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글을 읽는 순간 영혼을 흔드는 듯한 너무나 큰 감동에 나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 하고 눈을 깜박이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잊고 창밖의 숲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학 도서관으로 가 그에 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시가 쓰인 시대 분위기와 그가 처했던 상황, 그의 죽음을 상상하며 깊이 숨을 죽였다.
시인과 독자인 나 사이에 놓인 문제가 홍이와 나 사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윤동주의 시에 홍이의 마음을 비쳐 보았다. 어째서 그때 나는 이 시집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 인간은 후회하며 사는 동물이다. 사자나 기린이나 낙타가 후회를 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후회를 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얼마나 괴롭고 덧없는 존재인가.-48p쪽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이시는 바람이 일어 나무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것들이 그대로 존재함으로써 이 세상을 움직이고, 형태를 만들고, 존재하게 한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내가 태연하게 있으면 세상도 고요히 있으려 한다고 시인은 내게 깨우쳐 주었다. 만난 적도 없는 사람, 자신을 죽인 나라의 후예인 나의 마음에 시인의 생생한 사고의 비가 조용히 내렸다.-49p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