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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책이 과연 기리노 나쓰오의 책인가? 등장인물 묘사며 상황을 이야기해가는 것들은 묘하게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자꾸만 작가의 이름을 확인하게 되는 이런 당혹스러움......
"이러면 안되는데, 이제쯤 사건이 일어날만도 한데..."정말이지 당황스러워서 자꾸만 주절거리게 했다. 이 작품이 말이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모종의 음모나 숨은 의미를 파악하느라고 신중히 두번 세번 되뇌어 읽어가곤 했다. 하지만 끝이 얼마남지 않을 즈음 설마.... 정말일까? 하고 기쁨인지 분노일지도 모른 감정이 들곤 했다. 이것이 내가 이책을 읽으면서 내내 겪은 심정이었다.
내가 기리노 나쓰오의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우리알라딘서재의 대모(?)라고 하면 화내실라나? 여튼 내가 그렇게 추앙하고 싶은 물만두님으로 인해서다. 그래서 처음 이 작가의 책을 잡은게 [아웃]이었다. 추리소설로만 분류되기엔 좀 미묘한 그 책은 나에게 많은 만족감을 가져다 주었는데 충격적인 사건전개나 주인공의 세밀한 심리묘사가 탁월해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읽어나갔던 작품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여탐정 미로시리즈도 좋았다.
이작가에대해 그렇게만 알고 있는 나에게 [다마모에]는 색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련히 추리물이겠거니 하고 책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정작 나와야 할 살인은 없고 남편의 죽음에서 시작한 상황전개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퇴직한지 얼마되지않아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은 남편때문에 몹시 힘들어하는 주인공 도시코는 60이 되기 직전의 나이고 각자 독립해 살고있던 자녀들은 그런 엄마를 이미 노인으로 치부해 버린다.
남편이 죽기전에도 자식들은 그리 왕래가 없었고 도시코는 오직 남편만 바라보고 살아왔었지만 서서히 재산상속문제, 아들이 함께 살자고 하는 문제, 그리고 충격적인 남편의 불륜문제가 서서히 드러난다. 10년간이나 자신을 속이고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남편때문에 도시코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나로써는 이 나이의 마음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기에 작품을 아주 세세하게 읽게 되었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 불륜상대에 대한 분노와 연민, 자식들의 이기적인 내면과 오만함, 그리고 친구들, 기리노 나쓰오는 아마도 섬세한 심리묘사를 하는데 따라올 사람이 없을것 같다. 특히 이렇게 상처입은 영혼들을 묘사할때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작품에서는 집안일만 하던 순수하던 도시코가 겪게 되는 일이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던가 나쁜일만 계속된다던가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로부터 도시코가 받게 되는 위로는 말로 다 할수 가 없다. 그리고 그 상황을 도시코는 드디어 즐기게 되기까지 작품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글쎄 나도 그 나이가 되기까지 아직 멀다면 먼 나이이지만 도시코가 알고 있었던 생활에 대한 안이한 생각들, 남편에 대한 생각들, 자식에 대한 생각들, 친구들에 대한 생각들이 나에게 너무 절실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자신이 60이 되어가는 이 시점이 노인이 되기엔 젊고 젊음에선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허무함이 많은 것을 결정짓지 못하거나 결정되어버리는 등 큰 문제점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과연 작가는 하나하나 잘 짚어나가 나에게 결국엔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인생은 언제나 놀라운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그것이 결코 새롭거나 익숙치 않아도 우리는 그걸 잘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한다고 잘하면 더 좋은 위치로 전진해 나갈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는 것이리라.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중에서 그리 자극적인 소재가 있는것도 아니고 참신함이 묻어나오는 것도 아닌데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다마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