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첼로로 고등학교를 나온 주인공 쓰시마 사토루는 상권에서 2학년 여름까지의 이야기로 고행과도 같은 첼리스트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속에서 철학에 대한 애정과 사랑,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며 힘든 일상이 그려졌지만 단기 유학을 계획하는 등 그래도 희망찬 미래가 보이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하권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책 표지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고통스럽고 첼로를 놓아버린 이야기는 하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기대를 품고 떠난 독일행이었지만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달라서 정말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연락이 온 미나미의 편지도 뭔가 이상합니다.
돌아와서는 그토록 어렵다는 곡이 오케스트라의 11월 발표곡으로 정해집니다. 수준 낮은 학교에서 이 곡을 할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입니다. 결실을 맺은 것 같은 사랑도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결국 미나미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된 것인지 알게 됩니다.
쓰시마는 결국 그 모든 힘겨움을 당사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풀어버립니다.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보니 이 소설은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가나쿠보 선생님을 위한 소설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데도 가지 마!'라고 절규하던 그 문장이 떠올라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저자도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미나미가 단순히 불행한 운명에 휩싸였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결혼을 결심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나름 고귀한 영혼이라고 자부했던 소년에게 그 사건은 너무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당사자를 탓했으면 좋았을텐데 사랑한다는 상황 아래 화풀이는 다른 사람에게 하게된 것이지요.
마지막에 선생님을 만나러 갔을 때에도, 지금 돌이켜 이 소설을 쓰게되기 까지도 저자는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고 얼마나 죄송한 마음이 들었을지 공감이 됩니다. 오히려 미나미보다도 자신을 아껴준 사람은 가나쿠보 선생님이셨을테니까요.
자신의 실력이 더 낫다고 자부하고 자신의 가정 형편에 불만을 갖던 미나미가 쓰시마에게 했던 언행이나 미나미가 이후 선택한 행동을 보면 그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쓰시마를 통해 그려졌던 그 열정적인 인물은 어디론 간 것일까요.
쓰시마 또한 자신에게 실력이 없어서 음악을 그만둔다고 했지만 첼로를 지속했다면 어땠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철학을 다 이해했지만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화풀이 도구로 이용한 쓰시마의 젊은 혈기는 그의 인생 전체를 망치고 허무한 바다에서 정처없이 방황만 하게 한 것은 아닐까요.
쓰시마는 예술가도 아니었고 철학자도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는 예술가였고, 철학자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더 이상 예술가이기도 철학자이기도 포기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가 그 때의 아픔을 견뎌내고 이기고자했다면, 좀 더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생각했다면 그의 인생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여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꺼란 생각은 들지만요.
이 소설을 쓰고 나면 편해질꺼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결국 자신을 옥죄고 있는 것은 자신의 기억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좋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편치 않는 삶을 살아온 저자가 이제는 좀 더 많이 털어버리고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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