한 지역이 지니고 있는 지역색이랄까 그 작은 도시의 색깔, 전통성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 작품 전후로도 수 많은, 자칫 비슷해보이는 이야기들을 써왔습니다. 그러나 매번 작품을 읽으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려내는 독특함이 있지요. 이번 소설도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방식은 정말 비슷합니다. 작은 도시를 설정하고 그 도시만의 특징과 고향 사람과 타향 사람의 대조적인 면을 통한 서술, 추억을 돌이킨다던가 하는 스타일 말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소설 안에 '달의 뒷면'의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책 표지 뒷면을 보면 작게 'The Dark Side of The Moon'이라는 설명이 있긴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온다 리쿠의 미스터리 세계는 질문과 정답이 단순하지 않다는 특징도 역시 동일합니다.

 

교이치로가 다몬을 부른 이유는 이 도시에 노인들이 사라졌다가 일정 기간이 흐른 후 돌아온다는 괴상한 사건 때문입니다. 온다 리쿠 소설 안의 나이 든 캐릭터들이 늘상 신중하고 비밀을 간직하고 있듯 다몬을 불러놓고 진상은 정말 천천히 알려줍니다. 그런 과정 덕분에 독자로 하여금 몰입력을 엄청 높이는 작용도 하구요.

 

거기에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는 신문사 기자 다카야스 노리히사가 개입됩니다. 그가 인터뷰한 내용들을 다몬에게 들려주고 이 셋은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고자 각자 조사를 하게됩니다. 다몬이 인터뷰 녹음을 통해 들은 기묘한 소리가 첫 힌트가 되면서부터 기묘한 이야기가 점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교이치로의 딸이자 다몬의 친구인 아이코가 잠시 친정으로 돌아왔다가 이 수사에 휘말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미스터리물은 단순히 어떤 사건을 통한 해결이나 범인 찾기에 주목하는 면이 있다면 온다 리쿠의 소설은 그보다 좀 더 큰 부분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좀 철학적인 부분이 있지요. 그래서 결정적인 해답을 주는 결말로 끝내지는 않습니다. 이 소설 역시 주제는 그렇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개인을 지키는 것과 큰 '우리'가 되는 것.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현상이 결국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렇게 행동하는지 전혀 해답을 주지 않습니다. 소설 속 네 명도 역시 그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SF적으로 표현해보자면 지구 정복을 위해 외계인의 침공으로 모든 의식을 지배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온다 리쿠가 자주 써왔던 작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땅의 기억이랄까 땅의 의지 때문에 이 도시를 위한 땅의 의지가 갖는 목적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이 소설은 성장 소설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10대 때는 싫다고 발버둥치던 어른들의 모습, 인생은 다 그런거라는 자조적인 수긍에 대한 면을 이런 식으로 표현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질감을 갖고 타향에서 적응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이코가 한계를 느낀 시점에서 돌아오는 것으로 나오는 것과 관련성을 갖고 생각해봤거든요. 자신을 잃은 아이코는 이제는 달라져서 평범하게 시댁으로 돌아가 잘 살겠지요.

 

어쩌면 물이 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의식을 단일화시켰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SF적으로 회귀하게 되는 결론이지만 SF적이지 않다고 이 소설을 단정할 수 없는 면이 분명 있으니까요. 다몬의 꿈에서 달의 이야기가 단 한번 나오는데 그 부분을 보면 이 이야기는 분명 외계적인 문제라기 보단 지구적인 문제 쪽이 맞지 않나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왜 제목은 '달의 뒷면'일까. 제가 고민한 결론은 달의 뒷면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면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면이 어떤 영향을 낳을지도 모릅니다. 아이코의 이야기처럼 달이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 해결책이 좋은 면이 될지 나쁜 면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 결국 야나쿠라의 모든 사람은 변화하지만 그 후에 어떻게 변화되고 그 의지는 무엇인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처럼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라고 작가는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사람이 자신을 잃고 하나가 된다는 것은 분명 제대로된 형태는 아닙니다. 모두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코가 그들의 행동을 발견했을 때 놀란 그 공포감은 누구에게도 절절히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상황이 됐든지 자신을 지켜야한다는 점이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독특하다고 생각했고 의지하고 좋아하는 다몬처럼 그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않고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처럼 말입니다.

 

 

 

 

 

 

 

책 정보

 

Tsuki no Uragawa by Onda Riku (2000)

달의 뒷면

지은이 온다 리쿠

발행처 도서출판 비채

1판 1쇄 인쇄 2012년 3월 26일

1판 1쇄 발행 2012년 4월 6일

옮긴이 권영주

coer illust 정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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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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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저자 아카가와 지로는 1976년 《유령열차》로 제15회 올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시작으로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세 자매 탐정단》,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등으로 라이트 미스터리의 기수적인 존재라고 합니다. 2008년까지 집필작이 500편이 넘었다고 하니 대단하지요.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미스터리 팬이라면 한번쯤은 제목을 들어봤음직한 시리즈의 작가입니다.

