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크리스마스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열 번째 편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총 다섯 가지의 단편 모음집이구요. 국내에서 이전에 몇 편이 번역되어 나온 바 있지만 최근 씨엘북스 출판사를 통해 재발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작가가 다작을 하면서도 수상 경력도 화려한 편입니다. 글이 다 안정감이 있어서 신뢰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일본에서 셜록 홈즈는 몰라도 아카가와 지로의 홈즈는 아는 정도라고 하니 유명한 작가이긴 한 것 같습니다. 일단 무겁고 정통 수사물이랄까 형사물, 추리물 들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리즈이지요.
 
마침 일본 NTV에서 아라시의 아이바 마사키 주연으로 드라마를 방영 중이라 비교해보며 감상하는 즐거움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소설은 드라마의 설정과는 몇 몇 다른 면이 있어서 각각의 특징 덕분에 어느 쪽도 재미있게 감상 중입니다.
 
드라마에서는 고양이 홈즈가 사람의 모습으로도 변해서 주인공인 가타야마 요시타로와 대화도 하지만(혹은 혼내기도..) 소설 속에서는 그저 고양이입니다. 사건의 힌트를 주긴하지만 드라마같은 판타지물은 아니지요. 그리고 드라마에서 요시타로의 형으로 나오고 있는 후지키 나오히토의 역할이 소설에는 없습니다. 그 밖에 드라마에선 잘생긴 배우인 오쿠라 타다요시의 역할인 이시즈도 소설에서는 먹보에 거구일 뿐이라는 점이 다르달까요.
 
가타야마 역시 드라마에서는 아주 심약하달까 착하게 그려지지만 소설에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여성 기피증이라던가 유능하지 않은 형사이긴 하지만 좀 더 귀찮아한달까 나른한 느낌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요. 사건 오타쿠라고 할 수 있는 하루미 역시 드라마 상에서 보다는 좀 더 평범하고 명랑해보이는 캐릭터입니다.
 
시리즈의 열 번째까지 왔기 때문일까요. 그간 가타야마도 이런 상황들에 적응을 한건지 초반부보다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느낌이 소설 곳곳에 배어있습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하루걸러 연휴
경시청 수사 1과의 가타야마는 이런 수식어와는 전혀 다르게 글 초반부터 어리바리한 채로 길을 헤매고 있습니다. 과장의 부탁으로 장례식을 가게되는데 예상 밖에 이 곳은 장례식을 하지 않았습니다. 추리물이 그렇듯, 사건과 시체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연극, 연예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건 해결 뿐 아니라 귀여운 아이디어도 내는 홈즈였습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자장가
이번 편의 주인공은 엘리트라 정신없이 바쁜 남자 기타다 다쿠로. 일을 하느라 정신도 없고 지쳐서 다른 것엔 전혀 신경 쓰지 못합니다. 그런 그에게 애초에 아들이 없었다는 깜짝놀랄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대체 무슨 상황인건지 우연히 알게된 이들의 추리가 시작됩니다. 결말은 좀 씁쓸했지요.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이혼 상담
동생과 함께 쇼핑을 왔다가 지쳐서 기다리던 가타야마는 한 지친 여인을 발견하고 도와주게 됩니다. 그런데 구입한 물건들과 함께 그 여인도 사라집니다. 그 여인을 교수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으로 만나게 됩니다. 대체 이 사건은 무슨 이유였는지 그 여인이 하루미의 물건을 들고 간 것은 어떤 이유였는지 밝혀내지만 그리 유쾌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통근 지옥
가타야마는 안타깝게도 출근 지하철 안에서 치한으로 몰립니다. 기분 나빠하던 차에 피해자가 집으로 찾아옵니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신은 살해될 뻔했다고 도와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이는 18살이지만 흔치 않은 상황에 놓여 사장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를 누가 살해하려고 하는지 이들이 도와주게 됩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크리스마스
언제나처럼 부탁을 받고 이동하게 된 가타야마. 웬일로 대학 시절 친구인 구보가 연락이 와서 경비를 서고 있는 기숙 학교인 구라타니 학원의 경비일을 대신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역시나 언제나처럼 방향감각이 없어 일행들을 고생 시킨 후에 도착하게 됩니다. 의외로 학교인데 가장 그로테스크한(?) 사건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렇게가 간략한 각 단편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간혹 단편집을 꺼려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저두 예전엔 길고 긴 장편일수록 좋아했는데 이런 단편들이 각기 다른 상황과 다른 범행이 나온다는 다양성이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나니 단편집이 좋더라구요. 아무래도 짧다보니 군더더기 없는 느낌도 있구요. 연이은 감정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쉽게 손이 가구요. 이번 편도 역시 아카가와 지로!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책 정보

