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키우는 고양이 - 유튜버 haha ha와 공생하는 고양이, 길막이의 자서전
하하하(haha ha) 원작, 길막이와 삼색이 감수 / 다독임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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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정을 주지 않기로 했지만 인간을 키우는 고양이 ㅎㅎ

냥이를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넘넘 좋아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책입니다!

꾸며지지 않은 수많은 사진 속에는 양어장 출신 길막이와 삼색이, 그리고 딸냥이와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아빠냥으로 추정되는 고양이 외 댕댕이도 있어요.


'길막이'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과 개에 대한 일상 에세이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요,

고양이 시점이라서 흥미롭기도 하고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지만, 신선하고 귀여워요 ㅎㅎ



길거리 묘생 3년. 이제는 눈만 감아도 빠삭한 나의 서식지 근처의 풍경들,

어디에 가면 먹을 것이 있고 어디에 가면 비를 피할 수 있고, 어디로 가면

멍청하고 냄새만 맡을 줄 아는 지조 없는 멍멍이들이 있는지 다 알고 있는

나라는 고양이. 자부심이 충만한 나의 묘생에서,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가 내 코를 진동시킨다.


                 - Chapter 1 _양어장에 방해꾼이 나타났다 _14



양식장 물고기 사료를 훔쳐먹던 고양이를 시작으로

따로 사료를 챙겨주기 시작하면서 점점 몰려드는 냥이들~

양어장 물고기에게 발을 뻗어 괴롭히는 것을 막으려던 선택이

어느새 저자는 구독자 수만 명의 유튜버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과 고양이의 관계도 재밌었지만 제가 가장 재밌게 본 것은

댕댕이를 바라보는 '길막이' 냥이의 관점이었어요.



나는 본디 멍멍이들을 싫어했다. 덩치가 큰 것들은 쓸데없이 목청이 크고

멍청한 데다 주인님이라면 껌뻑 죽고 못하는 게 자존심도 없는지 무식하다고

생각한다. 또 덩치가 작은 것들은 얼마나 까칠하고 성격이 유난스러운지

성대 결절이 올 것만 같이 온종일 쉼 없이 짖어대는 것이 싫다.


"컹컹! 컹컹컹!!!"


저것들이 미쳤나? 더 짖어대잖아?


 - Chapter6_멍청한 멍멍이들에게 항의하기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_44


그리고 자신이 카메라를 향해 얼마나 우아하고 센스 있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지

먹이에 빠져 엉덩이만을 보여주는 멍멍이와 얼마나 다른지를 어필하며 뽑내는

모습은 도도한 고양이 그 자체였습니다.ㅋㅋ


저자가 물고기를 삶아주는 모습을 보면서도, 잠시 며칠 자리를 비우는 사이에도

아무렇지 않고 담담한 척, 평소와 다를바 없이 당연하다는 듯 일상을 말하는데

'고마움도 모르다니!'... 가 아니라 전혀 밉지 않고 귀엽다는 생각만 들더라구요.


겨울엔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지방을 축적하는 것인데, 인간들이 살쪘다면서

밥을 줄이고 운동을 시킨다며 심퉁해 하기도 합니다.

겨울에 먹기만 하고 안 움직여서 살이 찐 건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ㅋㅋ


 

길막이와 삼색이의 육아(?) 사랑과 그 아이들이 또 새끼를 낳았을 때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도 있고, 함께 살고 있는 천하의 시점과 삼색이의

시점도 후반부에 등장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나와서 좋았어요. 카사노바 수컷 냥이 등장도 웃기고ㅋ


마지막엔 '우리의 묘생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다'라는 제목으로

여러 장의 사진이 나오는데, 고양이들의 인생사가 느껴졌습니다.

