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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한국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매우 바람직한 뉴스와 함께.
하지만 원체 남들이 좋다좋다 하면 더 읽기 싫어하는 완전 삐뚤어진 성격 때문에 나의 관심 영역에 가까운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많이 울었다는 얘기가 내 귓가에 스쳐오면서, 문득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막 울어댈 계기가 나에게는 필요했는데, 조금은 효과적이었던 듯. 눈이 많이 부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읽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 괜히 공부한다는 핑계로.


이 책은 유정이의 이야기와 윤수의 이야기가 동시 진행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할 것 하나 없는 집안에서 살아오는 유정이지만 그에게는 세상을 살아가야 할 만큼 삶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15살에 겪었던 고통은 그에게 3번의 자살을 시도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모니카 고모가 없었다면 그는 지금껏 살아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에게 버림받고 힘든 유년 시절을 살아온 윤수. 그는 살아가는 것이 고통이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 사형수라는 이름의 무게가 오히려 그에게는 감사한 나날이었다. 
 

그러던 그들이 만나 서로의 삶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한다.
처음에 모니카 고모의 손에 이끌려 윤수를 만나던 유정은 솔직하자면서 진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던 그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의 삶을 한층 빛나게 했다는 것을 그들은 알게 된다.

 
"저기요 . 저 오늘 여기 오고 싶어서 온 거 아니에요. 이제껏 온 것도 오고 싶어서 온 거 아니었어요. 저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상투적인 말을 나누는 거 그거 제가 아주 싫어하거든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상투적인 거라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삶이 고통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조금은 더 살아보고 싶다는, 그래서 그간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고.
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일주일의 3시간은 그날그날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윤수가 사형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또 안타까운 것이다.

그 사실은 뒤로 갈수록 점점도 유정의 마음을 조여온다.
유정은 늘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던 하느님이지만 또 기도를 한다.
윤수를 살려달라고.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소원을 하느님은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유정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제일 증오하던 그 사람을 용서하는 일.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그래서 왔어 엄마를, 용 서한다고 말 하려고. 용서할 수 없었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용서하기 싫어! 그 인간보다 더 용서할 수 없었던 엄마 를 그런데 오늘 용서, 해보려고 온 거야."
 

그래, 정말 어려운 일은 그 상대를 용서하는 일이다. 그 상대를 용서하는 일.
그 일이야말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기적을 일으키게 한다. 

지금의 나도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에 고통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용서하자, 아픔을 버리자,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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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구를 지켜줘 1
사키 히와타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별자리 관련 책을 사면서 서점 아저씨에게 선물로 받았던 부록에서였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였을까? =_=a

그때는 일부분만 봤었기 때문에 앨리스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링의 존재가 너무 싫었다.
쪼꼬만 것이 자기 멋대로 하는 꼴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나는 <내 사랑 앨리스>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 후 만화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처음 이 작품에 대해서 알게 되고
진정한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다행히 2001년에 <나의 지구를 지켜줘>라는 원제 그대로 다시 출간이 되었고,
내 손에 무사히 안착하게 되었다. -조금 사설이 길지만은 =_=a

히와타리 사키의 데뷔작이자 유일한 성공작 =_=;
그 이후의 작품은 정말이지.... 사실 이 작품의 후속편인 <나를 감싸는 달빛>도 많은 기대를 했지만, '작가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그림체도 너무 많이 변해버려서, 얘가 정말 시온인가, 앨리스인가 싶었다.

하여간 <나의 지구를 지켜줘>를 한마디로 평하자면 전생과 내세를 둘러싼 '지구를 사랑한' 외계인들이 벌이는 스펙터클 판타지 멜로물이라 할 수 있겠다.

모쿠렌과 시온은 각자의 아픔을 지니고 좀더 나은 삶을 위해 kk(지구)행을 택한다.
하지만 거기서 퍼진 병원체는 그들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시온과 모쿠렌은 서로 사랑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아픔을 지닌 채 죽음을 맞이한다. 각자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것이라는 오해를 남긴 채. 하지만 모쿠렌은 말한다.

내세에서 만나고 싶으니 절대로 자살만은 말아달라고.
시온은 미쳐가면서도 모쿠렌을 위해 혼자서 9년간을 살게 된다.
그렇게 일본의 도쿄에서 만나게 된 그들이지만, 전생에 풀지 못한 숙명 때문에 그들은 번민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보여준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현재라고.
과거를 좇다가는 현재의 자신이 불쌍하다고.
아마 작가는 이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현재를 소중히 하지 않으면, 더이상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이 작품에는 이런 시온과 모쿠렌, 링과 앨리스 외에도 숨은 보석들이 많다.
그런 보석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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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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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한 살, 사랑이 또 오기는 할까?


읽히는 맛과 감각이 일본소설과 많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요즘 2,30대 젊은이들이 일본소설을 많이 찾고 공감을 얻는다는 것에서 어쩌면 이 책은 요즘 젊은이(그러는 너는? =_=;)들의 코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인 경력 7년차, 슬슬 결혼에 대한 압박에(주변인물들이 아닌 스스로가) 시달리면서 뭔가 이대로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나이. 이젠 이십대라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십대의 감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나이. 고민이 많은 시기의 나이를 저자는 '은수'라는 여주인공을 앞세워 이야기를 펼친다. 그녀가 고민하는 일상, 일, 연애의 고민은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은 소설이었던가.

윤태오, 남유준, 김영수. 이 세 남자를 저울질해가며 객관식의 답 고르듯 남자를 골라가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 남자만을 원하지도 않는 굉장히 이기적인 주인공. 그리고 일곱 살이나 어리고 착하며 예의바르며 잘생기기까지 한, 게다가 날 너무나 사랑해주는 그런 남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_=;

그리고 마지막 남자 김영수 씨는 막판에 이르러 내가 이 작품을 왜 읽고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이 작품은 2,30대 여성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설이지 괴수가 출연하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란 말이다 ….   그래 작가가 글을 쓰다 중심을 잃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은수가 누구도 택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끝나는 마무리는 좋았지만 너무 늦었달까? 하여간 중심을 잡아가며 글을 쓰기란 굉장히 힘든 일 같다.
그나마 이 작품에서 좋아할 수 있는 인물은 은수의 '엄마'다.
그녀가 살아온 나날들, 옳다 나쁘다를 떠나 결국은 회귀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선택.

어렸을 적 친하게 지냈던 친구마저 '이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딸을 곤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이제 만나지 말자'라는 선언을 한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그녀가 고민했을 수많은 나날이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혹 나도 엄마에게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여간 몇 년 후에 겪게 될 달콤하지만 씁쓸할 나의 서른하나도, 잘 있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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