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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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기생이라 함은 왠지 끼가 넘쳐나서 몸이 달아서 어찌할 수 없는 생활고로..그런인생을 사는 줄로 알았다..뭐 텔레비젼을 보아도 옛 영화를 보아도 그런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신 기생뎐이라.....읽으면서도 제목을 수없이 대뇌이어 보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오마담이 기생이 된 이유는 과부집안의 딸로 태어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딸만은 과부의 팔자를 떨쳐버리라고 기방으로 오게 되었단다.. 참 기막힌 시작이다..그렇게 한평생 소리기생으로 명성을 떨치던 그녀가 이제는 늙어서 골골해져서 술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그녀와 젊었을때부터 동반자의 역을 해오던 타박네는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으로 상을 차리는 기방의 마지막 부엌어멈으로 남았다..몇안되는 제자를 아끼며 자신이 가진 모든 재주를 전수받아주기를 염원한다. 그녀가 일흔아홉의 나이에도 부엌에 나와 음식을 간섭하고 기방문턱이 닳도록 휘젖고 다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소설의 주인공이라면 타박네와 오마담이지만 나는 타박네에게 더욱 잔정이 간다... 젊었을적 오마담과 세트로 이기방 저 기방을 떠돌며 귀한 음식솜씨대접을 받던 타박네에겐 오마담과 둘만이 아는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타박네의 홍어삼합이 소문이 자자할 즈음 그 음식솜씨에 반해 그녀보기를 간곡히 청하던 손님을 물리치고 부엌에서 쪽잠을 자던 타박네에게 술에취한 그 손님이 들이닥친다..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님이 해주시던 맛과 같다하여 타박네에게 하룻밤 연정을 품었던것이다...그 하룻밤이 타박네에겐 일생의 불씨를 안겨다 준 셈이다. 아이를 잉태하고말았고 기방의 불문율이었던 기방에서 아이를 가지면 안되는 법도를 어긴 타박네는 그녀의 음식솜씨를 아까워한 마담의 배려로 기방안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다. 타박네와 그 아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기생들의 마음속에서도 그 불씨는 지펴졌다..모든 기생들이 아이의 엄마였다.. 작가 이현수가 그려내고 있는 기방안에서의 그 풍경은 내마음을 덥혀주었다..기생들의 맘속에서도 품어서는 아니되는 그런불씨를 작가는 표현하고 있다.그아이를 데리러온 남자의 식구들이 아이를 억지로 끓고 갔을적에도 타박네는 물론 기생들 하나하나가 자식을 빼앗기는 심정으로 가슴을 쳤을것이다..그 대목에선 정말로 눈물이 넘쳐났다..가슴이 오그라드는 심정...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모정 그 자체인것이다.그 불씨란 모정의 불씨였다. 그 불씨란...언젠가는 자신을 생모를 찾을지도 모를 아들에게 바치는 음식..타박네가 평생을 오롯이 부엌에서 음식에만 정성을 기울일 수 있게 하는 그런 집념의 불씨였다..

이책을 읽는 내내 기방의 문화와 법도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기생의 마음을 어느정도 들여다 볼 만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오마담...오연분이라는 이시대의 마지막 기생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가 몸을 주는것이,   마음을 다 보여주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어느날 능소화에 취해, 오마담의 소리에 취해.... 박기사가 기방으로 발을 들여놓은 이래로 그녀가 늘 그의 사랑을 알아왔고 그녀또한 그를 기다려왔다는 것을 박기사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방문앞에 새겨진 그릇자국만큼 그들의 가슴에도 자국이 남았겠다..이들의 사랑이 대숲에서 흔들리는 나뭇잎소리마냥 처량하다..

책을 덮으면서 작가라는 것이 참으로 처량하다는 생각을 해봤다..남들은 작가란것이 굉장히 화려하다고 느끼는데 이책을 읽고나서는 서글펐다..기생젼을 쓰면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가면서 그들화 되었던 작가 이현수를 생각하니..그렇다.그런심정으로 글을 썼기에 우리에게 또 나에게 이런 기분을 맛보게 할 수 있음을 작가에게 또한 작가의 노력에 더욱 감사한다..

참 !표지를 넘기면 작가의 얼굴을 볼 수 있는데..책에 실린 작가의 사진이란 것이 독자가 이책에서 느끼게 하는 분위기를 좌지우지 하는것 같다..몇년전에 읽었던 냉정과 열정사이의 에쿠니 가오리도 그렇고 ..이 작가 이현수도 그렇고 왜그리 시선을 아래로 두는지..책읽는 내내 작가의 얼굴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책을 덮은 지금도 계속 남아있다..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무조건 읽으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이건 마력같은것이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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