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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평점 :
읽는 내내 '희망'이라는 단어를 찾고 또 찾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세기말의 절망'을 안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좀비물을 좋아해서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봤기에 어느 정도 뻔한 예측을 했으나,
정신 차리고 따라가야만 하는 전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최후의 그날'을 사흘 앞둔 시점으로 툭- 떨어졌기에 빠른 상황 파악이 시급했다.
처참할 정도로 황량한 공간으로 감염된 해골과 망령들은 쉼 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놈들에게 한번 짓눌리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었다. 놈들에게 한번 짓눌리면,
놈들이 한심한 보호 장비를 찢어버리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보호 장비로 몸을 감쌌을 텐데.
- 금요일 _36
폭발적인 감염자 무리 속에서, 생명의 터전을 만들어낸 생존자들은
'제1구역'이라는 이름의 피난처인 맨해튼 섬을 목숨으로 지켜나간다.
주인공 '마크 스피츠'는 도시 수비대로서 좀비 제거를 담당하고 있다.
잠시도 편하게 쉴 수 없는 하루가 지난다.
이제 마크 스피츠는 건물을 보기만 해도 그 안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가장 오염이 적은 곳은 사무용 건물이었다. 세상이 무너졌을 때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았고, 미친 듯이 날뛰는 해골들은 해병대가 꾀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붙박이 망령들만 남았다.
- 금요일 _53
인상 깊게 본 영화 '더 로드'가 생각났다. 생존의 사투.
불친절하게도 독자인 나를 갑자기 좀비와 망령의 세계로 떨어뜨려놓고
조금씩 이 세계와 생존방식을 알게 하는 흐름이 매력 있다.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어디에서 사라졌는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하기야 그런 건 중요하지 않지. 그렇지 않은가.
그는 1주일을 기다린 뒤 이동했다.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지?'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는 신발 끈을 맸다.
- 토요일 _291
과연 주인공은 누구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극도로 비현실적이지만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기에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생존 소설이었다. 외로움은 덤.
좀비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해본다.
무심한 듯 촘촘한 전개 방식에 호불호가 있겠지만 재밌다.
혹시 영화로 나온다면 의외로 스피드한 전개 방식이 아닐까 싶어 기대된다.
드라마로 나와도 대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