 

일본에서 이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는 현재 47권까지 나와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1편인 이 '추리'편은 1978년작입니다. 이 집필 연도를 책을 다 읽은 후에 보게되었는데 전혀 시대감이 느껴지거나 촌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국내에서도 몇 출판사를 통해서 이 시리즈가 번역되었는데 일본에서 이 시리즈를 대상으로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있어서 저도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고양이 탐정물로는 《고양이 탐정 쇼타로》시리즈를 읽어본 바 있어서 그런 류의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는 일종의 코믹 추리물로 추측을 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고 고양이가 힌트를 주는 정도의 개입만 합니다. (후편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주인공 가타야마 요시타로가 형사이다보니 이 추리물의 큰 틀은 형사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유능한 형사였기 때문에 유언에 따라 형사가 되긴 하지만 이 인물은 형사하면 떠올릴 법한 정의감이나 열정같은 것이 없는 그저 삶에 찌든 중년의 회사원같은 느낌입니다. (연령은 20대같습니다.) '실제 형사는 소설처럼 그런 열혈 형사는 있을 수 없어! 그렇게 수사를 지속할 수 있겠어!' 라고 하는 것만 같달까요. 그래서 읽으면서 조금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본격 미스터리하면 아주 심각하거나 반대로 코믹한 느낌의 실소를 머금게되는 작품으로 나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그런지 그 어느 쪽도 아닌 면이 있어서 좀 독특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일상에 가까운 미스터리 물 같달까요.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분명 비일상적인 쪽으로 코믹한 장르에 가까운 것 같은데 그리 가벼운 재미를 주는 방식은 또 아니거든요.

 

스토리를 가타야마의 상사이자 아버지의 친구로 수사 1과장인 미타무라 시게루 경시가 하고로모 여자대학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하게됩니다. 아무래도 매춘업이 성행하는 것 같고 그와 연관된 사건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공식화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진행되기를 원합니다.

 

시체와 여성에게 공포증이 있는 가타야마가 하필이면 이 조사를 맡아 여대로 가게됩니다. 그곳에서 학과장 모리사키 도모와 그의 고양이 홈즈를 만나게 됩니다. 사건의 이야기를 듣고 조사를 하게 되면서 여러 상황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살인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이상한 일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두 번째 시체가 발견됩니다.

 

난데없는 밀실 살인의 등장으로 모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진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삼색털 고양이 홈즈가 종종 등장해서 사건의 힌트를 주곤합니다. 가타야마는 우연이라고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되지만 뭔가 깊은 생각을 하는듯한 묘한 고양이라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홈즈의 행동을 따라 힌트를 얻게 됩니다.

 

그 밖에 가타야마와 동생 하루미에게 결혼을 하라고 맞선을 부추기는 숙모의 등장이나 동료 형사들, 학교 내부인들이 중간중간 등장해서 이야기의 상당한 리얼리티를 더합니다. 범인 후보 역할들만 등장하지 않아서 '본격 미스터리'에서 느껴지는 '이 안에 범인이 있다'는 스타일의 추리물과 좀 다르게 일상을 그린 소설같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역시 미스터리답게 살인은 계속해서 일어나게 되고 원래 수사했던 부분과 다른 문제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라이트 미스터리'라 인정하고 접근하면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범인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짐작이 가고 관계자 진술의 모순을 찾는다던가 몇 인물을 다른 사건으로 의심하는 부분같은 경우는 확실히 단순하긴 합니다.

 

그래서 좀 더 치밀한 작품을 원하시는 분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진행 방식이나 서술 방식들이 색달라서 신선했습니다. 전형적인 본격 미스터리와 코지 미스터리의 조합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다만 마지막 진범이 밝혀지는 부분은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섬세하게 가타야마의 의심이 있었으면 어떨까란 아쉬움은 있더라구요. 물론 가타야마가 그리 유능한 형사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은 홈즈이긴 하지만요.

 

47편까지 소설이 나왔다니 작가의 저력이 없다면 불가능 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판매량에 있겠지요. 역시 나만 재밌게 읽은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라이트 미스터리라곤해도 충분히 여러 사건들이 섞여있고 진행 방식도 깔끔하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음 편과 드라마가 기대됩니다.