인생사라고 거창하게 말하긴 했지만 그냥 소소한 일상의 냥이의 모습인데요

자연스럽게 찍힌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저까지 나른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저는 글보다 사진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냥이를 좋아해서 고양이가 쓴 일상 자서전(?)을 만나보는 시간이

커엽하고 즐거웠습니다~ 댕댕이들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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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끝내는 세계사 - 암기하지 않아도 읽기만 해도 흐름이 잡히는
시마자키 스스무 지음, 최미숙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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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처럼 두껍지도 않고, 한 권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간결하게 잡아낸 책입니다.

반신반의하며 읽었는데 7개의 테마를 통해, 다른 관점으로 역사를 보니 재밌더라구요.

학교에서 꼼꼼하게 배웠던 시간차 암기 위주는 '이걸 다 어떻게 다 외우지?'하면서

걱정이 앞섰는데, 흐름을 위주로 보니 전반적인 세계사가 잘 보였습니다.


지도자, 경제, 종교, 지정학, 군사, 기후, 상품의 테마 가운데 '군사'와 '기후'가

가장 흥미로웠는데요, 딱딱하지 않고 이야기책 같아서 좋았어요.



몽골군은 사전 공작과 정보전에도 능했다. 이 일을 담당한 사람은 주로 무슬림

상인이었다. 공서 교역에 종사하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관세를 내지 않는

거대한 통일 시장이 형성되기를 바랐고, 칭기즈 칸이라면 그 대업을 완수할

것이라 믿었다. 따라서 위협을 무릅쓰고 정보 수집, 와해 공작, 몽골의 군사력을

과대하게 선전하는 등 나름의 역할에 충실했다.


          - 제5장 군사를 파악하면 세계사를 알 수 있다 _몽골군 _173


강력했으나 초원의 패자가 된 칭기즈 칸과 전국 시대에 조나라에서 흉노를 상대로

국가의 존망을 위해 '호복기사'를 도입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때만 해도 중화인들은

치마 형태의 일상복을 입었다고 합니다. 더욱 신기한 건 군인들도 예외는 아니라서

모두 이런 복장으로 말을 탔다고 해요 ㅋㅋ 게다가 말을 탈 때 발을 디딜 수 있는

'등자'가 발명되기 전이였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넘 웃음이 났어요.



 

처음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으나 결국 전쟁터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자

바지 형태의 옷을 입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기술을 더욱 연마하여 전국 7웅 중에서

가장 먼저 기병 부대 결성을 했다고 하니 전화위복이 되었네요.ㅎ




얼마 전까지는 아리아인의 침입으로 인더스 문명이 멸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사성 탄소에 의한 연대 측정법의 발전과 더불어 이를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렇다면 인더스 문명의 실제 멸망 원인은 무엇일까? ...(중략)


그중에 비교적 유력한 설은 기후 건조화에 따른 염해가 농업 생산을 감퇴시키고,

도시 문명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 제6장 기후를 파악하면 세계사를 알 수 있다 _기원전의 기후 변동 _205


인더스 문명에 대한 신비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상 기후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신비하기까지 했어요. 물론 저자도 이러한 가설이

정확하다고 한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 정황도 함께 읽다 보니 이해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각 도시마다 사라진 수많은 주민과 전승되지 않은 인더스 문자에 대한

미스터리는 남았다고 합니다. 현재는 파키스탄의 정세가 불안해서 깊이 있는

발굴조사와 연구가 어렵다고 하니, 안타깝네요.



암기식의 따분하고 지루한 공부가 아닌,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역사가

훨씬 더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관심 분야'를 따라 세계사의 흐름을 보는 방식은 신선했어요.


각 테마의 분량이 많지 않은 만큼 집중도가 높고 

거대한 흐름에서 세세한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다보니,

그동안 역사를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왔다면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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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좀 빌립시다! -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기괴하며 파란만장한 시체 이야기
칼린 베차 지음, 박은영 옮김 / 윌컴퍼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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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서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는데, 내용은 그로테스크 + 엽기적이기까지 했어요.

