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 나는 콧방귀를 날리며 엄마의 말을 잘랐다. 그렇기, 성적얘기가 왜 안나오나 했어. 나한테 들어가는 본전 생각이 나겠지. 그렇게 아까우면 날 왜 낳았대. 형진이 같은 애나 다섯쯤 낳아서 키울 일이지.
내 마음속은 엄마에게 퍼붓고 싶은 말로 부글거렸다. 나는 책상 앞에 앉으며 오디오 스피커 볼륨을 확 높엿다. 내 잎에서 쏟아지려는 말을 지워 비리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 눈앞에 별이보였다. 엄마가 내 머리통을 책상에 박아 버린 것이다. 고개를 드니 엄마가 손을 허리에 얹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노려보았다.
"너 지금 엄마가 말하는데 무슨 태도야? 어디서 이렇게 버릇없이 굴어!"
어른들은 이렇다. 할 말이 없으면 어른이라는 것을 앞세워 누르려 든다. 이럴 때 맞는 것을 내세워 반항하는 것은 유치한 짓이다. 나는 숨을 골랐다. -98p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