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s 마스 - 화성의 생명체를 찾아서
데이비드 와인트롭 지음, 홍경탁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수많은 행성 중에서도 '화성'에 집중된 내용이에요.

아무것도 살 수 없다는 그곳에 과연 생명체는 존재하는 걸까요

어릴 적부터 우주에 관한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급상승했습니다~

 

행성에 관해 쓰인 어처구니없는 글들이 너무 많다.

여전히 화성이 매우 중요한 과학적 조사 대상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피터 밀먼, 천문학자-


 

처음엔 SF영화를 보면서 외계인의 존재를 알게되었어요. 그러다가

화성인이 존재하고 머지않아 화성에 가서 사는 사람도 생길 거라고 믿게 되었다능

특히 우주! 하면 블랙홀의 존재와 함께 태양계에선 화성이 제일 호기심을 갖게 했는데 말이에요.


영화 포스터 같은 표지를 넘겨 보니, 저자 '데이비드 와인트롭'의 소개가 있네요.

지구 물리학 및 우주물리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사이언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네이처>등 이름을 알만한 과학 잡지에 칼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책은 번역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옮긴이 홍경탁의 소개도 보았어요.

무려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경영과학 석사학위까지 받은 분이네요.ㄷㄷ



눈으로 관측하던 시대를 벗어난 건, 망원경의 발명이었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행성에 대해 과학자들의 조사가 시작되었어요.

망원경의 기술이 지금보다는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시력 또한 중요했다고 합니다.


화성에 대한 연구를 어떻게 진행해 왔는지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수많은 오류와 가정을 내세운 설이 유행하듯 퍼지면서 유명해진 사람도 있고,

화성에 대해 전혀 관심 없던 사람이 우연히 죽은 과학자가 남긴 자료를 읽고 나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구를 하는 모습에 감동도 느꼈습니다.


옛날 과학자들은, 화성의 붉은색은 붉은 식물이 많아서 그런 것이다.

아마 거대한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이다 등등 생명체의 존재에 관한 추측이 난무다고 해요.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1961년 청년 칼 세이건의 등장으로

화성에 물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더욱 활발하게 다뤄지기 시작했어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 등장했다.. 싶었는데

사놓고 아직까지 도전하지 못한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었네요. ㅎㅎ

청년 시절 과학자로서의 패기를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현재 화성에는 물이 얼마나 있을까?


화성 표면 지형은 화성 역사 초기 5억 년 동안 막대한 양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화성의 표면은 매우 건조해졌다.

물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표면 아래로 사라졌거나, 우주로 빠져

나갔거나, 또는 두 가지 경우가 모두 일어났기 때문이다.


                                 -07 그 많던 물은 어디에 본문 중-

 

화성으로의 탐사 여행을 하는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전문적인 과학 용어도 종종 보이기 때문에, 쉽게 하루 이틀 만에 읽기엔 힘들었지만

화성에 대한 새로운 소식과 지식이 있어서 꾸준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미 항공우주국 NASA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어요.

2030년대까지 화성과 지구를 오가는 계획을 세우고 진행 중이라고 해요.

상당히 완성 단계까지 이르렀음을 시사하는데 오싹하더라고요.


​NASA뿐만 아니라 테슬라나 두바이 왕도 화성 식민지 건설, 도시 건설을

염두도 해두고 진행 중이라네요. 과연 어느 쪽이 먼저 성공할까요?ㅎ


곧 2020년이고 이후로 10년만 더 지나면 화성여행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오래오래 살아서 화성을 꼭 가봐야겠어요! (우주여행 왕복권은 비싸겠지 ㅠ


기대와 희망, 집착과 염원의 행성 화성 탐사의 모든 것

코스모스에 펼쳐진 새로운 대항해 시대

화성에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

화성에 대한 최신 정보와 과학의 발전 단계, 그리고 거대 우주 산업에 대한 부분까지

많은 것을 알게 되어서 뿌듯하네요. 결국 아직까지도 화성의 생명체에 대한 존재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모두 알게 되어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우주에 대해 알고 싶다거나, 특히 화성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큼 자세하고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고 생각해요.