엘비스 같은 연예인,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예술가,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까지

베토벤처럼 유명한 사람과 공포 소설하면 떠오르는 드라큘라의 실제 모델 등등

시신에 관한 사연이 이렇게나 흥미로울 줄은 몰랐습니다.ㅎㅎ

생각보다 고어적인 내용도 많아서 놀랐어요. 그러니 비위가 약하거나 무서운 거

싫어하시는 분은 조심조심 읽으시길 바랍니다.



17세기에는 각 지역마다 사형 집행자가 따로 있었는데, 이들의 일과는

낮에는 범죄자들을 매달고 밤이 되면 시신의 부위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위로 꼽힌 것은 지방이었다. 상처에 문질러

바르는 것은 물론 양초와 비누의 재료로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 일석이조 _231p



무덤의 시체를 꺼내는 것은 너무나 흔했고, 시신의 반지를 꺼내는 것은 법에 걸렸으나

그 반지를 끼고 있는 손가락은 (반지와 함께) 잘라가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해요;;

에이브러햄 링컨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고난(?)이 있었습니다.

시신을 납치하려는 사람들과 막으려는 비밀수사국 사이에서 17번이나 옮겨졌다죠.

철 구조물로 에워싸고도 콘크리트까지 동원되어 밀봉되었다고 합니다.


루이 14세의 심장을 먹은 남자, 갈릴레이의 신체 조각이 팔린 사연,

산 채로 매장된 사람들, 두개골의 구멍으로 자신의 뇌를 구경시킨 남자,

이집트와 중국의 무덤에서 발견된 망자를 위한 기묘한 물품과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시신을 다시 파내어 의사에게 머리를 다시 꿰맨

이야기 ㅡ 이 정도만 들어도 정말 오싹하고 소름 돋지 않나요?



파리의 해부학 박물관에 가도 여전히 마타 하리의 머리는 없지만,

대신에 수백 개의 해골과 형형색색의 치아, 유리병에 보존된 태아,

병에 걸린 신체의 부위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옛 전시물들은 풍부하다


                         - 스파이의 길로 전진, 마타 하리 _185p



자신의 다리를 기쁘게 잘라 낸 여인과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치아가 단 하나였다는 이야기도 몰랐던 내용이라 신기했어요.

역사적 인물의 미스터리와 그 시대의 기묘한 이야기가

기묘한 삽화와 함께 잘 어울려서 재밌고 좋았습니다.


한 시대를 화려하게 살았던 그들의

사후 스토리가 슬퍼서 안타깝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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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 테마로 읽는 역사 3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영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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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역사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였습니다. 이제까지 알던 역사 속 인물이나 상황들이 전부 승자에 의해 기록이

날조되거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니! 대체 진짜는 어디에 있는 거죠?


 

미스터리는 총 5부로 역사, 모험담, 살인 사건의 진상, 건축과 종교, 분쟁과 재앙

이라는 주제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그중 역사가 가장 흥미진진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잔 다르크의 영웅적 신화는 실제로 없었던 것이며, 드라큘라 백작의 부인 '바토리'가 

처녀의 피로 목욕을 했다고 알려진 진실 그리고 '닌자'의 실체!

아니, 닌자가 그 닌자가 아니면 대체 지금까지 알던 닌자는 무엇이란 말이오 ㅋㅋ 



매우 유감스럽게도, 나는 우리 프랑스인들이 학교에서 잔 다르크에 관해 배운 게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에 관한 거의 전부가 애국심을 고취할 인물이

절실히 필요했던 19세기 프랑스에서 창작된 듯하다.

당시 프랑스는 영웅을 원했다.


  - 1부 허위와 날조의 역사, 프랑스인들이 지어낸 국민 영웅 잔 다르크 _15



동방견문록이 실제로 가서 보고 썼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허술하다는 점,

클레오파트라가 죽은 진짜 이유와 모차르트의 변태적(?) 취향;;

기자 대피라미드를 누가 어떻게 지었는가에 대한 추론과 확실한 증거들.

