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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평점 :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제목에서 주는 배움이 상당히 크다. 무엇이든 하던지 읽던지 가장 마지막에 남은 것들은 나 자신이 해내야만 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까지도 남이 해주기를 바라고 어떤 요행을 원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
제목대로 내가 변하지 않고 내가 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루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절실히 알려주는 내용이기때문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종교가 있든 없든간에 말이다.
책 표지에 나오는 저 풍경을 눈여겨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나처럼.
산티아고 가는 길은 순례자만이 걷는 길이 아니라 누구든 나를 찾기 위한 하나의 여정으로 걷는 길이다.
문득 산티아고를 향한 저자는 그 길을 900킬로를 걷는 중간중간 울음을 토해내고 많은 생각들을 밷어냈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이 춥고 배고픈 그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사람들은 문득 문득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많다.
그러나 매여있는 일들도 그 배로 많다.
그래서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가 없다.
나 또한 그렇다. 나만 생각하고 나를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지만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짊어지기에는 약한 의지 때문에 떠나고 싶은 그 마음을 멈추게 한다.
대신에 정진홍 작가가 걷는 그 길을 따라가면서 대리만족을 했다.
이 만큼 걸어가면서 함께 울었고 저 만큼 걸어가면서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한 감사를 했고 그 만큼 걸어가면서 소중한 것들에 대한 생각과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과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들을 함께 걸으면서 했다.
작가는 혼자서만 앞질러 걸어가지 않았다.
나와 함께 발맞춰서 천천히 뒤처지는 나를 격려하며 좀 더 빠르게 걸어갔다.
모두가 산티아고를 꼭 걸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을 내 인생을 좀 더 느긋하게 바라보고자 한다면 산티아고 가는 그 900킬로를 권유하고 싶다.
언젠가 나도 아직 만나지 못한 동반자와 함께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
혼자서 걷는 길보다는 함께 걸어가고 싶어졌다.
산티아고 900킬로미터. 나 되기 위해 걷는 그 길 말이다.
p22 크건 작건 깨달음은 항상 뒤늦게 오기 마련인가보다.
p53 이 산티아고 가는 길은 본질적으로 홀로 걷는 길이고 그렇게 걷는 것이 맞는 길이다.
p93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 때문이었다. 스스로의 자책이 가장 아팠다.
p110 내버려둔다는 것은 본래 그것의 성질과 기운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내 안의 힘이 원기 회복을 하도록 기다리고 배려하는 일이다.
p111 스스로를 내버려둘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그 불안에서 한 발 비켜있을 때 가능하다.
p114 내가 웃으면 상대방도 웃는다.
p115 웃음은 선순환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웃으면 신기하게도 상대방도 웃는다.
p117 잘 웃는 이들은 대개 건강하다.
p119 밝게 웃는 얼굴을 만드는 것 또한 일생 동안의 수행이라고 하지 않는가. 억지로라도 웃자.
p143 산티아고 가는 길은 나 되기 위해 걷는 길이다.