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저자 아카가와 지로는 1976년 《유령열차》로 제15회 올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시작으로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세 자매 탐정단》,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등으로 라이트 미스터리의 기수적인 존재라고 합니다. 2008년까지 집필작이 500편이 넘었다고 하니 대단하지요.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미스터리 팬이라면 한번쯤은 제목을 들어봤음직한 시리즈의 작가입니다.
일본에서 이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는 현재 47권까지 나와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1편인 이 '추리'편은 1978년작입니다. 이 집필 연도를 책을 다 읽은 후에 보게되었는데 전혀 시대감이 느껴지거나 촌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국내에서도 몇 출판사를 통해서 이 시리즈가 번역되었는데 일본에서 이 시리즈를 대상으로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있어서 저도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고양이 탐정물로는 《고양이 탐정 쇼타로》시리즈를 읽어본 바 있어서 그런 류의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는 일종의 코믹 추리물로 추측을 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고 고양이가 힌트를 주는 정도의 개입만 합니다. (후편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주인공 가타야마 요시타로가 형사이다보니 이 추리물의 큰 틀은 형사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유능한 형사였기 때문에 유언에 따라 형사가 되긴 하지만 이 인물은 형사하면 떠올릴 법한 정의감이나 열정같은 것이 없는 그저 삶에 찌든 중년의 회사원같은 느낌입니다. (연령은 20대같습니다.) '실제 형사는 소설처럼 그런 열혈 형사는 있을 수 없어! 그렇게 수사를 지속할 수 있겠어!' 라고 하는 것만 같달까요. 그래서 읽으면서 조금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본격 미스터리하면 아주 심각하거나 반대로 코믹한 느낌의 실소를 머금게되는 작품으로 나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그런지 그 어느 쪽도 아닌 면이 있어서 좀 독특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일상에 가까운 미스터리 물 같달까요.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분명 비일상적인 쪽으로 코믹한 장르에 가까운 것 같은데 그리 가벼운 재미를 주는 방식은 또 아니거든요.
스토리를 가타야마의 상사이자 아버지의 친구로 수사 1과장인 미타무라 시게루 경시가 하고로모 여자대학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하게됩니다. 아무래도 매춘업이 성행하는 것 같고 그와 연관된 사건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공식화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진행되기를 원합니다.
시체와 여성에게 공포증이 있는 가타야마가 하필이면 이 조사를 맡아 여대로 가게됩니다. 그곳에서 학과장 모리사키 도모와 그의 고양이 홈즈를 만나게 됩니다. 사건의 이야기를 듣고 조사를 하게 되면서 여러 상황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살인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이상한 일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두 번째 시체가 발견됩니다.
난데없는 밀실 살인의 등장으로 모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진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삼색털 고양이 홈즈가 종종 등장해서 사건의 힌트를 주곤합니다. 가타야마는 우연이라고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되지만 뭔가 깊은 생각을 하는듯한 묘한 고양이라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홈즈의 행동을 따라 힌트를 얻게 됩니다.
그 밖에 가타야마와 동생 하루미에게 결혼을 하라고 맞선을 부추기는 숙모의 등장이나 동료 형사들, 학교 내부인들이 중간중간 등장해서 이야기의 상당한 리얼리티를 더합니다. 범인 후보 역할들만 등장하지 않아서 '본격 미스터리'에서 느껴지는 '이 안에 범인이 있다'는 스타일의 추리물과 좀 다르게 일상을 그린 소설같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역시 미스터리답게 살인은 계속해서 일어나게 되고 원래 수사했던 부분과 다른 문제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라이트 미스터리'라 인정하고 접근하면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범인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짐작이 가고 관계자 진술의 모순을 찾는다던가 몇 인물을 다른 사건으로 의심하는 부분같은 경우는 확실히 단순하긴 합니다.
그래서 좀 더 치밀한 작품을 원하시는 분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진행 방식이나 서술 방식들이 색달라서 신선했습니다. 전형적인 본격 미스터리와 코지 미스터리의 조합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다만 마지막 진범이 밝혀지는 부분은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섬세하게 가타야마의 의심이 있었으면 어떨까란 아쉬움은 있더라구요. 물론 가타야마가 그리 유능한 형사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은 홈즈이긴 하지만요.
47편까지 소설이 나왔다니 작가의 저력이 없다면 불가능 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판매량에 있겠지요. 역시 나만 재밌게 읽은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라이트 미스터리라곤해도 충분히 여러 사건들이 섞여있고 진행 방식도 깔끔하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음 편과 드라마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