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깊은 계단
강석경 지음 / 창비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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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의 소설은 대학 신입생 때 읽은 <숲속의 방> 이후 처음이다. 그땐 마치 내 얘기인 것처럼 감정이입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소설은 좀더 객관적인 위치에서 읽게 된다.

과거에 압도된 도시 경주에서의 고분 출토를 시작으로 다소 지루할 것이라 예상되었던 서두와는 달리 한 집안을 둘러싼 관계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고고학과 음악, 연극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과 통찰에 먼저 감탄하면서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러니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단지 얽히고 섥힌 가족사와 사랑 싸움만 단선적으로 그린다고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작가가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사는 결국 운명이 이끄는 대로이며, 과거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자유로우려 몸부림칠 수록 더욱 옭죄어오는 운명의 사슬 같은 것. 그래서 사는 게 고통스럽다고들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소설을 읽고 나면 문득 생각한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삶이 정말 행복한 것인지...그래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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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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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에 매료되어 집어든 그의 이 자전적 에세이는 그의 소설을 이해하는데, 그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작가들이 쓴 산문집엔 잘 손을 안 대는 편인데, 대부분 그들이 소설이나 시보다 수필쪽이 훨씬 가볍고 별 내용이 없기 때문에 후회한 적이 많아서이다. 하루키의 이 책은 좀 다른데, 일본과 우리의 상황이 결코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같은 아시아권의 급성장한 나라라는 점에서 미국 문화와의 관계, 미국에서 느낄 수 있는 이질감 등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아주 운 좋게, 우연히 작가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그의 얘기는 다소간 위로가 되기도 하고, 친근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는 어찌보면 아주 평범한 사람일 것도 같다. 작가연 하며 폼 잡는 부류는 확실히 아니며, 예상 외로 겸손하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유머감각도 상당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는 그의 모습, 하고 싶은 것은 하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그의 고집과 자유 정신이 부럽다. 난 벌써 하루키를 많이 좋아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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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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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한창 유행했던 7~8년 전, 나는 괜시리 이 책을 거부했다. 그냥 그때 하루키는 우울과 침체의 대명사처럼 느껴졌고,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자살했다는 소문이 떠돌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나는 젊음 그 자체로 혼란스러웠고, 더 이상의 침체와 우울은 원하지 않았다. 그것도 겨우 한 권의 책으로 말이다.

많은 세월이 흘러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이 책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더 훌륭했다. 더이상 단순한 자살에 관한 책이라거나, 알 수 없는 침체의 나락으로 빠뜨릴 류의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키의 감성은 일본인의 것이라기 보다는 미국 문화이 영향 아래 있는 것 같다. 우리의 80년대 학번이 겪었을 정치적, 사회적 혼란과 저항을 하루키 세대가 겪었다. 옳다고 믿어야 하는 대의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고, 믿고 의지할 만한 기성세대가 없다는 인식 속에 오직 자신이 느끼고 경험하는 일상 속에 소박한 진실을 찾아가는 매우 사소한 삶. 그렇게 파편화된 삶을 하루키 이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다. 그를 발견한 것은 내게 행운이다. 나는 가끔 내가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하루키의 말을 통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이 나를 기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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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한국시인
유종호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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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위 월북작가로 분류되어 오랜 세월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임화, 오장환, 이용악, 백석의 시세계에 대해서 쓴 책이다. 이들은 그들의 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해금되기전까지 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고, 해금된 이후 지금까지도 다른 시인들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대접을 못받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책은 이런 4명의 시인들의 시세계에 대해서 시기별로 개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프의 서기장으로 그 명성을 떨쳤던 임화, 인민시인 오장환, 이야기시 형식으로 유이민의 고달픈 삶을 노래한 이용악, 우리의 전통공동체의 따뜻하고 풍성한 삶을 노래한 백석의 시들은 그들의 비극적 말로와 함께 색다른 울림을 전해준다.

카프시인 또는 월북시인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시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하기 보다는 전반적인 경향이라든지 한계에 대해서 뭉뚱그려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개괄적이나마 그들의 시세계를 살펴보는 것도 우리 문학의 전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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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소설사
김광순 지음 / 국학자료원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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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설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논란거리들이 있다. 고소설이라는 명칭 문제부터 시작해서 소설의 시작문제, 개별 작품들의 작자와 창작연대문제, 배경사상이나 작품 내용에 대한 문제 등이 그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워낙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책은 이런 다양한 견해와 연구성과들에 대해서 정리를 하면서 저자 나름대로 우리의 고소설사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고소설의 명칭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들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고소설'이라는 명칭을 제기하고 있고, 고소설의 발생을 나말여초의 '수이전' 수록 작품들, 예컨대 '수삽석남', '김현감호', '최치원'등에서 찾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작품에 대한 연구사 소개와 비교문학적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싣고 있다.

고소설사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에는 좋은 책으로 볼 수 있고 고소설사의 다양한 논쟁거리를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그리고 주제나 내용마다 다양하고 풍부한 연구성과들을 인용했으므로, 다른 작품이나 주제에 대해 연구하는데도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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