끝으로 과학적인 지식뿐만이 아닌 생명 윤리적인 부분도 생각하게 하는

칼 세이건의 충고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화성은 화성인의 것이다.

화성인이 비록 미생물에 불과하더라도."


                               -칼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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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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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갑자기, 타고 가던 전철이 멈춘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전혀 상상해 보지 않았던 주제였기에 호기심이 앞섰다죠 // ㅁ//


 

한 개의 이야기가 아닌, 총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7명의 다양한 사연이 나오는데 반전도 있고 감동도 있고 미스터리하기도 해요.

그중에 가장 놀랐던 건 첫 번째로 나오는 <파우더>라는 이야기였어요.


사람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타인과의 신체 접촉이 이루어지는 것을 소재로 했는데

결코 단순하지 않아요. 여성으로써 느끼는 곤란한 상황들을 잘 묘사했는데

그 안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ㅎㅎ 스포니까 알려드리진 않아요~


 

막차의 신, 내가 타면 그것이 막차

어떤 전철이든 그것으로 최후이자 최종 전철

막차의 신, 내가 타면 그것이 종점

그것이 인생, 더는 앞으로 못 가는 막다른 길.


다쓰코씨는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불길한 분위기가 풍기는 노래를

고가 밑에 울리며 멀어져 갔다.


                   -제5화 고가 밑의 다쓰코 본문 중-


안타까운 사연도 있고, 갑자기 부모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도 있어서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7명이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도 각자 다른 이유로

안타까워하고 조급해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만날 수 있는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단순히 소설로 읽기보다는 나도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기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사연들이 모두 재밌고 짠해서 책을 읽는 속도가 좀 빨랐어요.


마지막 장을 덮으니, 아쉽더라고요ᄒᄒ 조금 더 읽고 싶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정지된 시간'을 경험하면서 이제까지 살아오던 삶을

돌이켜보고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는 모습은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어요. 요즘같이 추운 날 따뜻한 차 한잔 옆에 두고 읽는데

너무 행복하더라구요. 소설 내용도 좋고, 소소한 행복이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서점에서 망설이시는 분이 계시다면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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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몬 부티크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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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주의 사항입니다.

마성의 '타신'이라는 인물에 심쿵사 하실 수 있습니다. 

심장이 약한 분들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설레발 죄송합니다;;)

 

 

어떠한 단서도 남기지 않는 완벽한 연쇄 살인범!

치밀하고도 철저한 그의 범행은 CCTV에조차 잡히지 않았다.


표적 수사대의 팀장 '정두현'과 유일한 여경위 '민재경'

그리고 7년 전부터 범인을 추적해온 베테랑 형사 '장석진'과

'이정훈'형사와 막내 덕후 '오덕수' 5명은 어떻게든 단서를 찾으려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동일 수법의 연쇄 살인은 계속해서 벌어진다.


설상가상으로 범인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며 해체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때, 사건 수사의 새로운 도움을 줄 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천재적인 후각을 지닌 마성의 남자! 타신.

 


"사망자 한 명, 그리고 신원이 확실한 열한 명.

 

재밌군… 이 방에 범인의 체취는 없어..!"



 

타신이 끌끌 낮게 웃으며 방문에서 물러섰다.


                        -2부 미들 노트 본문 중-


나 같은 독자의 마음을 꿰뚫은(?) 건지

재력과 늘씬한 외모를 겸비한 만큼 까칠한 차도남

'타신'의 등장은 의외로 빨랐다. (강지영 작가님~ 이러시면.. 고맙습니다ㅋ)



 

재경이 숍 앞에서 타신에게 목례를 했다. 타신이 대답 없이 숍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재경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집어든 타신을 일별하고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또 게임이네. 변태, 성격 파탄자, 게임 중독에 속물, 왜 하필 저런 작자야."


                                         -1부 톱 노트 본문 중-


사건의 전개는 총 3부로 나뉘는데 공통으로 '노트'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단서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읽었지만 중후반까지도 알지 못하는게 함정.


잔인한 살인범의 정체에 점점 다가가는 긴장감 못지않게

재경을 둘러싼 두 남자 '두현'과 '타신'의 로맨스가 심쿵하다!

읽다가 반전 매력에 얼마나 웃었는지!

