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피 할로우 - 워싱턴 어빙의 기이한 이야기 아르볼 N클래식
워싱턴 어빙 지음, 달상 그림, 천미나 옮김 / 아르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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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공포가 느껴지는 6개의 단편이 들어있었어요.​ 처음엔 동화책인가? 싶었는데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성인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내용이더라구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민담 같이 기이한 스토리인데요,

가상의 인물도 있고, 욕심 많은 사람의 모습도 있고, 유령도 나왔어요.ㅎㅎ


작가 워싱턴 어빙은 19세기 미국 낭만주의 문학이 대표적인 소설가라고 합니다.

그의 소설은 이 책이 처음이었는데, 표지에 나온 호박 머리를 든 기사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네요.

원문에는 그림이 없었는데 이 책에는 일러스트를 추가했다고 해요.



 


 


단두대 앞에서 비를 맞고 있던 여인의 이야기를 가장 무섭고 재밌게 봤는데,

일러스트까지 잘 어울려서 마음에 쏙 들었어요. 기묘하고도 독특한 느낌~ 개좋아!


프랑스 혁명으로 대학살이 일어난 날 밤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청년 '볼프강'은 거센 폭풍우의 비바람을 뚫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어요.

문득 자신이 단두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려움을 느끼던 그때,

번개가 번쩍이자, 단두대 옆에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움츠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평민 같지 않은 그녀의 엄숙함에 비해, 홀로 남겨진 처지를 생각하니 안쓰러워졌어요.

그래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갑니다.


'이제 아는 이도 없고, 자신의 집은 무덤일 뿐'이라고 말하는 여인의 안타까운 사정에

기꺼이 오늘 밤 자신의 방을 양보하고 다른 곳에서 잠을 청하려 하지만, 왠지 떠나기가 아쉬워 

대화를 하게 되는데요, 볼프강의 진솔한 마음과 열렬함에, 갈 곳을 잃은 여인은 감동했어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전부가 되어주자고 약속을 합니다.

비밀을 간직한 채 말이죠. ㄷㄷ



무언가에 홀린 듯한 노신사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났다.

호기심 많은 다른 신사가 물었다.

"그 이야기가 진정 사실이오?"

그러자 노신사가 대답했다.

"사실이다마다요. 믿을 만한 사람한테 들었거든. 그 독일인 학생이

나에게 직접 들려준 이야기요. 파리에 있는 정신 병원에서 그를 만났지."


                              - 독일인 학생의 모험 _46


그 외에 악마와 거래를 한 부부 이야기, 다른 사람을 도와주다가 시간을 뛰어넘은 남자,

목이 없는 남자, 죽은 신랑을 맞이한 신부 등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각각의 내용마다 개성 있는 일러스트가 나오니까 글로만 읽는 것보다 좋더라구요.

역시 더운 여름에는 무서운 이야기가 최고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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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김인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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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있는 삶은 어떤 삶일까 생각해 봅니다.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여유로운 것일까요. 놀고먹고 자고!


최근에는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는 책을 고르는 편인데요, 이번 주에 읽은 이 책은

느리고 느린, 느림의 미학을 제목부터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라니;; 기어가다가 죽는 거 아냐?막 이러고 ㅋ


서울살이 사십 년 끝에 가난에 떠밀려 살게 된 산자락 마을.

 

시골과 자연을 함께한 저자의 인생과 삶이 조각조각 들어있는 유고 산문집입니다.

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느낀 지인들이 생전의 글을 모아 냈다고 해요.

(출간을 위한 글이 아니었기에) 솔직한 내면이 그대로 드러난 문장에서 소박함을 만났어요.

맨 처음에 호러물같이 귀신 이야기가 나와서 공포 에세인가 싶기도 했답니다.



노란 파카는 십 년 전 늦가을 저수지 북쪽 수변에서 발견된 여인이다. 발견 당시 백골에

노란 파카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추정 나이는 사십 대 중후반, 사인은 두개골 함몰,

타지에서 변을 당해 저수지에 유기됐다는 수사 결과를 나중에 형사의 지인한테서 들었다.

노란 파카는 주로 하현과 그믐 사이에 시신이 발견된 수변 부근에 언제나 노란 파카 차림으로

출몰하는데, 수면 위로 짧은 파마머리를 내놓고 사방을 두리번거리거나 미친 듯이 헤엄을 치며

저수지를 오락가락한다. 장거리 수영선수처럼 자유형과 접영을 섞어가며.


                                                      - 물귀신의 봄 _011



계절별로 자연과 곤충, 조류 등 동식물을 바라보는 사색적인 대화와 부모님의 임종까지...

어찌 보면 저자의 삶의 어느 한 부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글 같았어요.

