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 본즈
앨리스 세볼드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앳북스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이제 겨우 14살이다 수지는.... 바로 아래인 여동생과는 엄마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싶어하는 라이벌관계이자 오직 자매만이 가질수 있는 시간들을 가지고, 아직도 손을 빠는 4살짜리 남동생에게는 엄마다음으로 잘 돌봐주는 누나이다. 수지가 살해되는 시기는 1973년 12월 6일 이웃의 옥수수밭 ....  며칠뒤 이웃집개가 수지의 팔꿈치를 물고 나타나자 수사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수지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고 발견된것은 책과 수지에게 반한 레이싱이라는 소년이 그날 수업시간에 수지의 책에 살짝 끼워놓은 연애편지조각...이 연애편지조각으로 레이싱은 살인범이 될 뻔했다. 그리고 수지의 모자....수지의 엄마는 딸의 팔꿈치가 발견이 되었어도 딸이 살아돌아오기만을 바랬다. 그렇게 피를 많이 흘렸어도 어딘가에 살아있을거라고 믿었다. 그런 환상은 간절히 바라면 절대 의심하지 않으면 이루어질것만 같았다. 사건은 지긋지긋하게 끝을 보지 못한다. 그 시간들을 수지는 이곳저곳을 헤매며 사람들을 살피는데 보낸다. 이 이야기는 살인을 당한 가족이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내느냐에 촛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쉽게 극복되어질 수 없다는걸 모두 다 안다. 표면적으론 잊어버리려 애쓰지만 그 누구도 잊을 수 없고 언제나 예민한 부분이 되고 마는 것이다. 가장 가까웠던 부모님마저도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봐 다가가지 못하게 되고....여동생린지는 그애만의 영민함으로 단단한 철옹성을 쌓고 그누구도 자신에게 상처주지 못하게 한다. 어린남동생 버클리는 큰누나를 자꾸만 찾는다. 자신을 달래주던 다정했던 누나를 말이다. 죽음은 떠난것이지만 떠난사람은 늘 돌아온다고 알고 있는 버클리는 아직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에서 어느 하나도 덜 중요시 되는건 없다. 수지가 사랑한 아빠, 유일하게 수지와 단 둘이서만 만들던 배를 병속에 넣는 의식....수지만이 그 일을 신기해하고 도와주었었다. 큰딸이라는 개념은 엄마와 아빠에게 참 다른 의미일 것이다. 수지의 아빠에게는 난생처음으로 자신을 위대하게 바라봐주는 자식이며 자신이 죽어서라도 보살피고 싶은 작은 핏줄이다. 그런딸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렸기에 아빠는 한순간 움츠러들기 시작한다. 남은 자식이 어떻게 될까봐 최선을 다해서 보듬는다.그리고는 주위로 시선을 돌린다. 아빠만의 예민한 감각으로 이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본능적으로 이웃집 하비가 살인범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하지만 아무 증거도 없어서 번번히 경찰에게 무시당한다.  

 그리고 수지만의 엄마, 겉으론 현실로 받아들이는 모습, 수지의 모자가 발견되고 빠르게 포기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그런모습은 빗나가는 구석이 있다. 해소되지 못하는 슬픔은 가끔 이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버린다. 경찰관 렌과의 관계로 아예 남편과 자식들을 버리고 죽은딸로부터 도피를 하게 되는 엄마. 엄마의 외도를 눈앞에서 뻔히 보고도 미움보다는 슬픔과 애절함이 앞서는 수지...그런 엄마를 이해할만큼의 여유가 없는 가족들, 그들조차 비난할 수 없는일...그저 기다리기만할뿐 그들이 무엇을 해결해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엄마는 남동생 버클리가 중학생이 되도록 집을 떠나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서 살게 된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은 외할머니였다. 엄마와는 다르게 세상을 살았던 할머니다. 오랫동안 남편의 외도를 화려한 사치와 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셨던 그런 분이 자신의 딸이 죽은 손녀로 방황하게 되자 남은 식구들을 챙겨주게 된다. 이렇게 한 가족구성원의 평범하지 않은 죽음이 가족을 해체시키기도 하는 반면 다시금 모여살게 하고 그 유대가 남다르게 만든다.  작가가 만든 The Lovely Bones라는 말은 아마도 이런요소에서 나왔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수지는 계속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지만 않았다면 좋아하던 레이싱과 아름다운 입맞춤을 했을 것이고 사랑을 키워나갔으리라...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인가...다시 되돌릴 수 없는 10대 시절이다. 죽어서 천국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지게 된것이겠지만 그것보다 더한 고통은 자신은 더이상 자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레이싱의 주변을 서성거려도 대학을  들어간 여동생옆에 있어도 이젠 그들과는 같이 할 수 없는 시간들, 그들은 서서히 어른이 되었고, 사랑을 했고, 서로에게 위로받았다. 레이싱에게는 첫사랑을 느낀 여자아이로 남았지만 수지에게는 여전히 사랑하는 남자친구일 수 밖에 없다.  자기때문에 슬퍼하고 상처받은 가족들의 옆에서 그들의 마음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수지는 이제 강간살해 피해자가 아닌 카운슬러가 된 기분이다. 어서 빨리 이들이 자신의 죽음을 떨쳐버리고 일어서야 할텐데하는 심정으로 그들주위를 멤돈다.  

