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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의 소설에 매료되어 집어든 그의 이 자전적 에세이는 그의 소설을 이해하는데, 그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작가들이 쓴 산문집엔 잘 손을 안 대는 편인데, 대부분 그들이 소설이나 시보다 수필쪽이 훨씬 가볍고 별 내용이 없기 때문에 후회한 적이 많아서이다. 하루키의 이 책은 좀 다른데, 일본과 우리의 상황이 결코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같은 아시아권의 급성장한 나라라는 점에서 미국 문화와의 관계, 미국에서 느낄 수 있는 이질감 등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아주 운 좋게, 우연히 작가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그의 얘기는 다소간 위로가 되기도 하고, 친근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는 어찌보면 아주 평범한 사람일 것도 같다. 작가연 하며 폼 잡는 부류는 확실히 아니며, 예상 외로 겸손하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유머감각도 상당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는 그의 모습, 하고 싶은 것은 하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그의 고집과 자유 정신이 부럽다. 난 벌써 하루키를 많이 좋아하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