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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ㅣ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평점 :
이승과 저승의 중간계, 망각의 강 앞에서
40대 남자 민석과 15살 소년 도영은
'불멸을 꿈꾸는 여우' 서호를 만나게 됩니다.
서호는 말합니다. 세상에 남겨둔 미련이 없냐고.
그러고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아직 식지 않은, 두 사람의 뜨거운 피 한 모금에
이승에서의 49일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었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민석은 덥석 제안을 수락하고
곁에 있던 도영까지 덩달아 휘말려 이승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외모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난 것으로도 모자라
'구미호 식당'이라는 곳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가 없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사람을 찾고자 했던 민석은 울화통을 터트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주의사항을 어기고 밖으로 뛰쳐나가 버립니다만
극심한 통증을 더는 이기지 못하고 돌아와 쓰러집니다.
상대를 만난다고 해도, 생전의 모습과 완전히 달라진
얼굴로는 대화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절박한
심정으로 전혀 다른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음식장사를 하자고.
온갖 요리 재료가 수두룩하니 어떤 요리든 다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장사를 하자는 말이야.
음식은 내가 만들 테니 너는 식당 청소를 하고 서빙을 해라."
"힘들게 왜 그래야 해요? 돈 벌어서 뭐하려고요?"
"돈을 벌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그럼요?"
- 꼭 만나야 될 사람을 만나는 방법 _32p
반대로 할머니와 이복 형 사이에서 사랑받지 못했던 도영은
이러한 민석과의 동거가 영 불편하기만 합니다.
이유를 알면 이해라도 할 텐데 도무지 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삶에 미련도 없었기에 남은 날들을 어찌 보낼지 막막하기까지 합니다.
그 와중에 식당 간판을 본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아버지와 아들로 위장한 두 사람은 그때부터 식당을 운영 하는데요,
민석의 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돈을 자루에 긁어모읍니다.
죽은 자에게는 필요가 없는 돈이었기에 탐이 나더라구요.
저승 가기 전에 나 줘요!ㅋㅋ
서호라는 여우는 코빼기도 안 보입니다.
저승 식당을 운영하는 따뜻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읽다가
사랑과 배신, 오해 그리고 가정폭력이 나와서 놀랐어요.
결말에서 서호가 보여준 모습은 소름 돋돋 충격적이기도 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어요. 깨달음과 같은 무언가가 뙇!
"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청소년 문학이지만 소설에 담긴 인생을 곱씹어 보면
성인 추천 도서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진실한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재미와 감동, 인생의 화두까지 던져준 작품이네요.
아직 안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