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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득한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준 꽃밥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먹골배'로 유명한 곳이다. 뭐 갈비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 정도면 짐작하려나? 나는 태릉에서 태어났고, 자랐고, 지금도 살고 있다. 소위 말해 토박이다. 지금은 그래도 서울이랍시고 수도권에는 속해 있지만,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는 '서울'이 아니었던 곳. 중랑천이 흐르고, 배나무가 가득했던 그곳, 지금 나는 그곳에서 살고 있다.
내 고향. 아득한 그곳으로 이 작품 『꽃밥』이 데려다주었다.
……상상이 되는가? 사실 나는 배 따고 다녔다.
「꽃밥」전생을 간직한 여동생을 아끼는 도시키, 동생과 함께 전생의 기억이 담긴 곳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후미키는 내 동생이라는 것.
「도까비의 밤」불치병을 앓고 있던 재일한국인 정호 이야기. 일본이라는 낯선땅에서 차별을 받으며, 친구 없이 외로움을 간직한 채 이승을 떠야 했던 친구.
「요정 생물」한 마술사에게서 받았던 이상한 '생물' 그로 인해 찾아올 거라던 '행복'은 오히려 불행만을 가져다주었다. 끔찍한 기억.
「참 묘한 세상」죽기 전에 삼촌이 만나왔던 세 명의 여인들. 그들이 모이지 않으면 삼촌의 시체는 움직이지 않는다?
「오쿠린바」죽음의 주문을 알고 있던 한 할머니를 쫓아다니던 소녀가 겪은 묘한 이야기.
「얼음 나비」가족의 생계를 위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누이 앞에 나타난 동생으로 화한 나비.
삼 년 전,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는 우리 둘이서 조촐한 장례식을 치렀다. 우리를 키우기 위해서 인생의 모든 것을 희생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와 후미코는 울고 또 울었다. 그 후로 나와 후미코는 이 세상에 단둘뿐인 오누이가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후미코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갈 것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빠란 세상에서 가장 손해가 막심한 역할이니까.
이 작품들은 모두 죽음, 불행을 소재로 다루어 자칫하면 굉장히 어둡게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어두운 소재로 '누구나 가고 싶은 그곳'의 아련한 고향을 떠올리게 만드는 일이 과연 쉬운 일일까? 작가인 슈카와 미나토는 오사카 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꽃밥』에는 오사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즉 이 작품은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고향인 것이다. 게다가 오사카는 '한국인'과 인연이 많은 곳이다. 이 작품이 일본인의 일본문학작이긴 하지만,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이 작품은 누구나 마음 한곳에 아련히 가지고 있는 '환상의 노스탤지어'로 이끈다. 그러기에 겪지 않았어도, 비슷한 감정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 뭔가 옛날 생각이 나. 한없는 그리움으로 가득찬 그곳. 그곳이 내 진정한 고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