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그물
정호승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다만 가을밤에 보름달 뜨면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기러기들만
하나 둘 떼지어 빠져나갑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1999>
짧아서 좋다. 긴 시는 부담스럽다. 禪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시다. '하늘의 그물' 운운하는 글은 <주역>에 나오는 것인가? 얼마 전에 읽은 김성동의 <천자문>에서 읽었던듯한데, 나는 거기에 생각을 보탤 생각은 못했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경험의 차이인가, 지능의 차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