 

Mikeneko Holmes no Christmas by Jiro Akagawa (1987)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크리스마스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씨엘북스

옮긴이 정태원

초판 1쇄 인쇄 2012년 5월 7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5월 14일

 

* 오자

p. 99 그리고 타진 블라우스를 -> 터진

타진 곳을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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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푸딩 2 - 21세기 소년의 달콤한 시간 여행
아라키 켄 지음, 미지언 옮김 / 좋은생각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아라키 겐의 두 번째 소설인 '촌마게 푸딩'의 후속편입니다. 니시키도 료와 토모사카 리에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개봉 이틀 만에 관객 34,056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속편이 나온 것 같네요. '촌마게'는 일본의 옛 사무라이들이(에도 시대) 했던 머리 모양을 일컫습니다.

 

처음 이 소설의 소식을 접했을 때 에도 시대에서 타임 슬립한 사무라이가 현대의 푸딩을 맛본다는 줄거리가 상당히 코믹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했었는데 막상 소설을 보니 그리 코믹한 쪽은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살짝 실망했었지요. 후속편은 작가의 그런 성향을 미리 알았기 때문이라선지 전작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현대에서 에도 시대로 타임 슬립하는 이야기가 됩니다. 1편에서 야스베의 조수를 도맡아 했던 그 꼬마 이치카와 도모야는 8년이 지난 지금 완전히 불량한 청소년이 되어 있습니다. 불만도 가득하고 엄마와의 사이도 좋지 않습니다. 물건도 훔치는 등 그리 멀쩡한 모습은 아닙니다.

 

그러다가 땅 위에 둥둥 떠있는 하얀 빛에 다가갔다가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에도로 타임 슬립을 합니다. 야스베와 달리 타임 슬립에 대한 지식은 있어서 도모야의 적응력은 좀 좋은 편입니다. 1편 마지막에 나왔던 야스베의 가게를 찾아 움직이게 됩니다. 현대와 다른 묘사들도 책의 재미를 더해주구요.

 

야스베를 만나 이야기가 진행될 줄 알았더니 이야기는 엉뚱하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야스베의 어머니는 자식과 인연을 끊었다고 하고 야스베의 가게는 문을 닫고 도모야의 행방이 위태로워집니다.

 

도모야를 도와준 린타로와 센, 가부키를 보러가서 만나게된 에비조, 당시에도 신문같은 매체가 있어서 인터뷰를 하는 카와라반의 기자라던가 외국 문물을 들여온 것으로 의심되어 옥사에 갇히기까지 이야기들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됩니다. 그러면서 에도 시대의 모습들을 현대와 어떻게 다른지 도모야의 눈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21세기에 흥행한 지쇼안의 가게 덕분에 에도 시대에도 야스베 아저씨가 돈을 잘 벌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옥에 갇혀 당시 힘든 상황들도 많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고문을 당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전혀 탈출구가 없어보이지만 여러 사람을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삶을 잘못 살아가고 잘못된 생각으로 절망할 때 열리는 타임 터널. 야스베에게도 한 때의 도움이 되어 주었지만 그보다 도모야 모자에게도 기적이 되어줬던 사건이었습니다. 2편에서 다시 한번 도모야와 야스베를 도와준 이 타임 터널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도모야의 깨달음은 이제 그의 인생이 제대로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것이겠지요.

 

조금 코믹한 이야기였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있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힘든 일에 닥쳤을 때 단순히 소설이기에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일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가득하다는 것이 이 소설이 말하고자하는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야스베의 1편에서 이야기 또한 그랬지만 도모야의 변화를 통해 보여준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책 정보

 

Chonmage Purin 2 by Araki Gen (2010)

촌마게 푸딩 2

지은이 아라키 겐

펴낸곳 (주)좋은생각사람들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7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19일

옮긴이 미지언

디자인 한혜영 최형운

일러스트 김은영

제목 서체 디자인 공중정원

 

 

 

   p. 251

   타임터널은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길을 열어 준다. 다른 시대에서의 모험은 야스베에게도, 도모야에게도 각각 사는 의미를 다시 발견하게 해 그들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도모야는 타임터널이 열리는 원인뿐만 아니라 닫히는 원인도 알아버렸다. 확증은 없지만 틀림없다고 자신했다.