이유는 당연히 질투의 화신이 된 '타신' 때문ㅋㅋ


재경이 다시 한 번 두현의 색다른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불편한 사실 하나 얘기해줄까?

저 경찰놀이 좋아하는 부잣집 도련님은 오늘 네 파트너가 아냐.

혼외자로 태어나 인생 방탕하게 살며 헤이트 스피치가 스트레스 해소의

유일한 낙인 조향사, 타신이지. 그러니 나만 쳐다보라고."


타신이 재경의 턱을 끌어당겨 자신을 보게 한 뒤

그녀의 허리를 지지한 팔을 강하게 끌어당겨 몸을 밀착했다.


                              -2부 미들 노트 본문 중-


부드럽고 다정한 두현

까칠 차도남 타신

질주하는 그녀 재경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가장 간절했던 것은,

제발 시리즈로 나와서, 그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거다.

충분히 2권이 나올 여지를 남기는 마무리에 희망을 걸어 본다.


아,, 제발 2권 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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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정시
리훙웨이 지음, 한수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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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국어권 10대 소설 선정, 2017년 10대 소설 1위에 오르며 찬사를 받았다고 해서

큰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인문학 SF 소설은 처음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중국의 소설 문화가 어색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초반엔 낯선 단어들과 스토리 자체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뭔지는 알긴 알겠는데 조금 어렵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읽는 속도도 더디게 흘러갔습니다만, 집중력은 오히려 올라갔어요.

노벨문학상 수상을 앞두고 자살한 시인 '위원왕후'의 죽음을 파헤치는

주인공 '리푸레이'가 작은 단서들을 하나씩 모으기 때문이에요.


시인 위원왕후의 수상작 <타타르 기사>라는 작품에는

그의 죽음과 관련된 무언가가!!


타타르 기사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었어요.

이름이 그런 건 아니고, 다들 그를 그렇게 불렀어요.

타타르 기사는 지금으로부터 수 십 년에서 100년 전쯤 태어났어요.

그는 좋아하는 소녀와 함께 자라며 양치기, 말타기, 별 보기, 책 읽기 등

모든 걸 둘이 함께 했어요. (중략)


둘은 강가에서 이별을 합니다.

소녀는 강 이쪽에서 손을 흔들고 타타르 기사는 말과 함께 강을 건너요.

강 건너편에 도착한 기사는 뒤를 돌아 보지만 소녀가 보이질 않아요. (중략)


그건 시간의 강이었어요. (중략)


모든 게 랜덤이었는데 기사는 마침내 자기가 떠나왔던 시대와

가장 가까운 시기와 맞닥뜨렸어요. 30년 차이였죠.


                             - 12. 渡 도 : 건너다, 물을 건너다 본문 중-


 

'제국'이라는 거대 IT 기업에서 인류의 영생과 통합을 목표로 3가지를 내세웁니다.

바로 의식공동체, 의식결정체, 이동영혼이에요. 이것을 이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본 의식 정보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거나 전송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단점도 많아요.

이 책의 맨 뒤, 부록에 실린 '정보의 노예'에서 그 단점의 일부를 만나 볼 수 있었어요.ㅎ


'제국'을 다스리는 리더는 '왕'이라고 불리는 남자인데 그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납니다.

그런데 리푸레이가 하나하나 퍼즐 맞추듯 단서들을 모으다 보니,

 '왕'과 '위원왕후'의 친밀했던 과거가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죽음이 없는 영생을 꿈꾸며 시작된 거대한 계략.

편리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의심 없이 12살 때부터 의식 공동체 단말기를 이식하는 사람들.

사람들에게서 서서히 언어의 힘을 빼고 단순화를 위해 서정성을 말살 시키기 위한 파괴.

 


이 순간에도 쉼 없이 불태우느라 여념이 없는 약 100개의 화장 화로가

그의 수용 한계를 완벽히 깨버렸다.


"책이 아니라 글자가 있는 모든 종이를 태우는 거예요.

최종 목적은 종이를 완벽히 없애는 거고요.

그래서 아까 종이로 된 건 가져오지 말라고 한 겁니다.

가지고 들어오면 나갈 때도 자동으로 검측되거든요.

