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경의 소설은 대학 신입생 때 읽은 <숲속의 방> 이후 처음이다. 그땐 마치 내 얘기인 것처럼 감정이입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소설은 좀더 객관적인 위치에서 읽게 된다.과거에 압도된 도시 경주에서의 고분 출토를 시작으로 다소 지루할 것이라 예상되었던 서두와는 달리 한 집안을 둘러싼 관계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고고학과 음악, 연극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과 통찰에 먼저 감탄하면서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러니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단지 얽히고 섥힌 가족사와 사랑 싸움만 단선적으로 그린다고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작가가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사는 결국 운명이 이끄는 대로이며, 과거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자유로우려 몸부림칠 수록 더욱 옭죄어오는 운명의 사슬 같은 것. 그래서 사는 게 고통스럽다고들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소설을 읽고 나면 문득 생각한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삶이 정말 행복한 것인지...그래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