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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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책만을 낙으로 살고 있는 나에게 기대하던 작가가 새책을 냈다는 소식만큼 흥분되는게 있을까?  게다가 이번엔 책이 좀 두껍다.  솔직히 더 두꺼운 책이었으면 했다.ㅎㅎㅎ   전날밤의 숙취로 몰려나온 아침잠도 내쫓고 이책을 놓지 못하게 한 정유정작가 정말 대단하다. 

  마치 어딘가에 존재 할 것 같은 세령호.  한 눈에 그려지는 수목원과 댐, 꿈속의 수수밭 풍경..등등.  첫 책인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에서 알아챘던 작가의 역량이 고스란히 스며 들어 있다.  우선 충격적인 소재와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독자를 당황하여 체념시킨 다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어놓는 작가의 정교한 솜씨에 감탄하고 말았다. 

  시작은 주인공인 서원과 함께 가슴에 돌을 묻고 책장을 넘겼는데 언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믿음직스런 승환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이처럼 작가가 만들어낸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믿음이 가기 시작하고 서원의 심정과 한마음이 되어 한가닥이라도 아버지에게 믿음을 갖고 싶어진다.  

  하지만 사실은 존재했다.  서원이 인정하기 싫었지만 진실인채로 늘 그곳에 있었듯이.... 서원의 아버지인 현수가 그 대단원의 사건이 일어나기전 시발점이 되는 사건으로 최책감의 몸살을  앓을때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우린 순간순간의 선택을 하고도 그 선택이 잘된것인가 잘못된것인가 고민을 하고 후회를 한다.  자그마한 볼펜을 살때도, 실수로 누군가를 차로 치이고도 당황해 뒷수습을 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 안의  나는 갈등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우리 뇌가 스스로 그 기억을 놔버릴때까지 후회할 것이다.  현수가 놔버릴 수 없는 그 기억은 스스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며 실수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자신이 지금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들어와 있다고 자각을 때가 있었다.  그 순간엔 나의 마음은 내몸을 떠나 나의 몸뚱이를 내려다 본다.  이제 과연 내가 무엇을 하게 될까?  나 자신도 모르는 것이다.  마치 도플갱어처럼 존재하는 나의 의식. 

  정유정작가의 책을 읽으면 치밀하게 짜여진 이야기를 읽다가 놀라운 스피드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마디 하게 된다.  

  "이런 영화같은..." 

  그런데 실제로 이책이 영화로 제작된다니 흥분이 된다.  나처럼 느낀 사람이 또 있었군.ㅎㅎㅎ 아마 책의 치밀한 묘사로 영화로 만들어 내기가 좀 더 쉽지는 안을까하는게 또하나의 나의 추측이다.  이책을 사들이고 정유정작가와의 대담같은 TV프로그램을 보고 시간을 충분히 들여 호기심이 안달나도록 한다음 이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3분의 1이 넘어가 버렸을때 제일 아쉬운 순간이 왔다.  아이들이 집에 왔고 아이들의 등장은 곧 밥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나의 의식을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다.  널브러져있는 이불들, 쌓여가는 책들, 바닥에 쌓인 고운 먼지들하며.... 내가 가정주부라는게 싫어지는 순간이다.   

  하여튼 그 난관들을 뚫고 며칠만에 다 읽은 나의 책[7년의 밤]은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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