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
서하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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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진의 소설은 여성이 쓴 소설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것이 감상적 어조라던가 좁은 시각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땅에서 여성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아픔과 상처에 작가는 주목한다. 어느 누구에게 그만한 사연이 없을까마는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특히 여성들의 삶에는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들이 많다. 그런 사소한 삶들에 주목하면서 작가는 그것들을 헤쳐 드러난다.

내용도 흥미롭고, 구성방식도 독특하여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결론이 다소 작위적이거나 섣부르다는 느낌이다. 한창 기대했다가 뭔가 어색하게 끝나는 느낌을 여러 작품에서 받았다.

이 소설집에는 이땅을 떠나 외국에 살거나 외국에서 이땅으로 와서 사는 여성의 낯섦, 외로움, 떠나야만 했던 상황과 새로운 환경에서 겪는 고통에 대해 신선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분히 작가의 경험을 근거로 하지 않았나 짐작해보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아마 계속 그녀의 소설들을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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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여자
하성란 지음 / 창비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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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소설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특히 이 단편 모음집은 각 작품의 매력이 최대한 발산된 듯한 느낌이다. 그녀의 이름을 다른 여성 작가들 중 하나로 무심히 들어왔지만, 막상 그녀의 소설들을 접하니 생각보다 만족스럽고 독특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일단 은희경이나 공지영처럼 자신의 삶이나 타인의 삶에 대해 지나치게 냉소적이거나 사실적, 자조적으로 말하지 않고, 소재도 남녀관계나 자신의 삶을 투영한 듯한 소재에 머물지 않는 점, 남성 화자의 목소리로도 곧잘 소설적 전개가 가능한 점, 너무나 사소해보이는 것이 눈길을 주면서 그것을 통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얘기들을 만들어내며 극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점 등은 하성란 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점이다.

특히 거의 추리소설을 연상할 만큼 세심한 묘사와 극적인 반전은 그녀의 소설을 탄탄하게 완성시킨다. 감정적으로 치우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세상을 미워하지도 않는 태도, 그녀의 소설이 사랑받고 오래오래 읽힐 것이라 확신하게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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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양장) 믿음의 글들 176
C.S.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홍성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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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C.S.루이스는 '내가 믿는 기독교'같은 글을 통해서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멋지게 변증한 바 있으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판타지 소설의 원조격인 '나니아이야기'를 통해서 그 상상력을 표현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리처드 아텐보로의 영화 'Shadowland'에서 앤서니 홉킨스가 연기했던 그 역이 바로 루이스였다.

그만큼 그는 영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작가이다. 이 책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이런 그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악마인 '스크루테이프'가 젊고 미숙한 악마인 '웜우드'에게 충고하는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되어있는 이 책은 악마의 입장에서 쓰여져 새로운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부분에까지 미쳐있는 악마들의 전략에 대해서 상세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저자의 인생과 사람, 그리고 신앙에 대한 깊은 통찰들이 드러나며,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과연 어떠해야하는지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삶의 다양한 영역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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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와 백합의 사막
윤대녕 지음, 조선희 사진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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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더이상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 아니 처음부터 그랬지만, 그걸 불현듯 깨달은 순간, 사람들은 누구나 떠나고 싶어한다. 그 강도가 약하면 그저 자신이 처한 곳을 떠나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그보다 심한 인생의 위기에는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사막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소설과 사진이 묘하게 잘 어울리는 책이다. 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그 어설픈 삽화나 표지 그림, 빽빽한 글들에 압도당했고, 사진집이나 화집은 덩그라니 작품뿐 이렇다할 설명과 글이 너무 없어 허전했다. 그런 갈증을 다소 해소해준 책이다. 아마 소설가와 사진작가 모두 작품의 주인공처럼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떠나고 싶어했던 것 같고, 사막을 찾아 헤맨 듯 하다.

그들은 익히 알고 얘기했듯, 어떤 여행이든 떠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그 떠남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집을 어떤 식으로든 버리고 오려는 것이다. 굳이 사막인 이유, 그 사막에 백합을 피우려는 작자의 의도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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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평전 - 시대를 거역한 격정과 파란의 생애
허경진 지음 / 돌베개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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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가 매우 재주많은 사람이었으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허균에 대해서 올바른 이해를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는 역모를 꾀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고 그에 관한 대부분의 남은 기록들은 그를 매우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를 이해하는 다른 한 쪽에서의 의견은 그는 성리학의 이념이 사회를 지배하던 그 답답한 시대를 거부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본성에 따라 살며, 사회의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특별한 인물로서의 허균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후자의 견해에 따라서 허균의 삶과 당시의 사회, 그리고 허균 주변의 인물들에 대해서 그려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허균의 다양한 한시작품과 제목만 듣던 그의 한문소설들, 그리고 그의 문장가로서의 탁월한 재주등을 보여주고 있다. '홍길동전'의 저자라는 단순한 이해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한 이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허균의 삶과 그의 계획들에 대해서 좀 단순하게 접근했다는 생각도 든다. 당시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만약 허균의 거사가 성공했더라면 더 좋은 사회가 되었을것이라는 의견은 사실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허균의 사람됨에 대해서도 그저 시대를 잘못타고난 자유인처럼 그리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평가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허균의 진보적인 사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의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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