그리고 최근 읽었던 책에서 나왔던 스페인 종교재판의 무시무시함이

실제로는 알려진 바와 같이 참혹하지만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정말 신기했어요.


그외 다른 스캔들도 재밌었지만, 이제까지 진짜라고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28가지나 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흥미로움에 금새 읽어버리기 때문에 최대한 스포를 자제했지만

잔다르크와 바토리, 닌자,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내용은 지금도 멘붕입니다.



그 많은 처녀를 대상으로 식인 행위, 흡혈귀적인 만행, 유사 성고문을 행했다는

주장은 바토리 백작 부인이 죽은 지 100년도 넘은 1729년에 처음 등장했다. 



책을 선물 하고 싶어도 취향에 맞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알고 있는 역사적 상식을 뒤집어버리기 때문에

진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클레오파트라를 생각할 때, 이집트 요부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 경박한 이미지 때문에 강철 같은 의지와 넘치는 지성을 겸비한 그녀의 실재는

대중의 머릿속에서 점점 희미해졌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가 지닌 복합적인

매력은 그녀의 침대 위가 아닌 그녀의 두뇌 속에 있었다.


- 3부 추악한 살인 사건들의 진상, 클레오파트라가 죽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_135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가기 전에는 모든 것의 진실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날조된 역사의 한 부분을 이제서라도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저자 '그레이엄 도널드'도 충분히 문헌이나 증거를 제시하며 실상을 밝히고 있지만

이 또한 새로운 증거나 기록들이 발견되어, 언제 뒤집어질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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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관 살인사건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8
오구리 무시타로 지음, 강원주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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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하거나 오컬틱한 분위기의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만족스러웠던 책입니다.

일본 추리 소설 3대 기서 중 한 권으로, 중도 포기자가 속출하는 작품이라고 해요.


이유는 1934년에 첫 발표된 만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표현들이 들어있기 때문인데요,

쉽게 번역이 되었다는데도 저 역시 만만하게 읽지는 못했어요.

또 하나.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면 알 수 없는 트릭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는 것이 많을수록 이해가 쉬울 테니 더욱 재밌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넣어둔 성관과 닮았다 하여

<흑사관>으로 불리는 후리야기 성관. 그곳에서 40년 동안 감금된 사람들과

미스터리한 살인사건. 그리고 수사 의뢰를 받은 명탐정의 등장. ​



시작부터 기묘한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40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외출한 적이

없던 여인이 온 몸에 빛을 발하며 죽은 것이에요. 기묘한 자세도 의문이지만

평소에 잘 먹던 배는 놔두고 독극물이 들어간 오렌지만 딱! 골라서 먹은 것도 신기했죠.

'노리미즈'탐정은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서 문헌이나 출처를 내세워 편집광적으로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같이 온 검사와 수사국장도 절레절레 할 정도의 방대한 지식은

넘 어려워서 지루하기도 하고;; 알고 있던 내용이 나올 때면 급 반전되어 몰입도가 높아졌어요.ㅋ


흑사관의 주인 '산테쓰 박사가 자살로 삶을 마감한 후 아들과 입양한 외국인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살인 사건'에 유령이나 혼령의 존재도 언급 되지만,

보란 듯이 탐정을 조롱하는 듯한 정체불명의 인물은 더욱 미궁에 빠지게 합니다.


노리미즈 탐정의 가설이나 추측 또는 확신에 찬 추리를 듣다보면 전문적이라

어렵기도 했지만 흥미로운 내용도 많았는데요, 인용하는 사례들이 대부분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는 놀라웠어요.ㅎ



추리 소설이지만 단순한 사건 해결만이 아닌 다양한 지식이 총 출동된 작품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독자에게는 호불호가 되겠지요?ㅎㅎ 복잡하고 피곤해서 완독하기를 갈등했다는

후기도 있다고 하니ㅋ 책 소개에 나왔던 "정복해야 할 책"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네요.

