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한샘 > 쇠라(해리포터님)

 

[정민영의 그림으로 배우는 자기계발 전략]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21세기는 개성과 창의력이 주도하는 시대다. 남이 하는 것을 똑같이 하고 살아야 하는 분위기는 가고 있다. 근무 형태도 구성원의 개성을 살리는 쪽으로 바뀌는 추세다. 몇몇 은행이 시도하는 자율적인 복장도 같은 맥락이다.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의 획일화된 복장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한 복장으로 근무 분위기를 살린다. 개성의 존중을 통해 창의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조직의 발전은 구성원이 가진 다양한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개성이 곧 창의력의 씨앗이자 재산인 까닭이다. 후기인상주의의 ‘점묘법(Pointillism)’은 개성의 존중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쇠라와 점묘법의 원리

1880년대부터 1905년 사이에 프랑스에서 펼쳐진 후기인상주의는 사실 인상주의의 맏아들이었다. 인상주의가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색으로 포착하는데 매달렸다면, 후기인상주의는 인상주의의 색채 분할을 과학적으로 이론화시켰다. 인상주의의 무계획적인 작품 스타일을 더 본질적이고 견고하게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대표적인 화가로 폴 세잔과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조르주 쇠라 등이 있다.

특히 1881년 색채가 시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론을 연구한 쇠라(1859∼1891)는 인상주의의 색채원리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한다. 그리고 과학적 정확성과 이론에 근거해서 그림을 그린다.

색칠이 직접적이었다.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은 뒤에 칠하기보다 캔버스에 원색의 물감을 점점이 찍었다. 그런 만큼 회화의 기본 요소인 선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무수한 점만으로 형상을 표현했다. 이 새로운 기법이 바로 점묘법이다.

일반적인 그림은 원하는 색깔을 칠하기 위해 물감을 팔레트에서 섞는다. 가령 보라색을 내기 위해서는 물감튜브에서 빨강색과 파랑색을 짜서 붓으로 혼색한 뒤에 캔버스에 칠한다. 이때 빨강색과 파랑색의 존재는 확인할 수 없다. 이미 보라색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점묘법에서는 보라색을 만들기 위해 빨강색과 파랑색을 미리 섞지 않는다. 대신 보색(반대색) 관계인 두 색을 캔버스에 나란히 병치시킨다. 관객의 눈에서 보라색으로 섞이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캔버스에 찍힌 빨강색과 파랑색의 존재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작업과정은 힘들었다.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찍어서’ 완성했기 때문이다. 촘촘히 찍은 색점들은 작았다. 눈으로 거의 식별되지 않을 정도였다. 화면 전체가 마치 빛으로 아른거리는 듯한 효과를 주었다. 순도와 명도를 잃지 않은 색들은, 시각에서 혼색이 되어 장관을 연출했다.

■기하학적인 형태와 점들의 향연

쇠라가 28세에 완성한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1884∼86)는 인상주의와 확연하게 선을 긋는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공원의 휴일 풍광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점묘법으로 그린 것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풍경은 아니다. 조형적으로 재구성되었다. 수평과 수직으로 엄격하게 배치된, 기하학적인 조형미가 빈틈이 없다. 단순화된 40여 명의 인물이 ‘휴일 오후’를 즐기고 있다.

모든 대상이 정지된 듯 고요하다.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색점의 향연이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색점은 사라지고 따사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쇠라는 이 작품을 2년에 걸쳐 완성한다. 거의 매일 아침 공원으로 출근하며, 오후에는 붓을 잡았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20장의 스케치와 40여 장의 채색 스케치를 했다. 그리고 모든 포지션에 최고의 선수를 배치하듯이 색점을 찍었다. 작품의 크기가 무려 가로 308㎝, 세로 207.6㎝나 된다. 이런 대형 캔버스를 오로지 수많은 색점으로 채웠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32세로 요절한 쇠라는 평생 단 7점의 대작만 남겼을 뿐이다. 그만큼 1점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랜 시간 색점 찍기에 몰두했을 쇠라의 집념과 무서운 노동 앞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이 작품은 1886년 제8회 인상파전에 출품되어 호평을 받았다. 작품에 나타난 밝은 야외풍경과 팔레트에서의 혼색 사용 안하기 등은 인상주의 회화의 특징이다. 하지만 수직과 수평으로 조율된 엄격한 구도와 기하학적인 형태는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찾아볼 수 없는 쇠라만의 특징이다.

■점묘법의 원리와 인재경영

사람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색을 섞어 한 가지 색으로 만들듯이, 무색무취의 인간으로 길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빨강색은 빨강색대로, 파랑색은 파랑색대로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탄탄한 팀워크를 이룰 필요가 있다.

이제 개성과 창의력이 중시되는 시대다. 모든 포지션에 걸쳐 개성 있는 선수가 배치된 축구팀처럼 누구나 저마다의 빛깔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야 한다. 점묘법의 원리처럼, 자기 아이덴티티를 동력삼아 함께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면, 어디서든 생산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키포인트’

개성을 존중하자. 꽃밭이 아름다운 것은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틀 속에 상대방을 구겨 넣기보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의 긍정적인 가치에 주목하자. 모두가 같은 생각만 하는 붕어빵 식 사고로는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없다. 서로 협력하며 함께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출처:2006년 7월 26일 파이낸셜뉴스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1884년~1886년 2년동안 점을 찍어서 완성함@.@

 



그랑자트에서 바라본 풍경 18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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