한편으로는 수수한 농촌 일기같이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ㅎㅎ 농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

마냥 신기했어요. 시트콤처럼 재밌는 이야기도 많아서 소소한 웃음도 나와요.



고추에 약이 한참 올랐을 즈음해서 탄저병이 돌았다. 탄저란 놈은 땅에 상주하다가 비가 오면

튀긴 빗물을 타고 올라타 고추를 노랗게 말려 죽이는 고추 에이즈이다. 그렇게 농약을 뿌려대는데도

올 우리 동네 고추밭이 피해를 좀 봤다. 그중에서도 제일 피해가 큰 집이 바로 북어대가리네였다.


                                                        - 북어대가리와 고추밭 결투 _107



조용한 시간에 읽다보면, 어느 산속 마을에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가

저자의 구시렁 같은 혼잣말을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고...



나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전원이 도시보다 낫다. 도심에 들어가면 문득문득

무슨 흉가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은 그 흉가에 기생하는 악귀나 원귀나

잡귀로 보이고, 여자는 다 요물로 보이고, 하기야 제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봐도 그렇다.

그 많은 사람이 모두 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는 건 불합리한 가정이다.

재미없는 상상이기도 하고, 열에 서넛은 헛것이 인간의 탈을 쓰고 나다닌다고 봐야 할 것이다.


                                                              - 어떤 신선 _233



저자의 감수성이 가득한 세상을 만나는 동안, 마음이 초록 초록해짐을 느꼈습니다.

최근 쌓인 일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시골 가서 쉬고 온 듯해요.

이것이 바로 북캉스인가요?ㅎㅎ 망고 빙수와 함께 힐링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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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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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남아 살해 사건이 발생합니다. 

용의자는 한 동네에 살고 있던 '테리'라는 남자로 좁혀지는데요,

한 가정의 아빠인 그는 서로가 다 아는 이웃이었기에 충격이 더욱 컸어요.


증거 인멸과 도주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수많은 관중이 있는 야구장에서

체포를 강행합니다. 가족들까지 보고 있는데 말이죠;; 그는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죠.


지인이자 담당 변호사는 여러 정황상 그럴 리가 없다며 부인하지만, 

기가 막히게도 살해 현장과 범행 도구에서 얻어낸 범인의 지문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져요.

랠프 형사과 검사는 이러한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어떻게든 자백을 받으려 합니다.


1권에서는 이렇듯 유력한 용의자만 발생한 채 끝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단서를 투척하는데,

범인의 행적이 꼭 두 사람 같다는 거예요. 증인도 모두 있고, 각기 다른 장소에서 테리의 지문이

발생하는 등 범인은 확신에 차있던 형사와 검사를 혼란에 빠트립니다.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형사와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었어요.

타자기로 친 진술서부터 부검을 통해 드러나는 참혹한 범행의 흔적들까지 순서대로 하나씩 밝혀지는데..!

와 진짜 사이코패스 + 완전 미친놈이라고 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네요;;; 어떻게 11살 아이에게 그런 짓을 ㅠ



용의자가 두 장소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기이함 정말 신기해요. 빨리 2권에서 잡혔으면 좋겠네요.

거짓 증언? 쌍둥이? 정신병? 아니면 공범자가 있는 걸까요? 넘 궁금하다능!ㅎㅎ


정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는 거라면, 이 확실한 증거들은 누가, 어떻게 남겨둔 건지

미스터리함을 남긴 <아웃사이더> 1권 재밌게 봤습니다~


표지에 HBO 드라마화!라고 나와있는데 나온다면 꼭 보고 싶네요. 심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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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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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님은 <인생 우화>로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재밌고 웃기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서

지인에게도 많이 추천했던 책이랍니다. 작가 이름만 보고 여성분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인도 여행기'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인도는 여행하기 위험한 곳이라고 알고 있었거든요. 알고 보니 남자!

그런데 혼자 인도 여행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무슨 내용일까 호기심이 들었습니다.ㅎㅎ



처음 인도 여행을 꿈꿀 당시 나는 인도라는 나라를 영적인 나라, 깨달음의 나라라고 상상했었다.

그러나 그 환상은 첫 여행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언뜻 보기에도 인도는 더럽고 혼란스럽고

믿을 수 없고, 때로는 전혀 대책이 서지 않는 나라였다. '노 프라블럼'의 나라가 아니라,

단지 '노 프라블럼'이란 단어가 자구 쓰이는 문제투성이의 나라에 불과했다.


                                                            - 나의 인디아 꿈 _244


처음부터 순탄치 않은 아니, 끝까지 순탄치 않은 인도 여행이었기에 초반엔 심각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빵빵 웃음이 터지는 거예요. 여행기가 이렇게 코믹해도 되나 싶을 만큼 신기하고도

어이없는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사건 하나에 한 편씩, 단편처럼 들어있는데 인도의 환상을 깨기도

하고, 반대로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만들기도 했어요. 나도 인도 여행 가고 싶다!



