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없이 생각한다. 심지어 다른사람과 대화를 나눌때도 머리속에 딴생각이 떠오른다. 머리큰 아이들은 이젠 그런 엄마를 이해해야 할지 화를 내야할지 갈팡질팡인가보다.며칠전엔 이런 상황을 바꿔보려고 불교책자를 주문해보았다. 늘 부러움반 의문반으로 경전을 읽는 염불을 하는 스님들은 생각을 다스릴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었다. 머릿속을 정리할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이런건 심리학책을 사서 읽어봐야하나? 자기개발서?아뭏튼 무한히 노력해봐야할 것 같아. 

지난 금요일에 시댁엘 갔었다. 어머니는 그전보다는 평온한 모습이다. 요즘엔 아버님께서 밥을 하신단다...부끄러워 고개숙이는 며느리다. 싸가지고간 김장김치며(김치냉장고가 기능이 좋은건지 아직은 먹기좋게 적당히 익어있다) . 멸치, 마늘쫑장아찌 등을 꺼내 상에 올렸더니 어머님 늘 하시던대로 칭찬을 하신다. 그렇지 어머님마음이 원래저런 자상하신 모습인데 치매란것이  성화를 내게 하고 화를 돋구니 그동안 어머니걱정이 많이 되었었는데 그나마 부엌일에 손을 떼고 나시더니 부쩍 여유로와진 모습이시다. 가끔 한탄조로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꼬....를 되뇌시지만 어쩔수 없지않은가.... 

일요일날 아침먹고 나오기전까지 김치를 잘 담궜네..간이 딱 맞다. 누가 김치를 해왔냐..정말 니가 담궜냐. 정말 맛있게 잘 했네. 이런말씀을 수도없이 하신다. 물론 조금전에 하신말씀도 가물가물하기에 빚어진 사태다. 나중에는 김치가 아주 맛있는 걸 보아하니 사왔겠구나 하신다.흐흐흐. 이 막내며느리가 아직도 갓 시집온 새색시인줄 아시나보다. 암껏도 할 줄 모르던 막내며느리가 했다는걸 이해하실수 없으신게지.하핫!  이런것 저런것 잘 챙겨드시라고 당부에 또 당부를 드렸건만 추석날 가져갔던 과자를 왜 안꺼내줘서 맛도 못 봤다는 투정을 또 날리신다. 예전에 그 고고하던 말씀과 집안 구석구석 뒤지시며 찾아내시던 기억력 모두 이젠 저 안개너머로 보내시고 말이다.... 

곁에서 챙겨드릴수 없음이 안타깝기만 하다...그래도 이번에 시골에 간 타이밍이 절묘했는지 마침 아버님께서 들깨를 터신다며 우리 식구모두를 데리고 산꼭대기밭으로 가셨다.정말 시집가서 이런일 해본거 처음이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도록 하루왼종일 밭일해본건 처음이니 그동안 얼마나 며느리같지 않았나 후회해본다. 들깨털기는 의외로 마음을 비워야하는 노동이었다. 처음엔 아버님혼자 이 많은 들깨를 농사지으셨구나하면서 들깨알 하나라도 더 털려고 오래 붙잡고 때리면서 털었더니 손가락 마디마디며 어깨 손목 안아픈곳이 없더라 아버님이랑 남푠은 산처럼 쌓인 들깨를 자랑했는데 난 그 반이 될까말까한 양이었다. 점심먹으러 내려올때 아버님께서 그렇게 털면 안된다며  차근차근 설명해주신다.어째 나처럼 들깨털다가는 오늘안에 다 못한다는 말이 뜨끔해졌다. 

점심먹고 다시 밭에 가서 작업을 재개했는데 설거지하고 뒤늦게 우리가 올라간사이 벌써 아버님께선 지개로 너른 밭에 널려있는 들깨더미들을 우리가 쉽게 털수 있도록 날라다 놓으셨다. 그리고 막내며느리 앉을 자리에 편하게 하라고 폭신하게 더미를 넣어놓으셨다..들깨를 털다가 가슴이 울컥거렸다...눈앞엔 들깨와 먼지가 일렁이고 눈은 뜨거워지고..우리가 이렇게 때맞춰 안왔다면 이 모든걸 고스란히 아버님혼자 하셨을텐데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하였다. 

그런마음이 들면 뭐하나 평소엔 어짜피 아무런 도움도 못되는게 우리들인데....집에 올땐 또다시 아버님이 요즘 도라지캐는 남의일다니신다며 도라지를 한가득 주신다....그동안 받은 것도 모자라 늘 주시기만 하시는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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