 

 

   p. 253

   얼마 전 도모야는 도서관에서 빌린 카츠 가이슈의 어록집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현재에서 과거를 보는 것과 과거에서 현재를 보는 것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p. 254

도모야는 자신도 히로코도 에도 시대에는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야스베와 약속했던 검도 시합도 할 수 없다. 센과 만나는 일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도모야는 견딜 수 없이 외롭고 슬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여겼다.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는 21세기이다. 대단히 풍요로우면서도 궁핍하고, 기묘하면서도 정직한, 어찌 보면 에도 시대와 별로 다르지 않은 이 시대를 도모야는 끝까지 살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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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라 - 하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첼로로 고등학교를 나온 주인공 쓰시마 사토루는 상권에서 2학년 여름까지의 이야기로 고행과도 같은 첼리스트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속에서 철학에 대한 애정과 사랑,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며 힘든 일상이 그려졌지만 단기 유학을 계획하는 등 그래도 희망찬 미래가 보이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하권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책 표지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고통스럽고 첼로를 놓아버린 이야기는 하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기대를 품고 떠난 독일행이었지만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달라서 정말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연락이 온 미나미의 편지도 뭔가 이상합니다.
 
돌아와서는 그토록 어렵다는 곡이 오케스트라의 11월 발표곡으로 정해집니다. 수준 낮은 학교에서 이 곡을 할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입니다. 결실을 맺은 것 같은 사랑도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결국 미나미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된 것인지 알게 됩니다.
 
쓰시마는 결국 그 모든 힘겨움을 당사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풀어버립니다.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보니 이 소설은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가나쿠보 선생님을 위한 소설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데도 가지 마!'라고 절규하던 그 문장이 떠올라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저자도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미나미가 단순히 불행한 운명에 휩싸였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결혼을 결심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나름 고귀한 영혼이라고 자부했던 소년에게 그 사건은 너무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당사자를 탓했으면 좋았을텐데 사랑한다는 상황 아래 화풀이는 다른 사람에게 하게된 것이지요.
 
마지막에 선생님을 만나러 갔을 때에도, 지금 돌이켜 이 소설을 쓰게되기 까지도 저자는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고 얼마나 죄송한 마음이 들었을지 공감이 됩니다. 오히려 미나미보다도 자신을 아껴준 사람은 가나쿠보 선생님이셨을테니까요.
 
자신의 실력이 더 낫다고 자부하고 자신의 가정 형편에 불만을 갖던 미나미가 쓰시마에게 했던 언행이나 미나미가 이후 선택한 행동을 보면 그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쓰시마를 통해 그려졌던 그 열정적인 인물은 어디론 간 것일까요.
 
쓰시마 또한 자신에게 실력이 없어서 음악을 그만둔다고 했지만 첼로를 지속했다면 어땠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철학을 다 이해했지만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화풀이 도구로 이용한 쓰시마의 젊은 혈기는 그의 인생 전체를 망치고 허무한 바다에서 정처없이 방황만 하게 한 것은 아닐까요.
 
쓰시마는 예술가도 아니었고 철학자도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는 예술가였고, 철학자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더 이상 예술가이기도 철학자이기도 포기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가 그 때의 아픔을 견뎌내고 이기고자했다면, 좀 더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생각했다면 그의 인생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여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꺼란 생각은 들지만요.
 
이 소설을 쓰고 나면 편해질꺼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결국 자신을 옥죄고 있는 것은 자신의 기억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좋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편치 않는 삶을 살아온 저자가 이제는 좀 더 많이 털어버리고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책 정보

 

Fune ni Nore! by Osamu Fujitani (2008)

배를 타라 (하)

지은이 후지타니 오사무

펴낸곳 (주)미래엔 (북폴리오)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10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20일

옮긴이 이은주

디자인 김지혜, 김아름

 

 

 

p. 346

모두 한 번 연주를 한 덕분에 우리는 가부라기 선생님이 지휘봉이 다시 내려갔을 때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이 전체인 음악이었다. 조금 전과 같은 오케스트라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유카와는 솔리스트처럼 상체를 흔들면서 '좀 더 소리를 내, 좀 더 소리를 내' 하며 무언으로 악기를 격려하고 있었다. 그 열기는 바로 모두에게 전해졌다. 이토의 플루트에도 전해졌고 호른의 1학년과 다부사에게도, 그리고 요시오카와 나에게도 전해졌다.

수준 높은 연주라고는 할 수 없었다. 고교생에게 모차르트는 역시 무리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에게는 그런 냉정한 평가를 내릴 여유는 없었다. 어떤 음이나 평안했다.

거기에는 자유가 있었다.

