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가야 한다
정명섭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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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봤을 때, 저승사자와 저승으로 간 망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선조 33년 2월 한양에서 시작하여 광해군을 거쳐, 인조 15년 10월까지의 시대를 살았던

조선군 포로 이야기였어요. 전쟁터에 나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청나라에

포로로 끌려가서 수십 년간을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남자 '황천도'가 주인공입니다.

작가의 말에는 두 주인공이라고 나와있지만 제가 보기엔 한 사람이에요.


왜냐면 황천도의 만행(?)이 이 책의 전부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거든요.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치부하기엔 거북한 일들이 너무 많아요.

과연 생존을 위한 부도덕과 패륜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까요?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시점과 동화되어가는데

말도 안 되는 범죄를 보면서도 오히려 황천도를 응원하고 있는 저 자신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건 말도 안 돼.... 라면서도 말이죠.


거듭되는 놀라움으로 술술 읽히는 책이었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인공의 만행은 다 읽고 난 후에도 충격이네요.

작가가 말했던 또 다른 주인공은 '강은태' 입니다.

'황천도'의 출신이 노비인 것과는 반대로 양반 집안의 자손이에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두 남자의 운명이 잔혹하다 못해 참혹하네요..

 

시대의 탓도, 그 무엇의 탓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살아남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으로써는 당연한 건데

그 속에서 주인공의 행동을 보며, 저 자신의 양심도 돌아보게 되었어요.


시대의 아픔, 신분 차이에서 오는 갈등, 남녀의 차이를 뛰어넘은 여인,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죽음을 택한 노비 등등..

읽고 나서 곰곰이 책 속의 인물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가장 무서웠을 때는,

파렴치한 주인공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을 때가 아닌가 싶네요.


소설의 재미를 위해 역사의 사실과 달리 상상으로 설정한 부분이 몇 가지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에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 시대를 체험한 듯한 생생한 묘사와 긴장감이 좋았습니다.

단지,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느낌으로 마무리하게 되어 기분이 묘하네요..


지금도 우리 곁에 있지만 일반인과 구별하기 힘든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불편함으로 남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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