외각 지대에 도착했을 때 운전사는 돈도 제대로 세어 보지 않고 나는 듯이 되돌아갔다.

나는 저런 릭샤를 다시 타느니 차라리 강도를 만나는 게 백 번 낫겠다고, 이마의 혹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시바 신은 당장에 강도들을 내려보냈다.

-

차는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오더니 스스로 속도를 멈추었다. 2차 세계대전 때 활약한 것 같은

낡은 지프차 안에는 군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총을 들고 앉아 있었다.


                                                      - 친구 여동생의 결혼식 _29



지나치는 사람, 물건을 파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 등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신을 만나고

영혼을 일깨우는 나라 인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것도,

그 모든 것이 신과의 대화가 되고 만남이 되는 신의 나라인 것 같아요.

인도 곳곳을 작가와 함께 다녀온 기분마저 드는 책입니다~ㅎ



날은 저물고, 다른 곳을 찾기에는 지친 몸이었다. 아무래도 방값을 다 내는 게 억울해

깎아 달라고 요구하자, 올드 시타람 씨는 인도인답게 독특한 주장을 폈다.

"숙박비를 깎는다고 해서 방이 새것이 되는 건 아니잖소. 당신이 지금의 이 방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방 값을 깎는다 해도 완벽하게 만족하진 못할 것이오."


너무나 그럴듯한 논리에 나까지 덩달아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그는 볼펜을 세우며 자못 훈계하듯 말했다.

"한 가지가 불만족스러우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운 법이오. 당신이 어느 것 한 가지에

만족할 수 있다면, 당신은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오."


                                                 - 내 영혼의 여인숙 _43 



가르침을 주는 사람보다 그 가르침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깨닫는 사람이 큰 것처럼

이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르침이 들어있어요. 상황 자체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짜증이 솟구치는 일에 있어서도 그들의 말은 신기할 정도로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의 깨달음과 반성 속에 저 역시도 함께 깨닫고 반성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인도 여행을 꿈꾸거나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시길~

여행 시 주의하거나 도움 될 내용도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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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대왕
김설아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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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한 소설인 줄 알았는데 8개의 단편이 들어있었어요.

냥냥이를 좋아해서 기대를 했었는데, 생각했던 냥이가 아니었습니다. ㅋㅋ

대신 맨 처음에 나온 '외계에서 온 병아리'가 귀엽고 기묘해서 인상적이었어요.



병아리는 기쁘다는 듯 삐약, 울며 노인의 손에 폴짝 앉았다. 손바닥 가득 느껴지는

온기와 포근함, 보송보송하고 샛노란 병아리를 바라보던 노인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부드러운 것, 따뜻한 것, 사랑스러운 것, 정말이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노인을 향해 병아리가 말했다.


"난 병아리예요. 우리 친구해요."


                                            - 외계에서 온 병아리 _10


갑자기 나타나 친구가 되자며 말을 하는 병아리의 증가로, 사람들은 행복해집니다.

먹는 것도 잊을 만큼 말이에요.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원인 규명에 나서는데...

우연히 병아리의 놀라운 정체(?)가 밝혀지지만, 어디서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남긴 채, 그렇게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는데요, 상실감과 혼란이 찾아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위로해주던 병아리들의 음모는 과연 무엇일까요. ㅎㅎ



가장 궁금했던 '고양이 대왕'은 거대 고양이가 된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호러 급입니다.

결코 현실에서는 생길 수 없는 일이라서 환상 스토리 같기도 하고요. 귀여운 냥이를 달라!


패밀리 레스토랑에 새로운 신입이 들어오면서 위험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 

'이달의 친절 사원'도 기억에 남아요. 완전 소름 끼치는 사람이 등장하는데요, 

어쩌면 주변에도 있을 법한 스타일이라 무서웠어요. 완전 사이코패스;;

삶의 고독과 외로움을 가진 사람들의 기묘한 이야기~



우리는 진구가 더 멋있어졌다고 생각했고,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녀석처럼 되고 싶다고까지

여기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공부를 잘해서 부러워했지만 이제는 그저 날라리일 뿐이었다.

진구는 나날이 특이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진구가 누군가를 물어뜯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먹어버린 것이다. 다름 아닌 선생을 말이다.


                                                            - 우리 반 좀비 _134 


 

더운 여름, 공포 소설로 시원함을 찾고 있다면 추천해 봅니다.

저처럼 병아리 후유증을 앓을지도 모르지만요.  병아리내놧!ㅎㅎ



#고양이대왕을이긴병아리이야기

#여름에추천하는무서운이야기

#기묘한이야기

#후회없는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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