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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이지 내가 아니다 - Novel Engine POP
아사하라 나오토 지음, 아라이 요지로 그림, 김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7월
평점 :
주인공 '준'은 게이다. 띠동갑을 넘어선 유부남 애인도 있다.
성 정체성의 혼란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남고생이다.
'bl성'에서 살고 싶을 만큼 호모를 좋아하는 여고생 '미우라'는 그런 준에게 반하고 만다.
첫 만남은 서점이었다. 미우라가 구입한 bl 책을 살펴본 준은 전혀 현실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내용에 "판타지네."라는 감상을 말해버린다.
현실의 게이 vs BL 책 속의 게이
같은 동성애임은 틀림없지만 현실이냐 비현실이냐에 따라
타인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
"BL 성인 중에 중학생에게 손대는 선생이 꽤 많던데?"
"......BL성에서는 열 살이 되면 습관적으로 성인으로 봐서 그래."
"난장판이네. 범죄율도 높겠어."
놀렸다. 미우라가 뾰로통하게 볼을 부풀렸다.
"너는 정말 아무렇지 않아?"
"고등학생이면서 부양가족이 있는 중년 남자와 사귀는 너에게 그런 윤리적인 것을
나무랄 권리가 있을까?"
-Track7 Love of Life _354
나는 이 책이 bl 형식의 청춘 로맨스인 줄 알았다. 결국은 게이와 소녀가 잘 되는 이야기랄까..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놀랄 만큼 현실적인 고민과 아픔, 상처 그리고 사랑이 있었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한 권에, 그것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는지!
주인공 말고도 등장인물들 각자의 사연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니 상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관계도 있고, 생각만 해도 갑갑해지는 가정사도 나온다.ㅠ
태어날 때부터 동성애의 기질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면 환경에서 만들어지느냐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본인 스스로 너무나 힘들고 괴롭다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한 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인정받지 못 한다면.
그 앞에 보이는 길은, 단 하나. ㅡㅡㅡㅡㅡ자살.
준은 게이라는 자신의 성향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경험을 한다.
부딪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
예를 들면, 여고생 미우라에게 감정을 느끼며 관계를 가지려 시도를 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그는 야한 영상까지 동원하면서 준비한다. '여자'를 대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 속에서 준의 몸이 반응하는 상대는 여배우가 아닌 남자 배우였다.
페니스가 서는 '좋음' 과 서지 않는 '좋음'
미우라는 후자.
료헤이는 ......전자.
".......... 역겨워."
-Track3 The Show Must Go On _114
주인공 준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자조하며, 삶의 의지를 놓아버릴 때,
마음이 아파서 많이 울었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원망하지 않으려는 모습에 얼마나 먹먹하던지...
우울하고 슬픈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에피소드는 충분히 빵빵 터질 정도로
재밌고 감동도 있고, 특히 평소 bl을 즐겨 읽은 독자라면 공감하거나 몰랐거나 오해했던
여러 가지 게이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
기대 이상으로 놀라움과 슬픔과 아련함, 먹먹함과 웃음을 느끼며 읽은 책이라
정말 정말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은데 이만 줄여야겠다 ㅋㅋ이러다 스포할 듯.
결말은 열려있다.
현실과 비현실로 시작해서 또다시 현실과 비현실로 마무리된다.
동성애와 bl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적극 추천한다.
애니로 꼭!! 만나보고 싶다.
단, 원작에 충실하다는 조건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