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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평점 :
류시화 님은 <인생 우화>로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재밌고 웃기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서
지인에게도 많이 추천했던 책이랍니다. 작가 이름만 보고 여성분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인도 여행기'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인도는 여행하기 위험한 곳이라고 알고 있었거든요. 알고 보니 남자!
그런데 혼자 인도 여행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무슨 내용일까 호기심이 들었습니다.ㅎㅎ
처음 인도 여행을 꿈꿀 당시 나는 인도라는 나라를 영적인 나라, 깨달음의 나라라고 상상했었다.
그러나 그 환상은 첫 여행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언뜻 보기에도 인도는 더럽고 혼란스럽고
믿을 수 없고, 때로는 전혀 대책이 서지 않는 나라였다. '노 프라블럼'의 나라가 아니라,
단지 '노 프라블럼'이란 단어가 자구 쓰이는 문제투성이의 나라에 불과했다.
- 나의 인디아 꿈 _244
처음부터 순탄치 않은 아니, 끝까지 순탄치 않은 인도 여행이었기에 초반엔 심각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빵빵 웃음이 터지는 거예요. 여행기가 이렇게 코믹해도 되나 싶을 만큼 신기하고도
어이없는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사건 하나에 한 편씩, 단편처럼 들어있는데 인도의 환상을 깨기도
하고, 반대로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만들기도 했어요. 나도 인도 여행 가고 싶다!
외각 지대에 도착했을 때 운전사는 돈도 제대로 세어 보지 않고 나는 듯이 되돌아갔다.
나는 저런 릭샤를 다시 타느니 차라리 강도를 만나는 게 백 번 낫겠다고, 이마의 혹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시바 신은 당장에 강도들을 내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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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오더니 스스로 속도를 멈추었다. 2차 세계대전 때 활약한 것 같은
낡은 지프차 안에는 군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총을 들고 앉아 있었다.
- 친구 여동생의 결혼식 _29
지나치는 사람, 물건을 파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 등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신을 만나고
영혼을 일깨우는 나라 인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것도,
그 모든 것이 신과의 대화가 되고 만남이 되는 신의 나라인 것 같아요.
인도 곳곳을 작가와 함께 다녀온 기분마저 드는 책입니다~ㅎ
날은 저물고, 다른 곳을 찾기에는 지친 몸이었다. 아무래도 방값을 다 내는 게 억울해
깎아 달라고 요구하자, 올드 시타람 씨는 인도인답게 독특한 주장을 폈다.
"숙박비를 깎는다고 해서 방이 새것이 되는 건 아니잖소. 당신이 지금의 이 방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방 값을 깎는다 해도 완벽하게 만족하진 못할 것이오."
너무나 그럴듯한 논리에 나까지 덩달아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그는 볼펜을 세우며 자못 훈계하듯 말했다.
"한 가지가 불만족스러우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운 법이오. 당신이 어느 것 한 가지에
만족할 수 있다면, 당신은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오."
- 내 영혼의 여인숙 _43
가르침을 주는 사람보다 그 가르침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깨닫는 사람이 큰 것처럼
이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르침이 들어있어요. 상황 자체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짜증이 솟구치는 일에 있어서도 그들의 말은 신기할 정도로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의 깨달음과 반성 속에 저 역시도 함께 깨닫고 반성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인도 여행을 꿈꾸거나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시길~
여행 시 주의하거나 도움 될 내용도 많이 들어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