상심하지 마세요.

저 책, 종이들은 모두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팔거나 넘긴 거니까요.

디지털 독서가 가능하고 의식공동체가 있어서 찾고 싶은건 모두

금방 찾을 수 있는 마당에 공간만 차지하는 종이는 남겨봤자 뭐 합니까?" 

                                        

                       -34. 紙 지 : 쓰다, 그리다, 인쇄하다, 섬유 본문 중-

 

중반부터 난해함은 사라지고 서서히 드러나는 비밀에 접근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속도가 붙어서 끝까지 재밌게 읽었습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2050년 미래이므로, 모든 생활 수준이 현재보다 많이 앞서서 표현되는데

신기한 것도 있고, 의외로 지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던 점이 흥미로웠네요.

나중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핸드폰도 경매에 올라갈 만큼 희귀한 때가 올지도 몰라요!

(부록 '경매 0' 에 나와요ㅋ)


 

총 45장으로 구성된 소설에서 각 장의 소제목엔 한자가 쓰여 있는데

한자의 풀이가 중국어와 한국어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가 느껴져 아쉬웠습니다.

소설이 가진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는 하나의 재미를 놓친 기분이에요..


중국 작가 소설은 두 번째로 만나보는데요

처음 읽었던 <동트기 힘든 긴 밤>과 <왕과 서정시> 모두 중국의 언론통제를

떠올리게 하네요. 1인 미디어까지 규제하면서 당국의 통제력을 과시하는

현 중국의 모습도 반영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 글자를 사용하길 멈추는 것은

본질적으로 세상의 한 부분을 일깨우는 방식을 멈추는 것'

                                      

                                           - 저자 리훙웨이- 


사라지는 한자에 대한 작가의 서글픔이 담겼다는 그의 말에

잊히는 순우리말을 바라보는 감정도 다르지 않음을 느꼈어요...


 

뻔하지 않은 신선한 소재가 맘에 들었어요!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ㅎㅎ

새로운 느낌의 소설을 찾거나 인문학 SF가 궁금하신 분에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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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가야 한다
정명섭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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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봤을 때, 저승사자와 저승으로 간 망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선조 33년 2월 한양에서 시작하여 광해군을 거쳐, 인조 15년 10월까지의 시대를 살았던

조선군 포로 이야기였어요. 전쟁터에 나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청나라에

포로로 끌려가서 수십 년간을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남자 '황천도'가 주인공입니다.

작가의 말에는 두 주인공이라고 나와있지만 제가 보기엔 한 사람이에요.


왜냐면 황천도의 만행(?)이 이 책의 전부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거든요.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치부하기엔 거북한 일들이 너무 많아요.

과연 생존을 위한 부도덕과 패륜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까요?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시점과 동화되어가는데

말도 안 되는 범죄를 보면서도 오히려 황천도를 응원하고 있는 저 자신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건 말도 안 돼.... 라면서도 말이죠.


거듭되는 놀라움으로 술술 읽히는 책이었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인공의 만행은 다 읽고 난 후에도 충격이네요.

작가가 말했던 또 다른 주인공은 '강은태' 입니다.

'황천도'의 출신이 노비인 것과는 반대로 양반 집안의 자손이에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두 남자의 운명이 잔혹하다 못해 참혹하네요..

 

시대의 탓도, 그 무엇의 탓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살아남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으로써는 당연한 건데

그 속에서 주인공의 행동을 보며, 저 자신의 양심도 돌아보게 되었어요.


시대의 아픔, 신분 차이에서 오는 갈등, 남녀의 차이를 뛰어넘은 여인,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죽음을 택한 노비 등등..

읽고 나서 곰곰이 책 속의 인물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가장 무서웠을 때는,

파렴치한 주인공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을 때가 아닌가 싶네요.


소설의 재미를 위해 역사의 사실과 달리 상상으로 설정한 부분이 몇 가지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에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 시대를 체험한 듯한 생생한 묘사와 긴장감이 좋았습니다.

단지,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느낌으로 마무리하게 되어 기분이 묘하네요..


지금도 우리 곁에 있지만 일반인과 구별하기 힘든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불편함으로 남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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