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난난 -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
오가와 이토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달팽이식당]의 오가와 이토가 쓴 장편소설이다.

 

음식이야기부터 시작하는게 왠지 익숙하더라니 역시나 [달팽이식당]을 쓴 작가였다.

[달팽이식당]이라는 책도 [카모메식당]을 알게되면서 덤으로 레이다(?)에 포착된 작품이었는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언뜻 아주 판타스틱한 화면이 나오는걸 어디서 본같아 아직 볼엄두가 안났다. 왠지 그런영화엔 온몸이 오글거려서 말이다. ㅎㅎㅎ 하지만 책은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주제를 표현해주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읽었었다.

 

단지 표지에 있던 글만 보고 책을 펼쳤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향기가 난달까.....

이책 참 맛나다...향기롭다...따사롭다...뭐 그런느낌.

정말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기시작했는데 표지만보고 사랑이야기인줄 짐작은 했지만 이정도일줄이야.

그랬다. 책의소재는 '불륜'이었다. 책의 절반을 넘어가며 읽었을때야 그 사랑이 불륜이라는걸 깨달았다. 두 주인공이 마치 첫사랑을 이루어내듯 조심스레 다가가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그때까지 깨닫지 못했던거다. 솔직히 조심스레 다가간다는 말은 좀 어패가 있다. 여주인공인 시오리는 전통을 소중히 하며 오래된것을 좋아하는 여자인데 그런 분위기속에 살다보면 마음도 거침이 없어지는지 망설임속에서도 잘도 앞으로 수욱쑥 전진한다. 물론 그것이 흔히들 말하는 유혹같은게 아닌데도 그녀의 간절함이 묻어나서 속으로 응원을 하게 된다. 이야기를 읽어가는 내내 계절은 흘러간다. 사랑하는 두사람이 그리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다. 한창 연애에 열올리는 20대처럼 열에 들떠서 혼수상태에 빠져버리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그리고 있는 사랑은 그저 오다가다 시간이 허락되면 만나서 같이 좋은것들로 시간을 쌓고 배가 고플때 맛있는것들로 같이 배를 채우고 서로의 아픔을 풀어놓고 들어주는 것이다. 예상한대로 음식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맛있는 음식이라는것이 시오리에겐 아주 중요한 것이다. 맛있는것을 나누어 먹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가고 상대의 기호에 맞추어 요리를 하고 그런음식을 먹는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같이 느끼는 그것이 시오리에겐 진정한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그녀의 가게속에 그녀가 있을때는 일본풍경화에서 빠져나온 사람인듯 한  시오리는 20대중반인데도 아주 중후한 멋을 아는 여자인데 그녀가 운영하는 가게가 엔틱기모노를 파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아주 특이하다. 그리고 그녀가 우정을 나누는 이웃친구들도 모두 나이지긋한 어르신들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멋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으로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녀에게 열렬하게 구애(?물론 아버지가 지켜보는 마음으로)하는 한 노신사는 이루지 못한 자신의 첫사랑을 대하듯 그녀를 바라본다. 하지만 시간을 거스르지 못한다는걸 그들은 알고 있다. 그 멋진 노인들이 시오리가 이룰수 없는 사랑을 시작했다는걸 모를리도 없건만 전혀 비난하지도 호기심에 겨워하지도 않는다. 다만 지켜봐줄 뿐이다.아마도 그런 젊은시절을 겪어온 분들에겐 그저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는게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또 한가지 언제나 나의 의문투성이인 '일본인'라는것이 이번에도 충격이었는데 그 이야기의 시발점은 시오리의 가정사에 있다. 시오리의 어린시절은 유복하진 않았지만 단란했었다. 하지만 시오리의 엄마가 젊은남자와 바람을 피워서 배다른 동생이 생겼다. 그일로 부모는 이혼을 하고 시오리는 아빠를 따라가서 살고 엄마는 두 동생을 키우며 살아간다. 시오리가 독립할 즈음 아빠가 재혼을 하고 시오리는 엄마의 집에서도 아빠의 집에서도 이방인인 느낌을 받는다. 가족이었으나 가족같지 않은 느낌...그들에게 그 시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모든감정을  담백하게 정리해버리는 일본인의 한 성격탓인지도 모른다. 단지 사랑을 하게된 시오리가  여동생이 좋아하는 밤밥을 해주러간 날 그들 곁으로 들어앉은 시오리가 느끼는건 아마도 엄마에게 아직 줄수 있는 남은 사랑과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 배다른동생에 대한 모성애같은 감정, 그런 막내동생을 아무런 내색없이 받아들여 돌보고 있는 자신의 친동생 하나코에 대한 애잔함이 아닐까 한다.

시오리의 어려운 사랑이 이루어지라고도 못하겠고 도리를 생각해 헤어지라고도 못하겠다는게 솔직한 내 감정이다. 그런데 그들같은 사랑이 정말로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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