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2000년 발표작으로 2001년 'SF가 읽고 싶다!' 3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3위,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1위에 랭크된 성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는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종종 SF까지 정확한 장르로 나누지 않고 모호한 경계에서 넘나드는 특이한 작품들만을 써내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SF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어서 더 독특함을 자아냅니다.
가상의 '야나쿠라'라는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한 청년이 이 새로운 곳을 찾게 됩니다. 그는 인디 밴드를 발굴해 데뷔시키는 일을 하는 쓰카자키 다몬. 미쿠마 교이치로의 부탁을 받고 야나쿠라에 오게됩니다. 이 야나쿠라는 물이 가득한 도시라 수로가 많이 닿아있는 수향도시 입니다.
이 도시를 설명하기 위해 상당한 묘사를 곁들이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는 영화도 좋아하기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 이 야나쿠라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읽다보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야나쿠라를 그려보게 됩니다. 교이치로는 어떤 일로 다몬을 불렀는지 전혀 본론부터 얘기하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재회한 지인과의 만남일 뿐인듯 이야기는 느긋하게만 진행됩니다.
온다 리쿠는 한 지역이 지니고 있는 지역색이랄까 그 작은 도시의 색깔, 전통성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 작품 전후로도 수 많은, 자칫 비슷해보이는 이야기들을 써왔습니다. 그러나 매번 작품을 읽으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려내는 독특함이 있지요. 이번 소설도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방식은 정말 비슷합니다. 작은 도시를 설정하고 그 도시만의 특징과 고향 사람과 타향 사람의 대조적인 면을 통한 서술, 추억을 돌이킨다던가 하는 스타일 말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소설 안에 '달의 뒷면'의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책 표지 뒷면을 보면 작게 'The Dark Side of The Moon'이라는 설명이 있긴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온다 리쿠의 미스터리 세계는 질문과 정답이 단순하지 않다는 특징도 역시 동일합니다.
교이치로가 다몬을 부른 이유는 이 도시에 노인들이 사라졌다가 일정 기간이 흐른 후 돌아온다는 괴상한 사건 때문입니다. 온다 리쿠 소설 안의 나이 든 캐릭터들이 늘상 신중하고 비밀을 간직하고 있듯 다몬을 불러놓고 진상은 정말 천천히 알려줍니다. 그런 과정 덕분에 독자로 하여금 몰입력을 엄청 높이는 작용도 하구요.
거기에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는 신문사 기자 다카야스 노리히사가 개입됩니다. 그가 인터뷰한 내용들을 다몬에게 들려주고 이 셋은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고자 각자 조사를 하게됩니다. 다몬이 인터뷰 녹음을 통해 들은 기묘한 소리가 첫 힌트가 되면서부터 기묘한 이야기가 점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교이치로의 딸이자 다몬의 친구인 아이코가 잠시 친정으로 돌아왔다가 이 수사에 휘말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미스터리물은 단순히 어떤 사건을 통한 해결이나 범인 찾기에 주목하는 면이 있다면 온다 리쿠의 소설은 그보다 좀 더 큰 부분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좀 철학적인 부분이 있지요. 그래서 결정적인 해답을 주는 결말로 끝내지는 않습니다. 이 소설 역시 주제는 그렇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개인을 지키는 것과 큰 '우리'가 되는 것.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현상이 결국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렇게 행동하는지 전혀 해답을 주지 않습니다. 소설 속 네 명도 역시 그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SF적으로 표현해보자면 지구 정복을 위해 외계인의 침공으로 모든 의식을 지배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온다 리쿠가 자주 써왔던 작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땅의 기억이랄까 땅의 의지 때문에 이 도시를 위한 땅의 의지가 갖는 목적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이 소설은 성장 소설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10대 때는 싫다고 발버둥치던 어른들의 모습, 인생은 다 그런거라는 자조적인 수긍에 대한 면을 이런 식으로 표현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질감을 갖고 타향에서 적응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이코가 한계를 느낀 시점에서 돌아오는 것으로 나오는 것과 관련성을 갖고 생각해봤거든요. 자신을 잃은 아이코는 이제는 달라져서 평범하게 시댁으로 돌아가 잘 살겠지요.
어쩌면 물이 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의식을 단일화시켰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SF적으로 회귀하게 되는 결론이지만 SF적이지 않다고 이 소설을 단정할 수 없는 면이 분명 있으니까요. 다몬의 꿈에서 달의 이야기가 단 한번 나오는데 그 부분을 보면 이 이야기는 분명 외계적인 문제라기 보단 지구적인 문제 쪽이 맞지 않나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왜 제목은 '달의 뒷면'일까. 제가 고민한 결론은 달의 뒷면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면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면이 어떤 영향을 낳을지도 모릅니다. 아이코의 이야기처럼 달이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 해결책이 좋은 면이 될지 나쁜 면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 결국 야나쿠라의 모든 사람은 변화하지만 그 후에 어떻게 변화되고 그 의지는 무엇인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처럼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라고 작가는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사람이 자신을 잃고 하나가 된다는 것은 분명 제대로된 형태는 아닙니다. 모두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코가 그들의 행동을 발견했을 때 놀란 그 공포감은 누구에게도 절절히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상황이 됐든지 자신을 지켜야한다는 점이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독특하다고 생각했고 의지하고 좋아하는 다몬처럼 그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않고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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