 

 

p. 347

자유는 시간에 쫓기는 현실 속에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음악은 그런 삶에도 자유는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 자유는 추상적인 상상이 아니다. 진정으로 존재하며 지금 이 장소에서 공기를 진동시키고 있다.

 

 

p. 351

명멸하던 사고의 파편 속에 그 사람의 모습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곳에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파괴해버린 사람의 모습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연주하는 독주에도 청중은 있다.

왜냐하면, 너를 보고 있는 또 하나의 네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p. 366

나는 예술가가 아니었다. 철학자도 아니었다. 배를 타고 새로운 태양, 다른 세계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배를 타고 있었고 그 배는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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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라 - 상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저자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단순히 연애 소설 류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예상했는데 하권까지 다 읽고나면 이미지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사랑 이야기보다는 고등학교 시절을 담고 있는 성장 소설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이런 설명만 하면 별 얘기없을 지루할 법한 성장 소설을 상상하게 되지만 이 소설은 뭔가 특이한 매력이 있습니다. 저자의 철학에 대한 관심이라던가 음악계에 대한 이야기들도 독특한 점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저자가 잘 써내려갔다는 장점 때문에 재미있게 읽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인생과 배경을 지닌 저자. 저자는 첼로를 전공했습니다. 게다가 집안이 전부 유명 음악가라서 좋은 환경도 타고난 엘리트입니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설정이지요. 그런 음악가 집안에 유일하게 본인의 부모님만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릴 적부터 음악과 당연히 함께 하는 삶을 살고 고등학교도 첼로 전공을 하게 될 정도였지요.

 

그러나 본인이 원했던 국립 예고를 들어가지 못하고 삼류 학교를 가면서 자신의 이상과 다른 삶을 살게됩니다. 사립대학의 학장으로 있는 할아버지를 두고 있고 유학파 할머니에 본인 역시 예고는 가지 못했지만 첼로도 수준급이고 어려운 철학서를 달고 살고 자신은 고귀한 존재라고 믿는 평범치 않은 고등학생입니다.

 

상권에서는 첼로를 전공하기로 한 것부터 입학해서 고등학교 2학년 여름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름 방학 때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한 첼리스트에게 두 달간 레슨을 받기로 결정하는 부분까지입니다.

 

한 학년에 남자는 10명도 되지 않는 센세이 대학 부속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은 참 독특합니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일반 학과는 거의 의미가 없고 에스컬레이터식의 진학이 가능한 사립 고등학교라 그다지 공부에 열중하지 않습니다. 특히 윤리 과목 같은 것은 전혀 공부를 하지 않지요. 그러나 이 윤리 담당 선생님은 참 좋은 선생님입니다.

 

단순히 철학자를 암기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화두를 던지면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고 그렇게 철학자를 이야기 합니다. 주인공 쓰시마 사토루는 이해도 못하면서 어려운 철학서에 탐독했다고 나오지만 이 수업 시간을 통해서 이해하지 못한 인물로 그려지진 않습니다.

 

그리고 전공 수업과 연습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11월의 발표회에서 연주할 오케스트라의 연습 부분이 가장 많은 면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부전공 학생도 단순히 연주할 수 있을 만큼 별거 아닌 부분인데도 악몽처럼 전혀 맞추질 못하게 됩니다. 시민 오케스트라에서의 아르바이트와 학원제, 홈콘서트, 2학년이 되어 다시 시작된 오케스트라 이야기까지 정신없이 진행됩니다.

 

그러면서 전혀 결실을 맺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사랑 이야기도 조금씩 진행되구요. 마지막은 왠지 불안한 결말을 맞습니다. 정리해보면 음악과 철학 이야기 뿐인 소설인데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현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이런 삶도 있구나 싶을만큼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하권에서는 더욱 더 그러해서 상권만 읽고 중단하지 말았으면 하는 부탁을 하고 싶을 정도로 하권이 꼭 읽혀져야합니다.

 

독특한 고등학생의 이야기. 단순하고 어디에서나 볼 법한 청소년이 아니라 깊이 사유하고 싶어하고 고행과도 같은 첼리스트가 되고자하는 그 과정을 겪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책 정보

 

Fune ni Nore! by Osamu Fujitani (2008)

배를 타라 (상)

지은이 후지타니 오사무

펴낸곳 (주)미래엔 (북폴리오)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10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20일

옮긴이 이은주

디자인 김지혜, 김아름

 

 

 

   도덕의 지구는 둥글다!

   도덕의 지구도 양 극점을 가지고 있다!

   양 극점도 실존의 권리를 지니고 있다!

   발견해야 할 하나의 세계가 있다!

   하나 이상의 세계가 있다!