 글의 후반부는 판타지같은 일이 일어난다. 수지가 죽어서 천국에 가기전 수지의 영혼은 같은 학년인 루스에게 스친다. 그일로 루스는 자신이 뭔가 특별나다는걸 알아차린다. 죽은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심지어 죽은 장소까지 알게된다. 자신이 본것이 수지라는 것을 깨달고는 레이싱과 특별한 우정을 나누며 수년간 친구로 지내게 된다. 세월이 흘러 레이 싱과 고향을 방문하게 된 루스는 수지의 시신이 버려진 구덩이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수지를 명확하게 느낀다. 루스가 묻는 말 그 한마디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버린다. -"넌 바라는게 없니 수지?"-그순간 우연히 그곳을 지나쳐가는 살인범 하비씨...그가 죽인 여자들이 루스의 눈에 보여진다. 자신이 버려진 구덩이를 바라보고 있던 수지...그 순간 루스의 몸속으로 수지는 떨어지게 된다. 천국에서 말이다....왜 이때인가?  왜 하필 루스의 몸속인가?  이런 의문을 갖게 되었다. 과연 14살 여자아이 수지가 바라는 게 뭐였을까? 궁금한 독자는 이책을 읽어보면 알 것 이다.

 우선 중요한 소재가 강간살인이기때문에 꽤나 폭력적이고 심각할꺼라는 나의 예상을 뒤엎고 이야기는 아름답다고 표현할만큼 서정적이다. 주인공 수지는 옆집아저씨에게 살해당한다. 이 남자가 죽인 사람은 수지뿐만 아니다. 호기심이 강한 그또래의 아이를 어떻게 현혹시키는지 예민한 감각으로 알고있는 이 남자는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성격이다. 그동안의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나는 연쇄살인범의 유형을 어느정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단순한 사이코라고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글은 죽은수지의 영혼이 천국을 떠돌아 다니면서 본 수많은 것들을 나열한다. 그중엔 이 살인범의 어린시절도 보여진다. 아주 담담하게 그 장면 하나하나를 보여주는데 수지는 전혀 이 살인범을 증오한다거나 죽이고 싶어하거나 하지 않는다. 예로 늘 또박또박 하비씨라고 호칭을 쓴다. 어쩌면 죽음이 그런 감정들을 모두 사라지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이 자가 외롭게 어린시절을 보내며 어떤 내면을 갖추게 되었는가가 수지의 이해로 설명되어지고 있다. 수지는 우리에게 이사람은 이런감정이었을 것이다라고 친절하게 이해시켜주려고 까지 한다. 그리고 수지가 살해되기까지의 과정이 찬찬히 나열되어지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도 개입되지 않는다. 어떤 아픔도... 아마도 아픔과 분노는 수지의 천국을 표현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았을것이다. 수지는 너무나 살고팠으므로....

 수지는 죽기 하루전 한눈에 반한 레이 싱과 살짝 입맞춤을 했었다. 그 또래 여자아이에겐 이점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감수성이 뛰어난 수지에게는.... 수지는 엄마의 어린시절을 본다. 그런 수지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자신이 미래에 어떻게 될것인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시절 수지가 본 엄마는 자신을 임신함으로써 자유롭게 살 이상을 버리게 되었고 이때문에 수지는 엄마에게 연민이라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엄마는 엄마이기전에 한 여자였다. 아름답기 그지없는....수지의 어느 생일날아침 우연히 정원의자에 앉아있는 온전히 여자인 엄마를 찍게 된 수지는 그 사진한장으로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그모든것이 다 수지가 죽기전의 일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여전히 수지는 엄마와 같은 아름다운 한 여인이 되고싶었을 것이다.

  글의 배경은 30년도 더된 시대지만 미국의 10대들은 언제나처럼 나에겐 감당하기 힘든점이 있다. 미국부모의 태도 또한 우리들의 부모와는 아주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마약을 한다거나 성적으로 아주 성숙해져 버리는 등 그 시기가 어른도 아이도 아닌점은 이해하지만 우리처럼 부모가 간섭하지 않는 부모자식간의 관계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점에선 난 너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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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3-0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 영화를 보고 왔는데 해리포터님 리뷰를 보니까 영화가 더 잘 이해가 되는 느낌이에요. 영화에서는 14세에 살해됐다고 나오는데 책에서는 12세였군요. 아름답고 슬픈 작품이에요.

해리포터7 2010-03-0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아니에요. 제가 잘못 봤어요. 14세 맞아요.죄송~

TheBox 2021-11-26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폭행 아픔 글로 써 세계적 작가 됐는데..그가 지목한 범인은 40년만에 무죄 선고, 그래도 사과는 없었다 | 다음뉴스 https://news.v.daum.net/v/20211126001102241?x_trk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