점성술, 종교학, 의학, 물리학, 심리학, 암호학, 약학, 음악까지 ㄷㄷ;;

....이쯤 되면 지식이 모자라 보이던 수사국장이 친근해지기 시작해요ㅋ



 


'세비야의 재판소에는 십자가와 고문용 형구가 나란히 있습니다. 하지만 신이 만약

지옥에 불을 붙여 영원히 타오르기를 원한다면 먼저 재판소 건물에서 회교식 높은 아치를

내몰아야 합니다. 나는 산토니아에 와서부터 옛날 게티아인이 남긴 어둡고 낡은 장원에

살았는데 실로 이 장원은 특별한 성질을 가졌습니다. 그 장원자체가 이미 인간의 온갖

고뇌를 깊이 생각하는 사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에서 여러 가지 혹형을

결합하고 비교해 마침내 그 방면에서 가장 완벽한 기술자가 되었습니다.'


                                   - 제5장. 제3의 참극 _307



가장 흥미진진해서 인상 깊었던 사례 중 하나입니다.

흑사관이라는 건물 자체가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하던 차에

사디즘의 사례를 들은 것인데,


16세기 필립 2세 때 스페인 세비야 종교재판소에 포스콜로라는 젊은 사제 재판관이

심문이 둔하고 이단 화형 행렬에도 공포를 느껴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려보냈다고 해요.

그런데 그는 고문용 형구가 많았던 곳이 아닌, 오히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잔인한

형벌을 가할 수 있는 형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 이유가 바로 '장원'의 건축양식에

있었다고 설명하는 부분이었는데 섬뜩했어요. 이 부분도 실제로 있었던 것일까요



이런 기묘한 이야기에 푹 빠지다 보면 정작 사건 추리를 놓칠 수 있으므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결말도 마음에 들긴 했지만 '장황한 지식'을 나열하던 노리미즈 형사의

민낯(?)도 함께 알게 되면서 기존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과 다른 부분에 재밌었어요.

시원스럽고 깔끔한 살해 동기 설명까진 아니었지만 납득은 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 본 지금으로서는 검색해 볼 것도 많고,

자세히 찾아보고 싶은 사례들도 있어서 재독을 결심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번역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기서라 불리는 만큼 난해한 부분이 많았을 텐데요, 원서를 보고 비교할 수는 없어서

검색해보니 나무 위키에 일부 문장이 있어서 가져와봤습니다.


 '――セヴィリアの公刑所には、十字架と拷問の刑具と相併立せり。

されど、神もし地獄の陰火を点し、永遠限りなくそれを輝かさんと欲せんには、

まず公刑所の建物より、回教式の丈高き拱格を逐うにあらん。'



 '세비야의 공형소에는 십자가와 고문용 형구가 나란히 있어요.

하지만 신이 만일 지옥의 음화에 불을 댕겨 영원히 그것을 빛내려고 한다면

먼저 공형소의 건물부터 회교식의 키 큰 아치를 몰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 2005년 타 출판사



'세비야의 재판소는 십자가와 고문형구를 똑같이 취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만일 신이 영원히 잠들지 않고 지옥의 어두운 불길을 비추길 원한다면

먼저 형무소 건물에 높은 사라센식 아치를 세워야 합니다.' - 2011년 타 출판사



'세비야의 재판소에는 십자가와 고문용 형구가 나란히 있습니다.

하지만 신이 만약 지옥에 불을 붙여 영원히 타오르기를 원한다면

먼저 재판소 건물에서 회교식 높은 아치를 내몰아야 합니다.' - 2019년 이상 출판 



 

이렇게 비교를 해보니 완독을 중도 포기한 이유 중에 매끄럽지 못한 번역도 한몫한 것 같아요.

작품의 이해도에 따라 번역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번역자분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3대 기서의 완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으로 재도전에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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