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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페어 - 사법체계에 숨겨진 불평등을 범죄심리학과 신경과학으로 해부하다
애덤 벤포라도 지음, 강혜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사법체계의 불합리함을 논하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성찰이 아닐까.
이 책에서 나는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나온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존해
미국 형사 사법제도를 해치는 숨은 힘들을 드러낼 것이다.
이런 통찰이 보여주는 내용은 놀랍고, 우리의 직관에 반하며,
심지어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 서문 _19
분쟁이 생기면 흔히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법대로 합시다!"
법이라는 잣대가 공평하고 공정할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법체계는 어떨까. 정말 모든 것이 공명정대한 것일까.
법과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 분양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저자 '애덤 벤포라도'는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파헤친다. 범죄의 심리와 신경과학을 동원한 그의 다양한
견해를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만큼 흥미롭고 재밌다.
한 가지 사건을 두고 판사, 검사, 변호사, 형사, 배심원, 현장의 구급대원 등
각자의 시선에서 어떠한 불평등한 조건이 작용했는지를 설명할 때는 어이가 없을 만큼
실수와 간과해버린 진실이 넘치도록 많았다.
사망자의 신분이 무엇인가, 성별과 나이에 따라서도 법의 해석은 다양하게 적용된다.
판사의 기분에 따라, 형사의 컨디션에 따라, 또는 특정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도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오해를 넘어 범인으로 확정되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지 않은 범행도 스스로 자백하게 만드는 시스템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1천 건이 넘는 결정들을 분석한 결과 판사들은 하루 업무 시작 시간
혹은 한 번의 식사 휴식 이후에 재소자에게 가석방을 허락할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나아가 범죄의 중대성과 죄수가 이미 복역한 기간 같은 요인은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하루 중에 어느 시간대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 2부 판결 _245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이 만드는 그 무엇도 불완전함이 당연한지 모르겠다.
스스로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이중잣대도 말이다.
하지만 국가의 기본이 되는 법의 집행에서만큼은 완벽함을 추구하게 된다.
그 누구도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거나 형벌을 받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AI가 지배(?) 하는 사법제도를 보고 싶지 않다면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믿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윤리적 일탈을 합리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나쁜 행동을 좋은 것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질서 회복 혹은 정의 구현의 수단 등으로 말이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부정직한 행동의 주된 동기는
공평에 대한 욕망이다. - 2부 판결 _135
목차는 1부 수사, 2부 판결, 3부 처벌, 4부 개혁으로 구성되었다.
마지막에 나오는 독자 가이드와 토론의 주제 그리고 작가와의 대화도 꼭 읽어보자.
책의 소개로는 많이 부족하고 리뷰라고 하기에도 모자라지만, 시야와 관점을 넓힐 수 있어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부 불평등의 사례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저자의 말처럼,
법률 제도에 관한 진실이 그것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그 밑에서 고통받는 불행한 영혼들에 국한되어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감춰진 불공정과 마주할 계기가 되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두툼한 분량에 겁먹지 말고, 도전해 보길 바란다.
이단자를 처벌하던 1114년 고문 방식에서부터 현대까지, 형법의 진화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