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백합의 사막
윤대녕 지음, 조선희 사진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삶이 더이상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 아니 처음부터 그랬지만, 그걸 불현듯 깨달은 순간, 사람들은 누구나 떠나고 싶어한다. 그 강도가 약하면 그저 자신이 처한 곳을 떠나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그보다 심한 인생의 위기에는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사막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소설과 사진이 묘하게 잘 어울리는 책이다. 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그 어설픈 삽화나 표지 그림, 빽빽한 글들에 압도당했고, 사진집이나 화집은 덩그라니 작품뿐 이렇다할 설명과 글이 너무 없어 허전했다. 그런 갈증을 다소 해소해준 책이다. 아마 소설가와 사진작가 모두 작품의 주인공처럼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떠나고 싶어했던 것 같고, 사막을 찾아 헤맨 듯 하다.

그들은 익히 알고 얘기했듯, 어떤 여행이든 떠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그 떠남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집을 어떤 식으로든 버리고 오려는 것이다. 굳이 사막인 이유, 그 사막에 백합을 피우려는 작자의 의도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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