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
오카모토 카노코 지음, 박영선 옮김 / 뜨인돌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빨간표지를 넘겨보면 주황색표지가 또 나온다..마치 껍질을 벗길 수록 더 환한 속살을 보여주는 양파같다고나 할까?

총 4개의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님은 이렇게 평한다. 그녀의 작품은 생명의 샘에서 신비한 꽃이 만개한 것처럼 환하다.

한 평범한 초밥집안에서 각양각색의 손님을 맞이한다..그중에 특이한 한사람인 미나토를 늘 주시하는 초밥집딸인 도모요..어느날 가게밖에서 우연히 만나 그의 어린시절 이야길 듣게 된다..식사가 고통인 아이엿던 자신이 어떻게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든 초밥을 먹게 되었는지..그 어머니의 초밥 만드는 손길이 어떠했는지....아이가 보는 앞에서 직접 재료를 들고 장밋빛손으로 초밥을 꼭꼭 만들어주시던 손짓을 눈앞에 그려보았다..아이가 입안으로만 느끼던 각각의 재료들이 내는 맛을 느끼고 싶었고 실지로 느끼고 있었다.

또다른 이야기인 [집유령]은 추어탕을 먹고싶으나 돈이 없어서 자신의 유일한 재주인 금속공예로 만든 공예품으로 계산을 치르곤 한 도쿠나가라는 노인이 등장한다. 야식으로 추어탕을 먹지 않으면 겨울 한철밤을 못이겨 몸이 얼어버릴꺼라며 작은 물고기의 생명을 똑똑 씹어 내 뼛속에 집어넣고 더 오래 살고 싶다고 말하는 노인..(그 추어탕집의 이름은 '생명' 이다..간혹 근처의 청년들이 "지쳤다! 생명이나 한번 먹어 볼까." 하면 "반대로 먹히지나 말게" 하며 시끄럽게  가게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카운터를 보던 구메코는 그 노인의 이야길 듣고나서 어떤 신비한 힘에라도 이끌린 듯 추어탕을 만들어내고 있다..생명이란게 이리 신비스러운 힘이 있다.모친이  아파서 돌아가시기전에 장롱에서 꺼낸 상자에선 그녀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지탱해준 도쿠나가노인의 비녀들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대물림 되는 그녀의 자리가 무겁고 지쳤지만 누군가가 그녀의 인생을 구원해 줄 꺼라는 믿음이 생겨버린다.. 이글에서 나는 나의 믿음은 무얼까 하고 깊이 생각해본다. 그누구도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없음을 또 한번 다짐한다. 이 글을 쓴 오카모토 카노코라는 작가는 여성이 그 누구에게 억압당하지 않고도 자신의 의지를 쫓아서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무리없이 표현하고 있다.

[식마]라는 이야기는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갈무리한 부분이다..섬세한 표현이 너무나 넘쳐서 모두다 옮겨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았다...미각에 있어서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베츠시로는 늘 교만과 비꼬임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자신의 미술작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맛이 치우쳐 있다고 평한 화가부부를 점심에 초대한다. 자신이 손수 만든 음식으로 이 부부가 어느정도의 식견을 갖고 있을지 시험하기 위해서..그들이 너무나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베츠시로는 더이상 승부를 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버린다..그 부부의  굉장한 예술작품이라는 평..베츠시로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서화는 마땅찮은 평을 받았지만 이런 하찮은 음식에 대해 예술이라고 평하는 걸 들으니 더이상 할말이 없어진다..그리하여 그리운 어머니와의 시절로 기억을 더듬다가 모자의 시름을 잊고 저녁반찬을 마련키위해 민물고기를 잡은 것 하며, 어머니가 조려주시던 민물잡고기만큼 낫있는 요리는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맛과 예술의 차이는 위로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그 화가부인이 오늘음식에 진심이 배어있다는 평을 한다. 동시에 베츠시로는 자신에게는 그런 면이 없다고 간주하고 강해지려고 예술을 했던 것이고 거짓을 견뎌내고 위로받으려는게 예술이 아니었던가하고 생각한다. 진심이 없는 예술이었으니 그런평을 들었나보다..예술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진 않지만 진심만은 통할 거라고 늘 믿어의심치 않는다..

이 작가 오카모토 카노코는 1889년에 태어났다..이소설도 1939년인 50세에 쓰여진것이다. 그렇게 옛날 사람의 책을 지금 내가 읽고 있다니 또 한번 놀랐다..하지만 지금 읽어도 하나도 걸리는 부분이 없이 자연스러움은 아마 이책을 번역한 작가님 박영선님의 공이 아닌가 한다..머리말에서도 읽었지만 신선한 문장들과 섬세하게 묘사되어지는 음식재료들, 그리고 맛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정말 초밥처럼 새콤 달콤 쌉싸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초밥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눈길을 끌더니 이제는 글이 음식의 이런 세밀한 부분까지 묘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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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맘, 또또맘 2006-07-2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 책표지가 너무 예뻐요. 저도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 여름이 가기전에 읽어 봐야 겠네요. 추천합니다.

해리포터7 2006-07-20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똘이맘님 네 표지가 눈길릉 확 잡아끌죠^^

또또유스또 2006-07-2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 훌륭한 서평을 쓰시곤 왠 엄살...?
해리포터님 떽~~
서평단에 꼭 손드시길...

해리포터7 2006-07-2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유스또님 전 이책이 너무 힘들었어요.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