 

 

 

 

 

 

 

책 정보

 

Mikeneko Holmes no Suiri by Jiro Akagawa(1978)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20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27일

옮긴이 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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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도 : 연옥의 교실
모로즈미 다케히코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2009년 제 13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읽기에 앞서 책 뒷표지에 적힌 글을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이 떠오릅니다. '집단 따돌림에 자살한 여학생의 아버지가 교실에서 학살극을 벌이다.' 다른 어떤 설명이 없어도 딸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함이 그려질 것이라고 예상이 되지요.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딸을 죽음으로 몰아놓은 범인을 찾기위해 절망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는 그 아버지가 교실에서 칼부림을 하여 한 여학생을 죽인 사건에 대한 재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애초에 피해자 가족이었는데 이야기의 시작은 가해자가 된 것으로 시작이 되지요.

 

학생들을 숫자로 표기한 표가 소설의 진행 전반에 걸쳐 보여집니다. 경찰에 의한 이 현장 검증은 지속적으로 계속되어서 이 소설의 장르가 형사물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장르로 전환됩니다.

 

굉장히 짧은 템포에 변화되는 상황들 덕분에 소설이 질리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 꽉 찬 문장을 통한 서술이라기엔 좀 부족한 면이 있어서 순수 문학이라기 보다는 좀 파격적인 라이트 노벨과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도 듭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인 그 자살한 여학생의 아버지 히가키 요시유키가 사건 당시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이런 현장 검증이 지속적으로 된다는 면이고 전혀 사건의 갈피는 잡지 못하겠고 정의로운 한 여경찰 후유시마 야스코가 경찰 내부의 부조리함을 폭로하려들면서 이야기는 언론쪽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소설은 한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이 사건을 방송하기 위해서 고다 료스케가 등장합니다. 그는 언론에서 증거없이 추측하고 있는 이지메의 정황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해 한 학생의 움직임을 주목합니다. 물론 그에게도 정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이 학교 세오 중학교의 재단인 세오 학원 이사장 세오 노부히코의 아들이 바로 이 반의 일원임을 알고 그 아이 쇼가 반의 보스로 학대의 주범이라는 주장 아래 사건 당시 아이들의 움직임을 재조명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사장에 얽힌 인간 관계와 쇼에 대한 조사가 펼쳐집니다.

 

단순히 이런 방식을 통해 도달되는 진상으로 이 이야기가 끝이 났다면 이 소설은 그리 대단한 소설은 아니었을테고 수상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독자로 하여금 상상 못한 어떤 감추어진 면이 있음을 잊지 않게 합니다. 무언가 보여지는 사건과는 다른 진상이 숨겨있음을 기대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고다 료스케는 자신의 추측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밝혀지는 것을 알고 방송을 내보낼 수는 없어서 고민하게 됩니다. 아직 진상을 모르니까요. 단순히 날조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아니라 신뢰가 가게 되지요. 복선처럼 등장했던 몇 단어를 통한 진상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고 이 사건 이전의 진상이 등장하게 됩니다.

 

사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만큼 이 소설의 진행 방식이나 분위기는 그리 무겁다던지 무섭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건이 무거워도 그리 무거운 마음으로 읽게 되진 않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은 단순히 살인자의 모습보다도 더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읽고나서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를 실감하게 되었고 그 누구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면에서 이 소설의 진행과정이 그리 무겁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짧은 소설이고 표가 많이 삽입되어있는 것을 생각하면 중편 정도의 짧은 분량밖에 안되는 소설이지만 다 읽은 후의 공포감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책 정보

 

Ragado Rengoku no Kyoushitsu by Takehiko Morozumi (2010)

라가도 연옥의 교실

지은이 모로즈미 다케히코

펴낸곳 폴라북스 ((주)현대문학)

초판 1쇄 펴낸날 2012년 2월 29일

옮긴이 김소영

디자인 김은영

 

 

   p. 135

   "라가도라고 아십니까?"

   "라가도? 괴수 영화인가?"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도시 이름이죠. 과학자 수백 명이 이 라가도 시에서 연구를 하는데, 그 연구라는 게 하나같이 공리공론이라 구체적인 성과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겁니다. 방대한 연구비만 헛되이 나가고 있었죠."

   "흐음."

   "이것과 이름이 같은 정보취급기관이 최근 일본에 만들어졌다더군요. 다시 말해서 라가도란 이 기관의 가칭인데."

   "정보기관이라. 찜찜한 소리군. 치안유지법의 재현인가."

   "정보기관이 아니예요. 정보 '취급' 기관입니다. 정보를 국가 고유의 자원으로 보고 다른 나라와 매매 혹은 정보 대 정보를 교환하는 비지니스 기관이죠. 이 라가도라는 기관이 획기적인 점은 시스템의 초월성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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