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도 : 연옥의 교실
모로즈미 다케히코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2009년 제 13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읽기에 앞서 책 뒷표지에 적힌 글을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이 떠오릅니다. '집단 따돌림에 자살한 여학생의 아버지가 교실에서 학살극을 벌이다.' 다른 어떤 설명이 없어도 딸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함이 그려질 것이라고 예상이 되지요.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딸을 죽음으로 몰아놓은 범인을 찾기위해 절망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는 그 아버지가 교실에서 칼부림을 하여 한 여학생을 죽인 사건에 대한 재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애초에 피해자 가족이었는데 이야기의 시작은 가해자가 된 것으로 시작이 되지요.

 

학생들을 숫자로 표기한 표가 소설의 진행 전반에 걸쳐 보여집니다. 경찰에 의한 이 현장 검증은 지속적으로 계속되어서 이 소설의 장르가 형사물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장르로 전환됩니다.

 

굉장히 짧은 템포에 변화되는 상황들 덕분에 소설이 질리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 꽉 찬 문장을 통한 서술이라기엔 좀 부족한 면이 있어서 순수 문학이라기 보다는 좀 파격적인 라이트 노벨과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도 듭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인 그 자살한 여학생의 아버지 히가키 요시유키가 사건 당시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이런 현장 검증이 지속적으로 된다는 면이고 전혀 사건의 갈피는 잡지 못하겠고 정의로운 한 여경찰 후유시마 야스코가 경찰 내부의 부조리함을 폭로하려들면서 이야기는 언론쪽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소설은 한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이 사건을 방송하기 위해서 고다 료스케가 등장합니다. 그는 언론에서 증거없이 추측하고 있는 이지메의 정황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해 한 학생의 움직임을 주목합니다. 물론 그에게도 정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이 학교 세오 중학교의 재단인 세오 학원 이사장 세오 노부히코의 아들이 바로 이 반의 일원임을 알고 그 아이 쇼가 반의 보스로 학대의 주범이라는 주장 아래 사건 당시 아이들의 움직임을 재조명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사장에 얽힌 인간 관계와 쇼에 대한 조사가 펼쳐집니다.

 

단순히 이런 방식을 통해 도달되는 진상으로 이 이야기가 끝이 났다면 이 소설은 그리 대단한 소설은 아니었을테고 수상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독자로 하여금 상상 못한 어떤 감추어진 면이 있음을 잊지 않게 합니다. 무언가 보여지는 사건과는 다른 진상이 숨겨있음을 기대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고다 료스케는 자신의 추측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밝혀지는 것을 알고 방송을 내보낼 수는 없어서 고민하게 됩니다. 아직 진상을 모르니까요. 단순히 날조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아니라 신뢰가 가게 되지요. 복선처럼 등장했던 몇 단어를 통한 진상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고 이 사건 이전의 진상이 등장하게 됩니다.

 

사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만큼 이 소설의 진행 방식이나 분위기는 그리 무겁다던지 무섭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건이 무거워도 그리 무거운 마음으로 읽게 되진 않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은 단순히 살인자의 모습보다도 더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읽고나서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를 실감하게 되었고 그 누구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면에서 이 소설의 진행과정이 그리 무겁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짧은 소설이고 표가 많이 삽입되어있는 것을 생각하면 중편 정도의 짧은 분량밖에 안되는 소설이지만 다 읽은 후의 공포감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책 정보

 

Ragado Rengoku no Kyoushitsu by Takehiko Morozumi (2010)

라가도 연옥의 교실

지은이 모로즈미 다케히코

펴낸곳 폴라북스 ((주)현대문학)

초판 1쇄 펴낸날 2012년 2월 29일

옮긴이 김소영

디자인 김은영

 

 

   p. 135

   "라가도라고 아십니까?"

   "라가도? 괴수 영화인가?"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도시 이름이죠. 과학자 수백 명이 이 라가도 시에서 연구를 하는데, 그 연구라는 게 하나같이 공리공론이라 구체적인 성과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겁니다. 방대한 연구비만 헛되이 나가고 있었죠."

   "흐음."

   "이것과 이름이 같은 정보취급기관이 최근 일본에 만들어졌다더군요. 다시 말해서 라가도란 이 기관의 가칭인데."

   "정보기관이라. 찜찜한 소리군. 치안유지법의 재현인가."

   "정보기관이 아니예요. 정보 '취급' 기관입니다. 정보를 국가 고유의 자원으로 보고 다른 나라와 매매 혹은 정보 대 정보를 교환하는 비지니스 기관이죠. 이 라가도라는 기관이 획기적인 점은 시스템의 초월성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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