   배를 타라, 철학자들이여!

   - 니체

 

 

   p. 376

   나는 이미 여러분이 아주 싫증이 날 정도로 몇 번이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철학은 대학에 있는 책을 읽고 이미 고인이 된 훌륭한 사람의 사상을 분류하거나 정리 정돈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자신이 반드시 생각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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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깜짝 상자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책은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입니다. 1976년에 대뷔하여 2008년까지 500편 이상의 다작을 한 작가로 심지어 영국의 '셜록 홈즈'를 몰라도 아카가와 지로의 '홈즈'는 알 정도로 일본에서 범국민적인 작품이라고 합니다. 저는 첫 번째 '추리'편 다음으로 읽어봤는데 이 책에서는 총 여섯 가지 단편을 실은 모음집입니다.

 

첫 번째 편과 다른 점은 단편이라는 부분도 있겠지만 주인공 홈즈와 가타야마 요시타로이외에 가타야마의 동생 하루미와 동료 형사 이시즈가 계속 함께 하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각 단편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깜짝 상자

가타야마의 상사인 구리하라 경시는 20년 전 일어났던 미해결 사건과 관련된 파티에 가타야마를 대신 보냅니다. 자산가인 기리나가 가문에서 일어난 첫째 사위의 죽음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어주기 위해 기일마다 파티를 열어 손님들을 초대한다고 합니다. 거기에 초대받은 가타야마가 홈즈의 힌트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 줍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명연주

데뷔를 눈 앞에 둔 지휘자 토가와 기요토는 리허설 중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합니다. 프라이드 높은 오케스트라 S교향악단에서 이 젊은 지휘자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 같습니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않은 가타야마는 졸지 않기를 바라면서 불안을 감추고 있는데 휴식 시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패닉

8층 건물의 완공 파티에 오게된 고양이 한 마리와 세 사람. 자수성가한 전형적인 벼락부자 타입에 과시 경향이 있는 이쿠하타 다쓰오의 초대로 오게 됩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불안하더니 이 이쿠하타의 적들이 곳곳에 있고 건물도 위태위태 합니다. 결국 지진이 일어나 패닉 상태가 되는데 역시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조금 예상 밖의 진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유령 퇴치

서른이 다 되었지만 경시청 수사 1과 형사다운 관록이 몸에 붙지 않은 동안인 주인공 가타야마. 이번 이야기는 그의 초등학교 친구의 집에서 유령이 나타난다는 얘기를 듣고 진상을 밝혀주려는 곳에서 시작이 됩니다. 공포감 가득하지만 이시즈 덕분에 코믹스러운 면도 있고 역시 진상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였습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피로연

가타야마는 어릴 적 친구인 시라이 신이치의 결혼식에 초대받습니다. 호텔 연회장으로 가는데, 유능한 덕분에 옛상사가 부하직원이 된다던지 적들로 가득한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어리고 돈 많은 신부를 얻어서 더욱 심각합니다. 역시나 결국 살인 사건은 일어나고 홈즈 덕분에 사건도 해결되고 재밌는 일도 생깁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보물찾기

동생 하루미를 기다리며 레스토랑에서 굶고 있는 가타야마와 이시즈.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 배고프다며 밥을 얻어먹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상한 일에 말려 모든 삶을 팽개치고 보물 찾기에 나섰다고 합니다. 결국 이들은 주인공의 진짜 보물을 찾아주는 훈훈한 결말로 마무리 됩니다.

 

내용은 이렇구요.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거지만 문체가 참 유려합니다. 구성도 그렇고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이 들지요. 거기에 다작까지 하는 작가라니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싶을만큼 놀랍습니다.

 

배태랑 형사인 아버지를 뒀지만 전혀 형사같지 않은 주인공 가타야마와 반대로 사건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동생 하루미, 먹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서 얼빠진 상황을 번번히 연출해내는 이시즈, 그리고 사람보다도 영리하고 정상적인(?) 삼색털 고양이 홈즈까지. 각기 다른 성격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참으로 재밌습니다.

 

거기에 일어나는 사건과 뻔하지 않은 진상, 풀어내는 과정의 색다름 등은 이 시리즈가 무려 1978년에 시작되어 지속된 것을 보면 얼마나 큰 인기를 얻었는지 알 수 있지요. 게다가 이 책은 단편 모음집이라 골고루 여러 색을 가진 사건들을 접할 수 있어서 재밌습니다.

 

 

 

 

 

 

책 정보

 

Mikeneko Holmes no Bikkuribako by Jiro Akagawa (1987)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깜짝 상자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20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27일

옮긴이 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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